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정신의학과에 온 지 얼마 안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이 업무에 어려움을 토로하자 30년 차 베테랑 보호사인 윤만천(전배수 분)이 위로를 건네는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정신의학과에 온 지 얼마 안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이 업무에 어려움을 토로하자 30년 차 베테랑 보호사인 윤만천(전배수 분)이 위로를 건네는 장면.ⓒ 넷플릭스

정신질환을 편견 없이 그려내 호평을 받는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아래 <정신병동에도>). 극 중에서 조증 상태의 환자가 발가벗은 채 뛰어다니거나 불안장애 환자가 돌발행동을 할 때면 간호사들은 애타게 외친다. "윤 보호사님!" 30년 차 베테랑으로 등장하는 윤만천(전배수 분) 보호사가 환자들을 안전히 강박하고 나서야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신체보호대를 착용시키고 진정약물을 투약한다. 

그동안 정신병원을 다룬 드라마는 있었지만 정신건강보호사(보호사)라는 직업을 제법 비중 있게 등장시킨 건 <정신병동에도>가 처음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호사는 의료진과 환자를 이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수시로 환자를 근접관찰하며 상태를 살피고 치료 프로그램을 보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보호사들의 폭행이 보도되면서 환자를 괴롭힌다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20년 차 정신건강보호사로 근무 중인 한경대 보호사는 환자에게 폭행당하기도 하는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환자를 치료하는 건 아니지만 병동에서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고 보호한다"라며 "계속 환자와 눈을 맞추다 보면 응답한다. 정든 환자가 회복돼 사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호사는 국가공인자격증제도도 없고 전문 교육 시스템도 부재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한 보호사도 "과거에는 몸 쓰는 직업이라는 편견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직업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한경대 보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환자 폭행? 소수의 이야기... 보호사는 인내와 경청의 직업" 

▲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와 만난 한경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보호사가 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와 만난 한경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보호사가 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 드라마 같은 미디어에서 보호사들은 '환자를 제압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우리가 의사처럼 약을 처방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병동에서 환자들과 가까이 부대끼고 어울리며 관찰한다. <정신병동에도>에서도 보호사가 스테이션에 있는 장면이 자주 없지 않나? 항상 병동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오늘 저 환자는 왜 말을 안 하지' 싶으면 말도 한 번 걸어보고, 보드게임도 같이 하고, 환자와 소통한다. 저는 오래 해서 그런지 환자의 눈빛만 보면 딱 느낌이 온다. 감정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내는 '액팅아웃' 낌새가 있으면 병동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어 그 환자를 집중 관찰한다."

- 보호사의 강박 업무는 어떻게 하나.

"강박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 혼자보다 2~3명의 보호사가 붙어서 환자가 '다치지 않게' 진행한다. TV에는 보호사들이 환자를 때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자극적인 장면들만 나오는데 그건 소수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보호사가 혼자 140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해서 입원한 환자에게 '방장'을 맡기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인력이 부족했고, 강박하는 과정에서 폭력도 있었다. 그때는 환자가 액팅아웃을 하면 바로 '강박 후 약물 처지'가 기본이었다. 지금은 인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현장에 안착됐다. 보호사들도 환자가 안정될 때까지 다치지 않도록 잡고 진정시키려고 설득한다."

- 보호사가 '신체 능력'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맞다. 병원도 예전에는 '알음알음' 몸 잘 쓰는 남성을 추천받아서 채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호사들은 환자가 어떤 말을 하든 들어주고 인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간혹 환자들이 욕설이나 상처 되는 말을 하는데 그건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 때문이다. 물론 보호사도 인간인지라 마음이 상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인내가 중요하다. 환자도 처음부터 터놓지 않는다. 그렇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눈을 맞추고 관심을 보내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속마음을 꺼내준다."

- 24시간 내내 환자들을 관찰하나.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 낮 근무 때는 다른 근무자들도 있지만, 나이트와 새벽 근무 때는 병동 하나를 혼자 관리하기도 한다. 새벽에 환자가 용변을 아무 데나 봐서 치운 적도 있다. 혹시나 사고가 터지면 바로 대응해야 한다. 보호사의 역할은 위험 예방과 즉각적인 현장 투입 성격이 강하다."

정신병동 근무 보호사의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4개년 정신의료기관 직무별 현황'에 따르면 보호사는 2021년 기준 3590명으로 3년 사이 26.9%나 증가했다. 2018년 2828명, 2019년에는 2930명, 2020년에는 2904명이었다. 다만 해당 통계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보유한 보호사의 수만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근무 보호사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3교대에 업무강도 '헬'이지만 그래도 버티는 이유는..."  

