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소재 종합병원에서 2014년 신규로 입사해서 10년 차 간호사가 되었네요. 신규 당시 저는 투석실을 가고 싶었는데 신규인지라 투석실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장 내과 병동에서 공부하면서 일을 익히자는 생각으로 신장 내과 병동을 지원해 발령받았고 당시에 신장 내과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병동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으로 2015년부터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호스피스병동 간호사는 호스피스 환자만 케어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독립적인 호스피스병동으로 운영되어 지금까지 쭉 호스피스병동에서 일하고 있네요. 가끔은 일반 병동으로 헬퍼도 가고 코로나 병동으로 2달지원 가기도 했네요.

Q2.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 중이신데 호스피스 병동 근무에 대해 선생님께서 느끼신 호스피스 병동 업무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호스피스병동은 조일반병동에 비해 중증도는 높지만 환자의 편안함을 추구해서 의미 없는 치료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이 쉽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항상 호스피스병동을 설명할 때 조용해도 병실에 들어가서 환자 한 분씩 마주하다 보면 전쟁과 다름없다고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통증과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기력저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점차 혼돈스러워지는 의식 상태 등을 느끼는 환자들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해줄 수 있냐고 묻죠. 환자들을 위해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하는 간호사가 무엇을 해줘야 이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돼요. 침상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케어를 해야 하고 매일 죽음을 간호해야 하는 점에서 정서적 소진과 번아웃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이에요. 하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간호사의 전인 간호가 실현되는 곳은 호스피스 병동이겠다라는 생각은 더 확고해지는 것 같아요.

 

Q3. 임종을 맞이하는 최종단계인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 케어하기란 선생님의 감정과 마음에 피로와 상처가 많이 쌓이실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은 안녕하실까요? 선생님의 마음 케어를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하시나요?

매일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병동이라 보호자들에게 곧 사랑하는 가족이 임종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 하죠. 환자에게는 여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하죠. 또한 신체적으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찾아오는 증상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감을 위로해 드리는 건 10년이 되었지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퇴근 후 개인적인 생활까지 끌고 온다면 굉장히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하고 난 이후에는 병동일에 대해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풀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환기를 시키거나 잡생각이 나지 않도록 뜨개질 같은 일에 집중해요. 그러고 나면 ’그래도 나의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시 힘이 나곤 하죠.

 

Q4.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시면서 특별히 신경쓰거나 꼭 해야겠다라는 부분이 있을까요?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은 점차 살이 빠져서 뼈밖에 남지 않거나 부종, 침상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져 욕창도 잘 생기고 위생상태도 나빠질 수 있어요. 온전하게 이쁜 나의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라운딩할 때 저는 피부보호크림을 들고 다녀요. 각질 생긴 발, 건조한 손등에 크림을 발라주면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환자 상태도 파악하면서 짧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환자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바쁠 때는 못 할 때도 있지만 저희 병동은 이브닝이 가장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간이라 저는 근무가 이브닝일 때만이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Q5.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시면서 많은 환자분들을 케어하셨겠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주세요!

2023년 가을쯤 여자 환자분이셨어요 60대셨는데 구강암으로 오셨어요. 이미 암성 상처가 구강 안쪽부터 턱까지 다 침범해서 상처가 굉장히 안 좋았고 기도내관까지 하고 계셨죠. 전에는 노래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남편분과 텃밭일도 하면서 행복하게 사시다가 병을 진단받기 시작하시면서 말도 못하시고 글을 써서 대화를 하셨죠. 환자분이 그런 상처를 갖고도 얼마나 긍정적이신지 굉장히 징그럽고 냄새나는 암성 상처를 가지고도 항상 웃으셨고 저희 의료진에게 고맙다고 하시고 저희를 안아주셨어요. 암성 상처가 진물이 너무 심해져 특유의 냄새가 났는데 남편분은 전혀 냄새도 안 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두 분의 사랑이 느껴지는데 오래 함께하지 못하니 안타깝기도 했어요. 환자분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그 좋았던 남편분이 호스피스팀에게 화도 내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도 저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죽음 앞에서도 사랑을 표현하신 환자분과 옆에서 지극히 돌보던 남편분은 저에게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실 것 같아요.

