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도권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신규 채용 간호사 면접을 7월·10월에 실시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하고도 자리가 나지 않아 발령을 장기간 기다리는 '대기 간호사'를 줄이고, 지방·중소병원들의 간호사 구인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간호사 최종 면접을 7월(18개)과 10월(4개) 실시하는 '동기간 면접제'를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1월25일자 2면 보도=인력난 해소 '신규 간호사 채용 동기간 면접제' 시행)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을 비롯해 인천지역에서는 가천대 길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이, 경기지역에선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등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들이 참여한다.

그동안 상당수 종합병원은 필요한 인력보다 신규 간호사를 많이 선발한 뒤 병원 내 사직 인원이 발생하면 순차적으로 이들을 발령하는 소위 '대기순번제'를 운영해왔다고 한다. 이런 탓에 간호사들이 합격하고도 오랜 기간 대기해야 했다.

또 대기 기간에 지방·중소병원에서 일하다 발령이 나면 갑작스럽게 사직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이직률을 높이고 인기 병원 쏠림 현상도 가중시켰다.

지방·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 간호사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채용 시기를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동기간 면접제'가 시행돼도 지방·중소병원의 인력난을 해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간호사들이 지방·중소병원을 꺼리는 이유는 대형 병원의 대기순번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는 것이다.

 

6년 차 간호사 안모(30)씨는 "지방이나 중소병원은 대체로 월급이 적고 근무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거나 편하게 휴가를 낼 수 없는 등 복지가 나쁘다"며 "동기간 면접제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이 높아지면 병원을 떠나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직 공무원이나 연구 간호사로 전직하는 간호사가 늘 수 있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이들 중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비율이 52.8%(OECD 평균 68.2%)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서울 한 대학병원에 채용된 간호사 임모(25)씨는 "대기 간호사 제도가 왜 생겼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나마 복지, 임금 수준이 높은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도 간호사 퇴직률이 높아서 사직 인원을 빠르게 충원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모든 병원의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이직률이 낮아지고 인력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들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중복 지원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은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 한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5년 차 간호사 박모(25)씨는 "만약 간호사가 심장수술을 잘하는 병원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여기에 특화된 상급종합병원 여러 개가 동시에 면접을 본다면, 자신이 원하는 전문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동기간 면접제를 3년간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여러 병원에 동시 합격하는 경우가 줄면 지방이나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이동이 줄고 일부 병원이 대기 간호사를 지나치게 많이 채용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2130100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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