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불안감만큼은 코로나 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업무 혼란 속에서 만약 대량으로 중환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없을까 봐 두렵습니다.”(경북의 한 대형병원 7년차 간호사 ㄱ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무더기로 병원을 이탈한 지 이틀째를 맞은 21일, 간호사나 임상병리사 등 병원에 남은 의료진은 전공의 공백으로 업무 분담 체계가 무너져 혼란스러운 병원 분위기를 전하며, 사태 장기화가 환자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처방 전산작업, 채혈, 드레싱…중환자까지 맡으라고”

대구의 한 대형병원 30년차 서아무개 간호사는 “환자 상처 드레싱이나 야간 채혈 등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나 임상병리사들이 하다 보니 1.5배 업무가 늘었다”며 “전공의들이 처리하던 업무를 교수님(전문의)들이 직접 해야 하지만 사소한 업무일 경우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본래 전공의 업무인 처방에 대한 전산 작업 등은 간호사들이 맡고 있다”고 했다.

7년차 간호사 ㄱ씨도 전날 근무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하며 “대동맥쪽 질환이 있는 환자가 있어서 원래 수술했던 병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전공의 이탈로) 전원을 거절당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며 “한 일반병동 환자에게 약을 넣는 콧줄이 빠졌는데 당장 처리할 인턴이 없어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교수가 달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혼란상을 전했다.

특히 피에이(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병원 필요에 따라 불법과 합법 경계에서 의사 업무를 대신해 ‘유령 간호사’로도 불리는 피에이 간호사에게 더 자주 불법적으로 전공의 업무가 맡겨지는 탓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20년차 간호사 ㄴ씨는 “(피에이 업무는) 기존에도 의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 의료였는데, 전문의들이 지시하는 업무 범위가 한없이 넓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중환자를 담당하고 관리하는 업무까지 맡겨지는데, 불법 의료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불안 속에 자리를 비운 전공의를 향한 항의도 감당했다.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의 2년차 임상병리사 ㄷ씨는 “본래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살짝 알던 지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그 와중에 수술 등 예약을 조정하려고 환자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항의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간호사 등 현장에 남은 의료진이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강 대 강’ 대치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한겨레에 “남은 의료진의 노동강도 문제뿐 아니라 의료사고 등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치를 멈추고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의료 현장을 바꿔나갈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9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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