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반발에 따른 전공의 집단 이탈로 다수의 병원이 경영난에 간호사 등 직원을 반강제적으로 무급휴가를 보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작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경영난 책임에서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병원 노동자의 업무 증가 등 '인력 유연화'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의료연대에 따르면 우선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사 수가 부족해 대부분의 병원은 병동을 통합, 폐쇄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5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현재 기준 병동 통합, 폐쇄가 진행된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대보라매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제주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산의료원,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10곳으로, 이곳에서 총 29개 병동이 통합, 폐쇄가 이뤄졌다.

의료연대는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 인력은 다른 병동이나 진료보조(PA)로 재배치되는 점도 확인했다.

재배치된 의료 인력은 총 414명으로 무엇보다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 등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아 의료연대 정책부장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생소한 병동으로 보내지거나 각 시간별로 1명만 인력을 배치해 의도적으로 업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는 병원의 이 같은 조치가 간호사에게 연차 사용이나 무급휴가를 반강제적으로 사용하게끔 만든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전국 통폐합된 병동 소속 간호사 100여명이 무급휴가를 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대병원, 제주대병원, 동아대병원, 울산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이후 무급휴가 시행을 공식화했다.

박나래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무급휴가를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무슨 의료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병동으로 보내져 사고는 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일해야 한다"며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무급휴가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의료연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병동 폐쇄와 통합의 책임이 경영진과 정부에 있다며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46조(휴업수당)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이 기간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김동아 정책부장은 "병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의료 손실을 메꾸려고 하는 실정이다. 의사들이 만든 경영난에 유일하게 의사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20년 전공의 집단 파업 시 폐쇄 병동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휴업 수당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신문(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32116091474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