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지방의료원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에서 교대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나왔다. 의료원이 소송을 끌면서 최종 사법부 결론이 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원도의 A의료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50명이 의료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심리한 지 5년여 만이다.

소정근로 184→209시간 변경해 수당 지급

소송의 발단은 2008년 11월 보건의료노조 지부와 의료원이 체결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에서 비롯됐다. 부속합의에는 ‘간호과 대우 및 사기 진작 방안으로 주간 근무자(MD 포함)와 저녁 근무자에게 매 근무시 30분의 시간외수당을 지급한다’고 기재됐다. 3교대 근무자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별도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지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수당은 2010년 1월부터 지급됐다.

그런데 의료원이 2012년 월 소정근로시간을 18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지부는 고용노동부에 2012년 9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시간외근무수당이 적게 지급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부 시정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이 184시간으로 변경됐지만, 의료원은 2014년 단체협약에서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되돌렸다.

노사가 ‘경영개선 공동실천협약’을 통해 2011~2012년 임금을 동결하도록 협의한 점도 문제가 됐다. 노동자들은 의료원이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적용해 시간외근무수당을 과소 지급했다며 2013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수당 차액을 지급하라며 2016년 1월 소송을 냈다. 이에 의료원 사측은 지부가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없는 노조의 하부단체라 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또 이사회 의결이 없어 보수 합의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2심, 1심 뒤집고 “지부 독자적 단협 체결 가능”

1심은 의료원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지부와 의료원이 합의한 임단협은 ‘잠정’ 합의에 불과하고 지부가 독립된 조직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부에 독자적인 규약이 존재하고, 규약이 집행기관이나 임원 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지부장이 부속합의서·잠정합의서 등을 작성한 것 이외에 지부가 별개의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기에 수당 지급을 규정한 부속합의를 의료원이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수 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지부 동의가 없었으므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지부의 독자적인 지위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부에 독자적으로 피고와 지부에 고유한 사항에 관한 부속합의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지부의 규약에 보건의료노조가 단체교섭 당사자라고 규정했더라도 지부는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을 필요도 없이 부속합의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다.

의료원이 지부와의 부속합의에 따라 주간·저녁·야간근무자에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한 부분이 근거가 됐다. 이를 토대로 항소심은 보건의료노조가 지부에 부속합의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했다고 판단했다. 이사회와 강원도지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의료원측 주장도 배척했다. 지방의료원은 공공기관에 비해 지자체로부터 경제적 독립성이 강하므로 이사회 의결이 필수조건이 아니란 것이다.

대법원 “이사회 결의 필요 없어, 수당 미지급 위법”

재판부는 “피고 원장과 지부장이 체결한 단체협약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취지라면 피고 원장의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한다”며 “사용자의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이 제기한 ‘반소’ 청구도 기각했다. 의료원은 무효인 부속합의에 따라 초과 지급된 시간외수당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체협약 개정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8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함으로써 시간외근무수당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와 노조가 2008년 체결한 부속합의와 2014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관해 피고의 정관 등에 따라 피고의 이사회 결의와 강원도지사의 승인이 있어야만 유효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미지급 시간외수당과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피고에게 적용되는 업무범위, 공적기관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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