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의료진 코로나19 확진자가 40일 만에 1만8000명대로 올라선 5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페이스실드 아래로 얼음물을 마시고 있다.
=목타는 의료진 코로나19 확진자가 40일 만에 1만8000명대로 올라선 5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페이스실드 아래로 얼음물을 마시고 있다.

■ ‘코로나 3년’ 바뀐 게 없다 <中>

간호사 1명이 중환자 4명 맡아 美·유럽보다 서너배 많은 수치 입원 수가는 일반환자와 같아

감염내과 전문의 지원 반토막 재유행땐 의료인력 대란 우려

#1.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도권 A 상급병원 중환자실에서는 매년 간호사 50% 이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는 의료자원이 많이 소요돼 중환자 진료에는 간호 인력이 3∼4배 더 들어간다. 음압격리시설인 만큼 간호사들은 치료 외에도 환자 배식과 소독, 폐기물 처리까지 떠맡아야 한다. 대유행 때마다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병상 수만 늘렸을 뿐, 인력 충원 지원은 없었다. 방호복을 입은 채 2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하는 내부 지침이 있지만,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했다. 3년째 의료진을 갈아 넣는 구조에 시달리면서 ‘번아웃’(소진)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2.서울 구로구에 있는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에는 올해 전임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전국 감염내과 전임의 지원자는 2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감염내과는 감염병 위기가 터지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업무 강도가 높아 대표적인 ‘3D’ 분과로 꼽혀 지원자도 줄고 정부 지원책도 전무한 탓이다.


코로나 19 재유행을 앞두고 최일선에 일하던 의료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의료진 피로도도 한계치에 달하면서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인력 이탈이 두드러지는 곳은 코로나19 환자를 집중 케어했던 중환자실이다. 수간호사급 중간 간부들은 명예퇴직을 앞당기고, 경력 많은 간호사는 근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병원 등으로 이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들이 떠나는 이유는 낮은 수가와 격무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국내 상급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를 3.5∼4명을 맡는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한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하면 서너 배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잡무를 떠안으면서도 더 많은 중환자를 봐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낮은 수가도 문제다. 코로나19 중환자 입원 수가는 일반 환자와 같다.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중환자 병상에 1등급 간호사 투입 시 환자 사망률이 6.13%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간호사 역량은 중환자 치료의 질을 좌우한다”며 “간호사가 자주 바뀌면 치료 연속성도 떨어지고 의료 사고 위험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가 터지면 병원 전체 감염관리부터 정부 방역정책 조언까지 도맡는 감염내과는 인력 양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올해 전국 감염내과 전임의 지원자는 20명으로 2019년 12월 지원자 36명에 견줘 절반 가까이 줄었다. 현재 전국 감염내과 전문의는 300명이 채 안 돼 인구대비 10만 명당 0.61명에 불과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감염내과는 급여는 적으면서 일이 많아 지망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나중에 개인 병원 오픈을 생각하면, 내과 중에서도 소화기 내과 등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감염내과 전문의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는 종합병원당 1∼2명에 그친다. 이는 병원 내 감염 관리를 중시해 한 병원에 30∼40명을 두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위기가 닥칠 때 감염내과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몇 년째 정부에 요구한 인력 육성책이나 지원책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명감으로만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문화일보(http://ww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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