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00건설 제주도 현장에서 안전팀 소속 보건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정지혜입니다. 건설 현장의 산업간호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 근무지에서 2년 4개월째 근무 중이고, 이전에는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병동 간호사로서 2년 1개월 동안 일했었습니다.

 

Q2. 보건관리자라는 직업이 생소하게 다가오는데요 ‘보건관리자’라는 직업에 대해 실무자로서 소개 부탁드려요!

제조업, 건설업, 호텔업 등 다양한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건강검진, 작업환경(소음, 분진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근로자 건강관리 업무를 합니다. 일단 실무를 주로 다루는 간호사와 다르게, 실무와 법적 서류를 병행합니다. 보건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의해 법적으로 선임되는 인력으로, 산안법에 의거하여 일한 것들을 증빙자료, 서류로 남깁니다.

저는 건설업에 종사하여 사무실이 바로 건설 현장 맞은편에 위치하여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현장 순회 점검을 나가기도 합니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함께 근무하기에 누구보다도 사계절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일 같아요. 혹서기(여름), 혹한기(겨울)에는 근로자들 근무환경개선을 위해 휴게시설 설치, 온열질환 예방수칙 포스터 설치, 겨울철 핫팩 나눔 행사 등 다양한 일을 기획하여 한답니다.

 

Q3. 보건관리자라는 직업이 조금 생소하다 보니 어떻게 보건관리자로 근무를 하게 되셨는 지 궁금해요! 선생님께서 보건관리자로 근무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보통 사람인 같은 채용사이트에서 구인구직할 수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지인을 통해 공고를 알게 되어 서류넣고 면접을 보고 합격했습니다. 아는 언니가 인스타 스토리에 ‘제주도 보건관리자 구함. 준공 2024년 1월. 숙소 제공’ 올린 걸 보고 ‘언니 저 하고 싶어요!’ 고 답을 보냈어요. 나중에 얘기해줬는데, 그 답을 보고 언니는 ‘얘가 왜 이러지, 병원 잘 다니고 있는 애가 진심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해요.

저는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불만족스러운 점, 힘든 점들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인스타 세컨드 계정에, 아이폰 메모장에요. 그것들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 이직 결심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이직을 위해 필요한 경력, 자격증보다는 이직 마음먹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스펙들을 쌓기보다 내가 지금 이것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나라 간호계에 약간 회의적인 마음이 들거든요. 병원에 할머니 간호사가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모든 간호사는 살면서 한 번은 탈임상을 하게 되요. 그게 이직이든 퇴사든 간에요. 언젠가 하게 될 탈임상을 위해, 유튜브에 탈임상 브이로그를 보는 것과 별개로 자신이 직접 브이로그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보건관리자는 산업안전위생관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간혹 자격증이나 간호사 면허가 있으면 우대해 준다는 공고들도 있고요. 영어성적은 중요하게 보는 것 같진 않습니다.

 

Q4. 건설현장의 특성상 타지에서 근무하게 되면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자발적으로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제주 현장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근무지에 대한 불만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역시 살아봐야 장단점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점은 제주살이 하며 돈과 경력을 쌓을 수 있다입니다. 불편한 점은 타지에서 혼자 산다는 점입니다. 물론, 회사 복지로 2주에 한 번 집에 보내주는데요. 해외 간호사도 고려해보고 있는데 지금이 약간 준비운동 같은 느낌입니다. 가족이나 엄마밥,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여실히 알게 되는 기회인 것 같아요.

 

 

Q5. 제주도에서 보건관리자로 근무하시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제주도에 사는 만큼 초반에는 가족,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서 좋았습니다. 집에서 재워주기도 하고 차로 같이 놀러 다니면 괜스레 뿌듯하더라고요. 또 남들은 여행와서 오르는 새별 오름을 퇴근 후에 자주 가기도 합니다. 가을 새별은 정말 예쁘거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특별하게 없지만, 이왕 제주살이 하는 거 뽕 뽑겠다 마인드로 한라산도 올라가고, 승마도 체험해 보고,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도 배우고, 서핑도 했어요. 남은 기간동안은 눈 쌓인 한라산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

 

Q6.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보건관리자, 둘에 대해 몸소 체험하고 있는 차이점은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 동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비슷하게 입사한 타 현장의 보건관리자 동기는 있지만, 반기에 한 번 직무교류회나 본사교육으로 만나는 게 전부입니다. 보건관리자는 안전팀 소속인데요. 안전관리자는 다수인 반면, 보건관리자는 한 명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공사 금액에 따라 다릅니다) 나라사랑 동기사랑이라고 할 만큼 병동에서는 큰 의지가 되었던 동기가 이곳 건설 현장에서는 없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욕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소중한 일인지 몰랐어요.

