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천참사랑병원 남성정신재활병동 수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신건강간호사 이경주입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병원 간호사로 2년 6개월 정도 근무를 했고, 이후에 대한간호협회를 거쳐 간호대학 전임교수로 근무하였습니다.

29살부터 대학 강의를 시작해서 쭉 강단에 서왔기 때문에, 간호학과 교수로 불리는 게 가장 익숙했는데, 작년에 대학을 퇴사하고 “간호사 혁명 시대”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최근에는 작가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재는 전국에서 마약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병원으로 유명한 인천참사랑병원 간호본부에 소속되어 정신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간호와 간호관리자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요. 인천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활동가로 심리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 상담 활동, 또 외부 강의 등을 진행하며 대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대학 시절 신학자를 꿈꾸셨지만 대학원에서 간호학을 배우시고 간호학 교수님까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흔치 않아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 과정이 좀 긴데, 최대한 줄여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아 신학대를 진학해서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목사님께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 전공은 상관없고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는 게 더 중요하니, 학부는 간호학과를 가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간호사는 신체적인 질환만 다루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목회를 할 때 간호사 출신이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사님의 권유에 간호사 면허만 딸 생각으로 간호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딱히 간호사가 되겠다는 비전이 없었고, ‘빨리 졸업해서 면허 따고 신학대학원에 가야지’하는 생각만 가득했었습니다.

그렇게 대학 졸업을 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그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종합병원에 입사를 했는데, 그 때 간호사의 새로운 진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학은 잠시 미뤄두고 간호사를 몇 년 정도 경험을 먼저 해보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막상 간호사를 하려고 결심하니까, 이왕하는거 제대로 간호학 공부를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간호사 경험을 대학병원에서 새롭게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대학병원 공채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때마침 대한간호협회 간호사신문사에서 3개월 인턴기자 채용을 하였고, 3개월 간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대한간호협회에 입사를 했습니다.

입사를 하고 보니 생각보다 간호협회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고 즐거웠고 보람도 되었습니다.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협회에서도 정직원으로 전환하여 장기 근무를 해주길 요청하셔서 대학병원 입사는 포기하고 협회에서 경력을 이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신문 취재기자는 기자협회에 등록된 정식 기자이면서, 대한간호협회에 소속된 직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전국 간호사들을 인터뷰 하고 학술대회나 보건의료계 각종 행사들을 취재하는 일을 했고, 협회 직원으로서는 간호사들의 권익을 높이는 일에 기여하며 간호사로서 매우 뜻 깊은 업무들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임신, 출산의 이유로 부득이 간호협회를 그만두고 대학원 졸업 후 자연스럽게 간호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대학원 학위를 소지한 간호사로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했는데 특별히 제가 간호대학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은, 제가 청소년 및 20-30대 청년들의 삶과 행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가정 문제로 힘들어하고 상처받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 외부에서 안정을 찾고자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이들이 가정에서 조차 위로 받지 못한다면 최소한 학교에서는 사랑과 위로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들도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품어주는 따스하고 자애로운 교수가 되어서 세상에 믿을만한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는 교육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또 종교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간호협회를 그만두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면서 그 당시 제 미래 비전을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하며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심장이 떨릴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으로 기도 응답을 받았는데, 제가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정문을 통과해서 캠퍼스에 발만 내디디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대 젊은 학생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교수가 저의 사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마음껏 사랑을 전하는 교수가 되어야겠다고 각오하고 전공을 살려 간호학과 교수가 되었습니다. 

 

 

Q3. 강동대학교 간호학과 전임교수로 생활하셨던 경험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어떠한 과목을 가르치셨었는지, 교수라는 직업이 임상간호사와 비교하면 어떠한 부분에서 가장 다르다고 느끼셨었는지 궁금합니다. 

간호대학생 시절부터 저는 간호조직과 간호문화, 간호인력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환자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상냥한 미소를 보이며, 환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간호사들이 스테이션 안에서는 날카롭게 서로를 공격하며 태우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폐쇄적인 간호조직의 답답함과 개선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곤 했습니다.

왜 간호조직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절대 변할 수 없는 조직인 것인가? 이런 부정적인 질문을 반복하며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때마다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간호사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장점의 힘이 모인다면 반드시 간호조직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사과정에서 간호인적자원과 간호조직에 대해 연구하는 간호관리학을 전공했습니다. 때문에 전공을 살려 대학에서는 간호학개론, 간호관리학, 간호관리학실습, 보건의약관계법규, 학교보건, 간호연구 등 조직관리와 이론 위주의 과목을 맡았습니다.

교수와 임상간호사의 차이점은 크게 교수는 이론과 연구에 집중을 하고, 임상간호사는 그 이론을 실무에 적용한다는 것이 대표적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2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첫째, 대상의 차이입니다. 간호사는 환자와 가족에게 직접 간호를 제공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건강, 약물, 생활 습관 개선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서 그들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바꾸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입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그들의 삶을 나아지도록 돕는 사람으로서 하는 일 자체는 간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자가 환자에서 학생으로 변한 것일 뿐, 여전히 간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와 연구 외에도 학생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둘째, 교수는 당장 무언가를 개선하기 보다 거시적인 정책이나 규정 등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보고서, 연구 등 문서와 씨름하는 시간이 상당히 긴 직업입니다. 모든 일을 할 때 계획보고서, 결과보고서, 회의록 등 근거 자료가 문서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행정 중심 업무가 주를 이룹니다. 

