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신규 간호사로 합격한 지 8개월 '웨이팅' 중에 종병(종합병원) 통합병동에 들어가 근무한 지 1주일째입니다."
 
올 7월 한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다.

현장 간호사들과 간호학과 학생들이 나누는 가장 흔한 고민 중 하나는 취업문을 뚫고도 병원의 출근통보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대기' 문제다.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불안감은 짙어지고, 실제 임상에 투입됐을 때 업무 적응은 더 녹록치 않다.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대형병원이 신규 간호사를 몇 달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이른바 '대기간호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 등과 공동 노력에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그간 일부 대형병원에선 소속 간호사가 긴급 사직을 하고 나면, 인력공백을 막고자 신규간호사를 일시 채용하고 필요 시 차례로 발령하는 '대기순번제' 방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돼 왔다. 이는 대기간호사 개개인의 취업 문제를 떠나 타 병원의 긴급 발령으로 인력 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병원들의 '수급난'도 야기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에 대해 신규간호사 대상 동(同)기간 채용 면접제를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지난해 기준 해당 의료기관들에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4만여 명으로 전체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의 15.8%를 차지한다.
 
2025년도 임용 예정으로 내년에 진행되는 채용에서 수도권에 위치한 모든 상급종합병원들은 '신규간호사 최종면접'을 7월 또는 10월 중 특정 기간에 실시하기로 협의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매년 초 병원 간 조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일명 '빅(Big) 5'로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들(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 '의료인력 수급 문제 개선을 위한 자율 협약'을 근거로 자율 실시한 동기간 면접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이들 5개 병원의 간호사 임용 포기율은 실시 첫해인 2019년 29.6%에서 2022년 2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확대된 동기간 면접제는 2026년 채용까지 3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이후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속 및 확대 여부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간호사들의 병원 중복합격 감소 등으로 간호사들의 연쇄 이동도 줄어들어 중소병원의 긴급한 인력난도 일정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신규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도 마련·배포한다. 간협·병협과 대형병원들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다.
 
전국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102곳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에는 △대기 순번과 입사 예정월 고지(입사발령 예정 최소 한 달전에는 입사예정일 고지) △필요인력의 정확한 추계와 정기적 발령을 권고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긴다.
 
아울러 양질의 간호수준을 갖춘 중소병원들을 선정해 대기기간 중 근무를 원하는 간호사를 연계하는 등 간호인력 운영을 안정화하기 위한 '상생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내년(2025년도 임용)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강북삼성병원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신규간호사 분기별 발령제(매해 3월·6월·9월·12월에 정기발령)를 도입하고 임상 적응 교육·훈련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신입간호사 사직률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p 감소했고, 발령일 사전고지 이후 간호사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향후 의료기관의 가이드라인 준수여부 등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관련 협회들과 현장의 우수사례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간호사의 적정 수급과 관리는 환자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국가의 주요 책무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신규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동기간 면접 확대가 대기간호사 행태의 근절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병원의 오래된 관행인 대기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의 의미가 있다"며 "간호사의 불안감 해소뿐 아니라 대형·중소병원 전체의 간호사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급난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처 :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602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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