두 번째로는 내 말에 아무런 힘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는데요. 병원에서도 물론 환자나 보호자들이 의사 말에 더 호의적이지만, 적어도 간호사 말을 안 들으면 그들의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에 의료인인 간호사의 말은 어느 정도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곳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은 지키지 않으면 사망(추락 등의 사고 위험이 따르기에), 보건은…? 당장의 결과가 따르지 않으니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근로자가 많습니다. 근로자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자들까지도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역사가 짧아 직업병에 대한 통계가 1970, 8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마저도 놓친 통계들이겠죠. 그래서 진폐증, 소음성 난청 등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산업안전보건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을 적절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세 번째, 근무 여건이 병원보다 현저히 좋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일이 함께 몰리다 보면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를 세워 일을 해치웁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자주 있지 않을뿐더러, 어느 정도 제가 시기를 조절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던 몸과 생각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입니다.

 

Q7. 시간을 되돌려 간호학과를 선택하기 직전으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또 이직의 순간으로 돌아가신다면요?

일단 고등학생의 저는 먹고사는 일, 직업에 대해 엄청 겁먹고, 장벽이 높을 거라 생각했던 때라 돌아가도 간호학과를 선택할 거 같고요. 다만 수능특강 풀 시간에 책 읽고, 외국 드라마 영화나 더 봤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은 듭니다. 어떤 일이든 제안이 오거나, 비교적 자격증을 치렁치렁 달고 이직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고, 달에 적정생활비, 저축비가 떨어지는 일이라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경험치가 connecting dots으로 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현장이 준공된 이후에는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하고, 요가를 집중적으로 수련하고 싶기도 하고,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병원 밖의 세상이 아직도 궁금하거든요!

 

 

Q8. 보건관리자로서 이루고 싶은, 다다르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현장 근로자에게, 협력업체 관리자들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현장 일하다 보면 생각보다 욱할 때가 많거든요. 이미 너무 화를 내버린 게 아닌가 생각 들지만, 남은 기간 동안은 최대한 융통성있게 법적으로 지킬 건 지키고, 근로자와 관리자에겐 나이스하게 말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Q9. 선생님의 간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도 간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요. 남에게는 관대하고 베풀기 쉽지만, 자신에게는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신규 간호사 한 달 차에 너무 힘들어하니까, 중학교 친구가 기프티콘을 보내면서 이렇게 썼더라구요. ‘환자들 말고도 니 몸도 챙기면서 해 화이팅’ 저는 2년 1개월의 간호사 생활이 저를 더 성숙하게 바꿨다고 생각해요. 첫 직장이었던 만큼 쉽게 포기하면 다음번에도 포기하기 쉬워진다는 마인드, 아니 집착이 강했거든요. 이 꽉 물고 했던 그 기간이 내가 무얼 하든 지지해 주는 받침목이 된 것 같아요.

 

Q10. 마지막으로 보건관리자를 희망하는 신규간호사와 학생간호사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보건관리자 특성상 업종마다 현장마다 특수성이 모두 다릅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영향을 미치죠. (병동과 마찬가지겠지만) 하지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무례하고 모난 사람을 만날지라도 내가 정립되어 있고 단단한 사람이라면 끝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보건관리자는 2015년부터 법적으로 선임되도록 (건설업 공사 금액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공표되어 자료가 적고 근로자들의 보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병원 간호사로만 일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그런 생각이시겠죠. 이메일, 블로그 댓글로 고민이나 질문을 남겨주시면 되려 제가 힘을 얻기도 해요. 왜냐하면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기분이 들거든요. 원하시는 바를 꼭 이루시길 바라요!

 

Q11. 산업보건관리자도 근무하기 위한 선생님들의 꿀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독자들도 공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제가 2021년 9월 신규 보건관리자로 선임되었을 때,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더라고요. (현장에서 보통 보건관리자는 한 명이기에) 네이버 카페, 블로그, 구글을 통해 매일 검색했던 것 같아요. 보건관리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접근성이 더 쉬웠으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꾸준히 [보건관리자가 하는 일], 타지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일에 대한 [피쓰의 인사이트] 등의 글을 남기고 있어요. 또 건설현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어떤 점을 보건관리자가 눈여겨 봐야하는지 스토리, 피드로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건설업 보건관리자가 궁금하신 분들은 구경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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