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병원들이 속속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전국 수련병원들이 일명 경영체제과 함께 진료체계도 손보고 나선 가운데 , 간호사들이 매우 짧은 교육 이수 후 현장에 투입돼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22일부터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시행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이 운영 중인 보라매병원은 앞서 이를 시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정부와 발맞춰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이관하는 시범사업팀을 신설하고 20여 명의 간호사에게 반강제적으로 불법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과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교육을 한 뒤 바로 업무에 투입시킨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은 심지어 성인중환자실 처치 전담 추가 업무 교육을 동영상 강의와 일반강의로 30분씩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의사 업무를 대신했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당신들이 선택하는 것이니 보호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병동 폐쇄로 인한 간호사 무급휴가 종용 현상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1일 직원 공지를 통해 '일반직 안식휴가'라는 이름의 무급휴가를 한시 확대 운영하기로 안내했다. 

근속 1년 이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4주의 무급휴가를 신청받아 비상경영체제 종료 시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대해 노조는 "무급휴가의 불이익을 숨기고 안식휴가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7개 병동을 폐쇄했고, 보라매병원은 2개 병동을 폐쇄했다. 그 여파로 각각 130명과 30명의 간호사들이 무급휴가를 종용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나래 사무장은 "병원이 간호사들에게 무급 특별휴가라는 명목 하에 무급으로 휴가를 가라고 적극 권유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급휴가를 가기 싫다고 하니 생전 배우지도 못했던 다른 병동에 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며 "타 병동에 가서 사고를 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울며 겨자먹기로 무급휴가에 들어간다"고 폭로했다.   

서울대병원 비롯해 제주대병원‧동아대병원‧울산대병원 간호사 '무급휴가'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제주대병원, 동아대병원, 울산대병원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 중이며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연차사용 및 필요 시 4월 무급휴가를 협의하기로 한 상태다. 

강원대병원 실정도 다르지 않다. 강원대병원은 이달 13일 외과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1개 병동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 정유지 사무장은 "외래·실무 간호사 및 교육전담간호팀을 중환자지원팀으로 구성해 기존 업무와 병행토록 하고, 중환자실·병동환자 검사·응급업무 등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시범사업팀을 신설했고, 경북대병원은 병동 폐쇄 후 진료지원인력(PA)팀을 운영 중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PA팀 및 응급실 전담간호사로 배치하고 충북대병원은 병상가동률이 높은 병동으로 간호사를 재배치했다. 

정부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은 간호사에게 강제할 수 없는 항목들을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경영진과 간호부의 압박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의료연대본부 증언이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업무전가를 거부할 시 간호사들 연차를 파악해 신규간호사에게 업무전가를 강요하고, '병원 돌아가는 상황 모르냐'며 압박한다"고 토로했다. 

 

출처 : 데일리메디(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909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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