▲  한경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정신건강 보호사.
▲  한경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정신건강 보호사.

-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환경은 어떤가?

"50 병상인데 그중 1인실은 7곳이다. 창살도 없고 TV도 있고 쾌적하다. 샤워실, 세면장도 있다. 전반적으로 환자를 오래 입원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사회 복귀가 우리 병원의 1순위 가치다."

- 몇 명의 보호사가 근무하나.

"15명이 근무한다. 도립이어서 다른 곳보다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도 엄밀히 따지자면 '보호사'라는 직책은 없다. 정신건강보호사가 법적으로 인정 받는 직종이 아니어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은 간호조무사인데 보호사 업무를 맡는다. 도가 보호사를 고용하면서 급여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교할) 기준이 없어서 난감해 했다. "

1982년 개원한 경기도립정신병원은 민간 기관이 맡아 운영했으나 만성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재수탁을 포기했고, 2019년 5월 폐원했다. 도는 이후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2020년 2월 24시간 진료·관리체계를 갖춘 새로운 도립 정신병원을 개원했다. 병원 운영은 도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이 맡는다.

- 아직 정신건강보호사 자격증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가.

"우리 현실이 그렇다. 보호사들은 몸으로만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수습하고 병동 관리하다가 자해-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가 난리 나면 정말 헬이다. (노인 요양 간병인들이) 요양보호사라는 하나의 직종으로 인정받았듯 보호사들도 법적으로 (국가자격증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적으로 교육 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서 정신의료기관 간호인력 기준은 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13명이고, 이 중 1/2 이내에서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 여기서도 보호사는 누락돼 있다."

- 근무환경도 열악할 것 같다.

"직업 특성상 폭행에 자주 노출된다. 우리가 환자에게 100번 맞으면 참고 견뎌야 하지만, (의료진 지도 하에) 강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퇴사 각'이다. 해고에 굉장히 취약하다. (고의가 아니었음에도) 환자나 보호자가 계속 컴플레인을 걸면 퇴사하는 게 부지기수다. 액팅아웃 환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보호사가 폭행을 심하게 당해도 환자 보호자와 합의하거나 병원 측 배려로 쉬는 게 전부다. (심지어) 다른 병원에서 일할 때는 병원 명의로 사들인 밭에서 배추를 뽑아 김장도 하고, 쌀도 날랐다. 별 잡일을 다 했다.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해서 대다수 보호사들이 최저임금을 받는다. 연차가 쌓여도 연봉제를 적용받아 업무 대비 적은 돈을 받고 일한다."

- 힘든 보호사 일을 19년째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병원에선 (주로) 급성환자를 24시간 진료하는데 치료를 적기에 받으면 드라마틱하게 증상이 호전된다. 환자의 질환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환자가 삶을 놓지 않도록, 안전하게 진료받도록 돕는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다. (정신병동이) 최후의 보루 같다. 정든 환자가 회복돼 사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말로 다 할 수 없이 뿌듯하고 보람차다. '응급실 뺑뺑이'가 요새 사회적 문제 아닌가. 경기남부경찰서 위기대응센터 경찰관들이 항상 '경기도립정신병원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 때도 한창 바빴다."

- 코로나 때는 왜?

"저희 병원에 음압병동도 있어서 코로나 때 많이 바빴다. 정선에 사는 급성 정신질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치료하기도 했다. (기자: 코로나 때 정신질환자의 의료 접근성은 생각 못했다) 아무래도 대부분 소외돼 있는 사람들 아니겠나."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나.

"우리는 환자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인사하는데 생계가 어렵자 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오히려 병원이 좋다더라. 가족도, 사회도 모두 그 사람을 외면했다. 다시 얼굴을 보며 '잘 왔다. 괜히 참다가 더 아프지 말고 우리 병원에서 잠깐 쉬라'고 말했다. 정신병동에 온 환자들 대부분 마음에 감기가 걸린 사람들이다. 위험하거나 폭력적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았으면 한다."

▲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로비. 이 병원의 정신건강보호사들은 의사·간호사들과 함께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이송되는 급성(응급) 정신질환자를 24시간 치료(진료)하고 보호한다.
▲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로비. 이 병원의 정신건강보호사들은 의사·간호사들과 함께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이송되는 급성(응급) 정신질환자를 24시간 치료(진료)하고 보호한다.

 

 

출처: 오마이뉴스(https://v.daum.net/v/2023112417360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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