 

Q6. 호스피스 병동으로 오거나 오기를 희망하시는 선생님들께 먼저 온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호스피스병동은 결코 쉬운 병동은 아니에요. 정말 마음으로 환자를 케어하는 곳이죠. 그렇다고 그 마음이 간호기록으로 남길 수도, 처방으로 넣을 수도 없기에 인정받기에도 힘들어요. 간호사로서 환자의 대소변 기저귀도 치울 수 있고 기도드릴 수 있는 마음, 손잡고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해 줄 수 있는 분에게는 정말!! 추천할 수 있는 병동이에요.

하지만 신규 선생님들은 일반 병동에서 다양한 처치, 수술, 약물, 응급 상황 등을 경험해 보시고 오시는 게 좋아요. 보호자와의 대화하는 기술도 익혀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면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이미 환자들이 많은 처지를 받고 오셨기 때문에 그런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해요. 그래서 보통 호스피스병동은 경력이 있는 선생님들 위주로 발령을 받으시고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요

 

Q7. 선생님께서 인스타그램에 호스피스 병동의 이야기를 드로잉해서 올려주고 계신데 이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호스피스에서는 그 환자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요. 어떻게 살아왔고 가족 간 관계는 어땠고 죽기 전 소원은 무엇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포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저는 죽음에 대해서 퇴근 후에는 단절시키고 싶었었고 퇴원을 하시면 잊기에 바빴죠. 근데 연차가 쌓일수록 ’나를 의지했던 환자와 그 가족을 기억해 주지 못하고 너무 잊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었죠. 병동 특성상 사진도 많이 찍어 추억을 남기는데 사진으로 기억하기보다 직접 그림을 그려서 추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라인 드로잉을 그리기 시작하니깐 정말 그 환자에 대해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고요. 저에게는 소중한 환자와의 추억이죠. 쌓여가는 추억들을 인스타그램에 고이 모아놓으려고 간호사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답니다.

 

Q8. 인스타그램을 보다보니 선생님의 프리셉티한테서 받은 쪽지를 보았어요. 이렇게 후배로부터 감사의 쪽지를 받기는 힘든데 엄청 좋은 프리셉터셨나봐요. 감사의 쪽지를 받는 데 한 몫했다고 생각되는 프리셉티와의 일화나 선생님만의 프리셉터 장점이 있으실까요??

기억에 남는 프리셉티 샘과의 추억은 비위관으로 경관영양을 할 때 위 내용물을 흡인해서 잔량이 50ml이상이면 노티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신규 샘이 본 책에서는 500m l라는 거죠? 그래서 한참을 알아보니 병원간호사회에서 '잔량 확인하는 것을 정규적으로 측정하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간호사는 연차가 높을수록 공부해야 하고 신규 샘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신규 선생님에게는 최대한 근거를 기반해서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꼭 신규 책자를 끼고 알려줍니다. 저도 공부하는 자세로 저의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데도 최소화합니다. 그렇게 자세히 알려주다 보니 잘 알려준다고 주변에서 인정해주었어요. 그래서 “아? 내가 잘 알려주구나”를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현재는 임상에서 일하며 간호학과 학생들도 가르치는 겸임교수를 준비해 보려 합니다

 

Q9. 선생님의 간호사로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간호사 10년 차가 되면서 나에게 간호사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고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운 점도 많아요. 2024년에는 저에게도 간호사로서 새로운 해가 될 것 같아요. 2023년에 간호학과 대학원을 졸업을 하고 내년에는 간호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그와 동시에 간호사로서 역량을 더 넓히기 위해 내년에는 급성기 병동으로 로테이션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새로운 일과 새로운 병동에서 적응하려는데 저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하네요. 10년차에 신규간호사가 되는 것 같죠? 그런 저의 성장과정을 인스타그램은 통해 퍼스널 브랜딩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나라는 사람은 간호사와 뗄 수 없다면 병원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가치를 높이고 싶은 큰 목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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