반면 임상간호사는 문서를 제작하는 것 보다 환자들의 실제적인 문제를 바로 바로 해결해 주는 미시적 접근의 업무가 주가 됩니다. 개별 맞춤형 간호를 하기 위해 창의력을 도출하고, 그것을 실무에 적용하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역동적인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임상간호사는 지금 당장 실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고, 교수는 먼 훗날 변화를 대비하며 현재는 연구와 보고서 작성에 중점을 두는 이론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젊어서는 임상에서 발로 뛰고, 나이가 들고 교수가 되어 본인의 실무 경험을 이론에 녹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는 반대로 이론과 연구에서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을 직접 발로 뛰며 해결해 보고자 교수에서 간호사로 경력을 바꾼 드문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Q4. 현재 전임교수를 그만두시고 임상간호사 생활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어떠한 마음으로(임상으로 돌아가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 이러한 선택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그들에게 용기와 소망을 주고 싶어 선택했던 직업이 교수였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학생들에게 간호사로서 비전을 심어주고, 좋은 간호사가 되도록 독려했습니다. 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교수님, 저 교수님 말씀대로 진짜 멋있는 간호사가 될 거에요!!”라는 포부를 말하고 저 역시 그렇게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어서 다시 연락이 올 때는 실망감이 잔뜩 묻어있는 우울한 목소리로 “교수님, 저는 좋은 간호사는 못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가 문제가 아니야, 넌 충분히 좋은 간호사가 될 자질이 있어, 할 수 있어.” 이렇게 용기를 붇돋아 주었지만, 졸업생들이 봤을 때 저는 일찌감치 임상에서 벗어난 탈임상 성공자일 뿐이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임상에서 잘 견디라고 조언하는 당신은 정작 일찌감치 임상을 떠난 교수가 아닌가요? 교수로서 말하는 건 쉽죠.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없었지만, 학생과 통화를 끝내면 제 안에서 스스로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과의 괴리에 끊임없이 고통 받는 제자들을 보면서 저 역시 반복되는 괴리감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교수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학생들은 내가 부여해 준 헛된 희망에 괜히 기대를 걸었다가 차가운 현실을 마주할 때 더욱 좌절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 말이죠.

문득 내가 교수로 계속 머물러있다면, 그저 좋은 말이나 덕담을 건네는 위로자는 되겠지만, 힘겨워하는 간호사들의 실재적인 고충을 깊게 공감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만 위로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그들이 살아가는 삶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은 고민을 끌어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교수로서 이론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현장의 전문가로 현장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싶다는 새로운 포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 학생들 중에 자해, 자살 시도, 약물중독, 게임중독, 스트레스 등 크고 작은 정신적 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들에게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정신건강간호사 수련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5. 현재 근무 중인 부서에서 이루어지는 간호사의 업무(맡고 계시는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병동은 남성정신재활 폐쇄병동이면서 정신과적 위기ᆞ응급상황 대상자를 격리하여 케어하는 격리실과 관찰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격리실은 인천시와 협약을 맺고 정신응급병상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정신응급병상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면서,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정신건강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병실은 폐쇄병동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상자가 외부와 단절되어 일상을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고 회복하여 지역사회에 잘 복귀하여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바이탈 측정, 투약, 드레싱, 차팅, 관장 등 급성기 병원에서 하는 기본적인 간호 실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하고 있지만 정신병동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상담, 즉 정서적 지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마음 여는 것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또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 가족 역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의 심리적 지지를 위한 상담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개인위생관리가 안 되는 환자들도 많아 그들의 손발톱 관리, 정리정돈, 위생관리, 규칙적 생활습관 형성 등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환자들의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같이 보내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간호사로서는 병동 인력과 환경을 관리하고 있고, 병동자치회의 ‘너나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운영하면서 환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발전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6. 정신과는 간호사가 환자의 치료적인 도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써야 할 듯 해서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환자를 케어하는 것에 있어서 특별히 주의하는(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개인적으로 정신과 입원 환자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감정선이 더 예민하고 타인의 반응에 더 민감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말투나 행동, 표정, 몸짓에도 환자들이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고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대하고, 혹시라도 무심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환자들이 말 할 때 시선을 마주해서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사회에서 상처받은 환자들이 저의 진심을 느끼면서 꽁꽁 얼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는 지점들이 보일 때 말할 수 없이 큰 보람을 느낍니다.

 

Q7. 사람들이 정신과 환자에 대해서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지역사회에 있는 환자들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예민하고 정신적인 취약상태에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 질환이 발병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면역력이 높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죠. 같은 충격을 받아도 무덤덤하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충격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퍼서 결국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도 있는 거죠.

