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생힐링병원 박봉희 간호본부장은 혈액투석실 간호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봉생힐링병원 제공
봉생힐링병원 박봉희 간호본부장은 혈액투석실 간호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봉생힐링병원 제공

“고아원 출신 남편이 막노동해서 번 돈으로 수십 년 투석하던 환자가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사는 게 힘들어 그랬는지 두 분 다 치매가 왔어요. 지난해 남편이 먼저 돌아가셨는데, 찾아가 보니 무연고 사망자라 빈소도 없이 화장하더라고요. 그때 나중에 환자분 장례는 내가 꼭 치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뒤늦게 돌아가신 걸 알게 돼 마음이 아팠습니다. 의사가 ‘그 환자는 내 환자 아니고 박봉희 환자야’ 할 만큼 각별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 함께 일하자는 손길이 많았지만, 이런 환자들 외면하는 거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투석실을 못 떠난 거죠.”

부산 남구 봉생힐링병원 박봉희 간호본부장은 1986년 동구 좌천동 봉생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해 1988년부터 투석실 간호사로 성장했다. 2014년 간호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투석실 현장에서 나오기까지, 30년 가까이 매일 12시간 이상을 투석실에서 보냈다.

박 본부장은 최근 열린 대한간호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39년간 혈액투석 간호사 교육을 통한 후진 양성, 혈액투석실 현장 체계 정립, 〈최신 혈액투석 간호〉 공저 등의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근 고령화로 인해 만성콩팥병 환자가 늘면서 혈액투석 환자도 증가세를 보인다. 콩팥은 한 번 기능을 잃으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말기 콩팥병 환자는 이식과 투석 외엔 치료 방법이 없다.

박 본부장이 공저자로 참여한 표지.

“투석 환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3, 4번은 병원에 와야 합니다. 4시간 동안 누워서 바늘 꽂고 기계에 매달려 있는 것을 평생 반복해야 하는 거죠. 저와 32년간 함께한 환자도 있어요. 간호사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투석실 간호사는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중요한 만큼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물었다. “환자를 이해하면 대부분 잘 해낼 수 있어요. 그래도 유일하게 좀 갖췄으면 좋겠다 싶은 건 사람에 대한 애정입니다. 가슴에 ‘간호’가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요.”

박 본부장은 공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발전하지 않는 학문이 없듯 투석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대 투석실이 여인숙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오성급 호텔 수준이에요. 단순하게 피만 걸러내던 기계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주는 기계로 바뀌었죠. 그냥 똑같은 기계를 돌리는 것 같아도 필터나 시간 등 적용을 다 달리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어요. 그러니 그걸 따라가려면 간호사도 공부해야 합니다.”

환자들의 사회 복귀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했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사회 복귀가 아니라 본인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복귀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부라면 가정생활을 하고 학생은 공부하고 직장인은 일을 하는 거지요. 의료진이 좋은 컨디션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환자가 절망하면 결국 몸도 망가지는 것 같아요. 의료진을 믿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외롭지 않게 해줘야 하고요. 사회 전체적으로는 장기 기증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산시병원간호사회 회장과 부산시간호사회 제1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후배 양성에 관한 생각을 말했다. “신규 간호사를 제대로 교육하는 거점센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니들링 같은 기술적인 것 말고 진짜 환자를 제대로 보는 간호사를 만드는 시스템 말입니다. 또한 간호사들이 간호 업무 범위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꼭 필요합니다.”

 

 

출처: 부산일보(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1207174646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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