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특급호텔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는 도중 6m 높이에서 추락해 뇌사상태가 된 손현승 씨(39세)가 11월 12일 부산대병원에서 심장, 신장(좌, 우)를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손현승 씨는 부산의 L호텔에서 현수막을 달다가 6미터 리프트에서 떨어져 뇌사가 됐다.

특히 기증자의 형이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폐이식을 담당해 오던 의사인 것으로 밝혀져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그동안 아픈 환자들을 위해 수없이 많은 수술을 했지만 내가 기증자 가족이 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깨어날 수 없는 뇌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오직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며 오열했다.

사실 늘 환자를 대하는 의사이긴 하지만 가족의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식의료인으로 가지는 사명감과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그의 부모님의 입장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던 그는 결국 평소의 신념대로 뇌사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함을 알리며 기증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고 손현승 씨 생전 모습
고 손현승 씨 생전 모습

손현승 씨는 지난 10월 30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다가 6미터 높이에서 리프트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테이블 세팅이 돼 있어 안전 지지대 없이 작업이 진행됐고, 한 꿈많은 30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손현승 씨는 지난 1981년 거제도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평소 인정이 많고, 타인을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섬세한 성격이었다. 길을 가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분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동생의 성격을 잘 아는 형이 기증을 결심할 수 있었다.

조카를 너무 사랑해서 퇴근할 때는 살짝 현관 앞에 먹을 것을 걸어두고 가거나, 바쁜 형을 대신해 조카들의 바깥나들이와 목욕을 전담하다시피 해준 따뜻한 삼촌이었다. 부모에게는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자상한 아들이자 딸 같은 존재였다.

고 손현승 씨의 형 손봉수 교수(양산부산대병원 흉부외과)는 “저 또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기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도 이식 대기 중에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일이 알려져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기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며 “동생이 뇌파가 움직이지 않고 여러 장기가 망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기증을 해서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이 차라리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식 의사로서 전국의 장기이식센터를 다니면서 기증을 해주신 분들이 늘 대단하게 생각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내가 수술한 환자가 이식이 잘 돼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이 말은 내가 받을 게 아니라 기증을 해주신 분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동생이 뇌사가 되어 기증을 결정하게 될지는 몰랐다”라고 전했다.

이식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그는 환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동생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병원에서 당직서랴, 이식한다고 돌아다니랴, 가족은 뒷전인 형 대신 네가 부모님이나 조카들을 따뜻하게 돌봐줘서 너무나 고마웠다”면서 “나중에 만난다면 꼭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고, 다음에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삶을 살게”라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조원현 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이식의료진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의사가 뇌사장기기증 동의를 해주신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생명나눔을 위한 그 뜻이 잘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생명을 살리는 이식은 누군가의 소중한 기증 결정에서부터 시작되기에 기증자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감사를 표했다.

손현승 씨는 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진행돼 14일 발인예정이며, 장지는 김해 낙원 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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