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는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전담간호사(가칭) 양성 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일본의 인정간호사 제도를 차용해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간 차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세분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전담간호사(가칭) 양성 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학술세미나’를 열고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필요에 따라 배치하고 있는 전담간호사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담간호사는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업무 이외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간호사를 일컫는다. 의료기관이 숙련 간호사 중 자체 선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케 하고 있다. 지칭하는 명칭도 코디네이터, 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 등 다양하다.

일본간호협회 키자와 아키요 상임이사는 일본의 인정간호사제도를 소개하며 여러 평가기준을 통해 간호사의 성과를 지표화하고 이를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청년의사).

이날 세미나에서 일본간호협회 키자와 아키요 상임이사는 일본의 인정간호사제도가 도입된 과정과 그 성과를 소개했다.

일본의 인정간호사는 특정 분야에서 간호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상황에서 숙련된 간호를 수행하는 직책이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일본간호협회 주도로 지난 1994년 전문간호사제도가 출범한 이듬해인 1995년 제도화됐다.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석사 과정에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숙련 간호사가 필요한 현장 수요에 즉각 대응코자 마련했다.

인정간호사가 되려면 간호사로서 5년 이상 근무해야 하며 특정 인정 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후 교육과정을 거친 후 인정 심사(필기시험)를 통과하면 인정간호사가 된다. 이후 5년마다 심사를 받아 자격을 갱신한다.

 

교육과정은 현재 A과정과 B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A과정은 6개월 내 600시간을 교육받아야 한다. B과정은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제도로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특정행위연수를 포함하고 교육 기간을 1년 내 800시간로 늘렸다. A과정은 오는 2026년 종료 예정으로, 현재 대부분의 교육 기관이 B과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인증된 인정간호사는 2023년 3월 총 2만2,866명이다. 이들의 87.8%가 의료기관에 속해 있지만 개호보험시설, 방문간호스테이션, 기업 등에도 소수 근무하고 있다.

또한 지난 1998년부터 장기간 근무한 간호관리자를 대상으로 전문성을 인증하기 위한 인정간호관리자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5,001명이 있다.

일본의 인정간호 분야명과 전문간호 분야(자료제공: 대한간호협회)

전문간호사는 암간호, 유전간호 등 14개 분야에서 활동하는 반면, 인정간호사와 특정인정간호사는 각각 21개, 19개 분야에서 활동한다. 특정인정간호 분야는 인정간호 21개분야를 일부 통합했다.

일본 정부는 인정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진료 가산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키자와 이사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0월 ‘간호사 등의 확보 촉진을 위한 조치에 관한 기본지침’을 발표해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전문·인정간호사 자격 취득, 특정행위연수 수강 추진 등을 명시화했다.

키자와 이사는 “인정간호사 제도가 마련되기 전에 한국의 전담간호사처럼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배치한 간호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해진 역할이나 교육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후생노동성에서 ‘전문간호부 검토위원회’를 만든 후 일본간호협회에 협력을 요청해 함께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키자와 이사는 “한국에서도 평가 지표를 만들어 전담간호사의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평가 기준은 ▲의사 ▲간호사 ▲의료경제적 ▲환자의 관점에 중점을 둘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담간호사의 행위로) 의사의 업무 부담을 얼마나 경감했는지, 어떤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 환자가 만족했는지 등을 고려해 정책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어 “연구자들도 함께 참여했는데 이처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처음 시도하는 선구자들의 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협 서은영 이사는 많은 의료기관에서 전담간호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교육과 이에 따른 보상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간협 서은영 이사는 많은 의료기관에서 전담간호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교육과 이에 따른 보상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한국에서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담간호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보상과 양성을 위한 표준 교육 과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간협 서은영 이사는 간호연수교육원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담간호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 이사에 따르면 1차 설문조사 결과 전국의 96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17개 분야에서 전담간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각 병원마다 전담간호사를 배치한 분야는 제각각이었다. 구체적으로 ▲교육 ▲감염 ▲신장·투석 ▲장기이식 ▲장루·욕창 관리 ▲순환기 ▲호흡기 ▲당뇨 ▲응급 ▲정맥주사 ▲산부인과 ▲수술 ▲호스피스 ▲종양 ▲상담 ▲중환자 등의 분야에 전담간호사를 배치했다.

101개 기관이 참여한 2차 설문조사에서는 전담간호사의 업무, 교육, 보상 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41.6%가 전담간호사를 선발할 때 경력 위주로 선발하지만 그 외에 학위, 특별교육이수 여부 등도 검토한다고 했다. 경력만 고려한다는 곳은 11.9%였으며 기준이 없다는 곳도 20.8%에 달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전담간호사들은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었다. 76.2%의 의료기관이 전담간호사가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엔 그 비율이 85.2%에 달했다.

절반을 넘는 기관에서 전담간호사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64.4%는 전담간호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27.7%는 교육 과정이 전혀 없었으며 36.7%는 일부 전담간호사에게만 교육이 제공하고 대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전담간호사에게 교육이 제공된다는 곳은 6.9%에 그쳤다.

전담간호사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기관의 43.6%에서 전담간호사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었으며 6.9%는 대부분의 전담간호사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전담간호사 전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곳은 9.9%, 과반 이상의 전담간호사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곳은 10.9%에 불과했다. 그 외에 ▲직종에 따라 보상 8.9% ▲승진 등 기타 보상 3.0%도 있었다.

서 이사는 “보건의료 환경과 의료서비스 수요 변화에 대응하려면 분야별 교육 훈련체계를 마련해 간호사의 경력개발경로를 제안하고 의료기관이 전담간호사의 양성·배치 기준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간호인력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전담간호사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했지만,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간 업무 역량 차이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전담간호사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했지만,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간 업무 역량 차이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청년의사).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각양각색으로 운영되는 전담간호사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업무 분야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전담간호사 배치가 의료기관별로 운영되기에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동감한다”며 “일본도 간호협회가 나서서 인정간호사를 제도화했다. 우리나라도 간협 등 간호계 전문가들이 업무 분야별 역량과 필요한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정부가 필요한 체계를 마련하는 게 적절한 수순”이라고 했다.

임 과장은 “전담간호사가 제도화되면 전문간호사와 어떻게 달라질 지 의문이다. 석사 과정만 차이가 있는지, 별도의 교육 과정이 있는지, 역할 범위가 다른 것인지, 숙련도의 차이가 어느 정도 될지 등 잘 모르겠다. 간호계에서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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