남들보다 더 많이 아파하고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는 이유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그냥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동일하게 대해주시면 될 것 같고요. 혹시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면 상처를 주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망상이나 급성 조울증, 인격장애 등 자타해 위험성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기 상태의 환자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내 스스로 어떻게 해결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정신의료기관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으로의 연계를 도와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초기에, 적절한 시점에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Q8. 선생님의 SNS를 통해 ‘ERACEO(시대를 이끄는 정신건강전문가)’ 라는 로고를 만들어 활동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떠한 뜻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이러한 활동을 하시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무엇으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ERACEO(에라세오) 로고의 뜻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이 이경주라서 가끔 달리기 경주할 때 사용하는 race 단어를 별칭으로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ERACEO에 있는 race는 경주, 즉 제 이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앞에 E는 제 성이 "이"씨여서 이기도 하고, "electronic"의 의미도 있어요. eSPORTS 이런 것처럼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보전문가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O는 제 남편이 "오"씨거든요. 남편과 아들의 성을 따라 썼습니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따로 있어요. ERACEO를 ERA와 CEO로 나눌 수 있는데, ERA는 시대를, CEO는 최고경영자를 의미하고 있어요. 즉, 시대의 리더를 뜻한답니다. 

결론적으로, 저라는 사람을 의미하는 뜻이 조각조각 모여 이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로고를 직접 제작한 이유는 3가지 정도가 있어요.

첫째, 명함 로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기자, 교수,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저에게는 명함이 있었는데요. 그 명함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만들어 준 명함이기 때문에, 현재 소속 기관과 이름, 연락처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전공은 무엇이고 무슨 일에 관심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죠. 그래서 굳이 말로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명함으로만 저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개인 명함을 제작했습니다. 

둘째,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할 때여서, 블로그의 정체성도 필요했습니다. 누가 왜 운영하는 블로그인지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셋째, 제가 외부 강의를 할 때 강의 PPT 디자인 로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디자인도 좋지만, 저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이 뜻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렇게 3가지가 현실적인 이유고요.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앞으로는 개인 브랜딩이 더욱 중요해지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알리는 홍보 역시 더욱 중요해질 것 이라고 생각을 하며 만들게 되었습니다.

간호 분야에서는 간호사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만드는 역할, 즉 롤모델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직관적으로 저를 기억할 수 있도록 개인 브랜드를 이미지화 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즉, ‘간호사 이경주’를 떠올릴 때 동시에 ‘시대를 이끄는 정신건강전문가 ERACEO’가 자동으로 떠오르도록 이미지화 시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호 이외 분야에서는 일반 대중들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정신건강 관련 정보가 필요할 때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에 기반한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데, 누가 전문가인지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정신건강에 관련된 정보나 상담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로고를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제 브랜드 이미지 ‘ERACEO’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 할 듯합니다. 잘 지켜봐주세요~^^

 

Q9.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예전에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것을 직업으로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목사가 되겠다, 간호사가 되겠다, 교수가 되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교수가 되고 나서는 나는 이제 내 꿈을 다 이루었구나, 정년까지 열심히 근무해서 좋은 교수가 되어야지 이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교수를 그만두고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서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하는 생각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지 이렇게 정해놓지는 말자, 대신 진짜 멋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자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요즘에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고, 그 진심이 확산되어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구성원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보자는 각오를 다집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현재 제가 집중하고 있는 주안점이 3가지 정도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제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제가 소속된 직장에서 일을 성실하게 잘 해내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저를 포함한 간호사들이 최고의 역량을 낼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협력ᆞ소통하며 업무 성과를 한 단계 더 높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스토리를 활자로 정리해서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싶고요. 또 외부 강의 활동도 지속적으로 병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신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일례로 현재 정신건강간호사 단체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국내 정신건강간호학 서적도 해외 번역서에 국내 동향을 조금 추가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요. 국내 정신간호사들이 정신재활과 중독 분야에서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재를 개발하고, 정신간호사 체계를 확보하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짧게 정리하면 강연, 저술활동을 하면서 직장에서는 더욱 인정받고 정신간호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간호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Q10. '간호사 혁명 시대' 라는 책을 출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을 내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간호사들이 좀 더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길 바랬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매 순간 나 자신보다 타인의 건강과 회복, 행복한 삶을 돕는 직업이잖아요. 개인의 이익이나 회사의 매출을 목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정성을 쏟는 엄청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근무환경이 힘들고 월급이 적고 등등의 외부적인 문제로 이 소중한 직업의 가치를 잊는 간호사들이 꽤 있더라고요. 외부적인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간호사 직업 자체의 본질적 가치는 너무나 귀한 것이기 때문에 그 가치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병원에 취업하지 못해도, 이직을 자주 하더라도 형편없는 간호사가 아니라,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 하루 하루가 엄청 멋진 간호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간호문화를 긍정적으로 만들면서 간호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간호사에 대한 존경심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간호사가 진취적이고 건강한 간호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자산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책을 통해 간호사들 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간호사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기여하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간호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의 하루는, 단순히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만, 간호사의 하루는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엄청난 일입니다.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여러분 모두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조금 더 자랑스럽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대한민국 간호사 여러분의 빛나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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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 @eraceos

블로그: blog.naver.com/era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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