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인 간호제도를 만드려면 의료법 내 직종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직종 간 수직적·위계적 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인 간호제도를 만드려면 의료법 내 직종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직종 간 수직적·위계적 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우리나라 간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면 의료법 내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위계성 등 비합리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 연구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영국, 프랑스, 한국의 간호제도 비교 연구: 법체계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발의된 간호법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해외 국가의 단독 간호법 유무다. 그러나 연구팀은 단독법의 경우 각국의 제도 모델과 법체계 유형에 따라 결정되기에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했다.

오히려 해외 제도를 참고하려면 해당 국가의 보건 제도와 법체계와 간호 관련 법령의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연구팀은 영국과 프랑스의 간호 관련 법령을 분석하고 이를 한국과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영국의 간호인력은 ‘보건 법률’을 근거로 한 ‘간호 및 조산협의회(NMC)’에 의해 관리된다. NMC는 법정도구에 명시된 권한에 따라 간호 및 조산 인력의 교육·수련의 질을 관리하고 전문직 등록·정지·최소를 총괄한다. 간호인력에는 간호사와 간호협업사(nursing associate)가 있는데 간호협업사는 간호사를 비롯한 전문직의 지도하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법령에서 간호 직종의 업무 범위를 명시하지 않지만 NMC의 직무능력표준을 통해 간호사가 수행하는 행위와 업무 범위의 실질적 내용을 규정한다. 다만 처방 관련 업무는 예외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데 지역사회 임상 처방 간호사, 독립 처방 간호사, 독립·추가 처방 간호사의 경우 처방 권한이 부여된다.

또한 업무 위임에 대한 법령에서는 업무를 위임받는 개인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업무 범위가 있기에 해당 직종이 업무를 위임하는 의사 등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보건법전’의 ‘의료협업인, 도움·돌봄사, 육아협업인, 구급대원, 치과보조사 직종에 관한 규정’에서 간호사를 다루고 있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간호사에게 부여된 역할 역시 공공보건법전에 규정돼 있으며 간호사를 보조하는 역할인 도움·돌봄사도 간호사와의 관계 속에서 업무가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예방, 보건교육, 수련, 감독을 담당하며 의료적 처방 없이 니코틴 대용품, 소독약품, 생리 식염수, 법령에 규정된 백신 접종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간호사의 의료적 처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데 의사의 지시와 반대되는 것이 없거나 담당 의사와 사전에 연락한 경우에 한정한다. 그 외에 간호 돌봄의 구체적 활동도 대한 내용도 법령으로 규정돼 있다.

연구팀은 영국·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보건의료직역이 수직적·위계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간호사에게, 간호사가 간호협업사 혹은 도움·돌봄사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책임을 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위임과 책임의 원리를 찾기 힘들며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관계를 보조적·수직적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국에서는 의료가 때로는 의사의 활동을, 때로는 보건 직종 일반의 활동을 지칭한다”며 “개념의 모호함은 간호를 비롯한 다른 직종의 보건 활동의 고유성을 축소하고 의사가 보건 직종 전체를 과잉 대표하도록 만든다.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의사이고 다른 직종은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는 인식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직종 간 위계 관계를 강화해 서로의 독립적인 업무를 인정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또한 직종 간 첨예한 갈등을 발생시켜 제도 개선을 위한 합의가 극도로 어려워진다”고 했다.

또한 의료법 등에서 간호 직종별 업무 범위 설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따. 영국의 경우 NMC가 정한 직무능력표준이 있으며 프랑스는 공공보건법전의 하위 부분에 개별 직종의 기능과 업무를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직종의 업무 범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각 직종의 기능과 업무를 상호 독립적으로 정의해 직종 간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작업이 수월하다”며 “반면 한국은 고유한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어렵다. 기존 직종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직종을 추가하는 등 업무 범위 조정 시 항상 직역 간 극렬한 대립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이에 우리나라 간호제도를 개선하려면 직종의 고유한 기능과 업무를 규정하고 직종 간 위계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의료법은 간호 인력의 명확한 업무 범위를 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간호 인력의 자율성이 인정되지도 않는다. 보건과 의료의 모호한 개념도 법령 전체의 체계성을 훼손한다. 즉 한국의 간호제도는 충분한 합리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간호제도의 합리적 모델을 구성하려면 직종별 고유한 기능과 업무를 규정해야 한다. 업무 범위가 정확할 때 유연한 조정도 가능하다"며 "직종 간 위계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영국·프랑스의 협업·위임·책임의 원리는 한국의 현 상황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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