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나온 환자가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

의사 집단 이탈에 따른 정부의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으로 현장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간호사들과 응급구조사는 업무 증가 부담과 사고 시 법적 책임을 우려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각 병원별로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병원 측과 각 진료과장, 간호부서장, PA(진료보조)간호사들이 업무 확대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이미 업무 조정을 마치고 현장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지난 8일에는 간호사 업무 확대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며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해 적용했다.

보완지침에 따르면 전문간호사는 응급상황에서 동맥혈 채취, 중심정맥관 삽입과 관리, 뇌척수액 채취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 처방을 할 수 있다. 또한 진료기록이나 진단서, 전원 의뢰서, 검사 및 판독 의뢰 등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다만 간호사들은 사망 진단과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등 대법원 판례로 명시한 5가지 행위는 할 수 없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따른 간호사 의료행위는 행정적 책임과 민·형사적 책임 등 모든 법적 문제에 대해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업무 증가 부담과 사고 시 법적 책임을 걱정하고 있다.

경상도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이번 주부터 업무 범위가 확대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에 동맥혈 채취 등 간호사 업무가 증가돼 부담"이라며 "특히 추가된 업무 시 사고가 나 환자 측이 고발하면 삼권분립 국가에서 정부가 보호할 수 없기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병원 현장에서는 PA간호사가 부족해 일반간호사까지 전담팀에 투입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PA간호사 업무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전공의들과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역과 필수 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 환자와 간호사에 피해를 주는 현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범위 확대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들도 고난이도 업무와 법적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전공의들 이탈로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들은 고난이도 업무인 동맥혈 채혈과 비위관 삽입 등을 떠맡아 하고 있다"며 "이 분들 역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닌 일을 하면서 사고 시 법적 위험에 처해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 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2000명 배정안을 공식 발표하자 의사 단체와 의대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의정 간 강대강 대치로는 환자와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https://asiatoday.co.kr/view.php?key=202403200100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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