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20대 초반의 한국여성이 미국으로 떠났다. 문화도 낯설고 영어도 잘 못 하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워싱턴주립대 간호학과에 진학한다. 간호사로서의 삶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캄보디아 선교사로 여생을 바치기로 한 성진숙(72) 간호선교사 이야기다.

그는 지난 19일 전북 한일장신대(총장 채은하)가 수여하는 ‘서서평상’을 받았다. 이 상은 간호선교사로 사역하면서 한일장신대를 설립한 서서평(1880~1934) 선교사의 업적을 기려 제정됐다. 서서평 선교사는 1922년 광주에 여성 전도를 위한 전도부인 양성학교인 이일성경학교를 세우면서 한일장신대 설립의 기틀을 닦았다.

올 ‘서서평상’은 서서평 선교사가 초대회장을 지낸 대한간호협회 100주년을 맞아 간호 선교에 일생을 바친 성 선교사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성 선교사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뒤 미국 간호사가 된 성 선교사는 미 공군 간호장교로 입대해 전 세계를 누볐다. 그는 주로 영국 주둔 미국 공군 부대에서 복무하다 소령으로 전역했다.

성 선교사는 이때부터 복음 들고 세계로 향했다.

1999년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간호학 교수로 나선 게 선교의 출발점이었다. 미국 국적인 성 선교사는 중국을 거점으로 북한 선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캄보디아로 선교지를 옮긴 건 60세가 되던 2011년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성 선교사는 “세계기독간호재단 파송을 받아 캄보디아 시아누크대 간호대 학장을 지냈고 현재는 라이프대 간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면서 “어린 학생들은 만나면서 남은 생 동안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파종하기로 하나님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세계기독간호재단(WCNF)은 1998년 미국의 원로간호사들이 중심이 돼 창립한 선교단체로 간호선교사 양성과 파송, 간호대학 설립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라이프대와 북한 평양과학기술대 간호대학 설립에 참여했다.

성 선교사는 교수 사역뿐 아니라 현지에 교회와 유치원, 보건의료원 등을 세우고 10년이 넘도록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에게 선교란 어떤 의미일까.

성 선교사는 “복음으로 날로 새로워지는 삶을 사는 나의 경험을 여러 이웃과 나누고 전하는 게 선교이지 특별할 건 없다”면서 “서서평상을 주신 것도 세계 방방곡곡에서 간호선교사로 헌신하는 많은 선교사를 대신해 격려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날 위한 상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도 전액 WCNF에 기증했다.

성 선교사는 “하나님 덕분에 간호사로, 미군으로 복무했고 전역 후 이렇게 왕성하게 선교사로 활동하는데 오직 감사할 뿐”이라면서 “나는 결국 해야 할 일을 하는 하나님의 종일 뿐인 만큼 캄보디아로 돌아가서도 ‘죽도록 충성하는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8796058&code=612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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