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CCU에서 일하고 있는 6년 차 간호사입니다. 이 병원, 이 부서에서 간호사로서 첫 시작을 하였고 지금까지 부서 이동 없이 쭉 근무중입니다.

 

Q2. CCU(심혈관계 중환자실)는 특수파트이고 특히 icu를 희망하는 사람이 발령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부서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는지, 선생님의 원티드 부서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신규로 입사했을 때 TO가 있는 부서를 먼저 알려주시고 그중에서 원티드를 말하면 최대한 반영해 주셨습니다. 당시 CCU TO가 2명 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원해서 그 자리에서 최대한 똑 부러져 보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덕분인지? CCU로 발령받을 수 있었습니다ㅎㅎ. 입사 전 가장 원하는 부서는 수술방이었는데 수술방은 TO가 없었고 수술방이 아니라면 특수파트를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CCU외에도 SICU, ER에 TO가 있었는데 CCU가 특수 파트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부서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3. 중환자실을 배치받으면 수많은 약물과 기계를 익히느라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여러 어려운 점이 있으셨을 텐데요. 신규 간호사 시절에 선생님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적응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나의 작은 실수로도 환자가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약물을 공부하고 기계를 익혀도 분명 실수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항상 두려움을 안고 일하는 것 같습니다.

신규 때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관찰하고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해볼수록 능숙해지기 때문에 지식과 스킬을 쌓으려고 부지런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맞는 동기와 후배, 좋은 선배 덕에 지금까지 그 어려움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점, 모르는 것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기 보다 함께 고민하고 더블 체킹하면서 실수를 줄여나갔고 제가 어떠한 사건으로 멘탈이 흔들릴 때 잘 이끌어 주는 선배가 있어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Q4. 임상에서 힘든 점도 많으셨겠지만 즐겁고 뿌듯한 경험도 하게 되는데요. 중환자실 간호사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 특히 CCU의 매력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점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CCU의 가장 큰 장점은 active 한 분위기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ICU 에는 VENT, CRRT, ECMO care를 하는 bed ridden 환자가 많은데 저희는 시술 환자가 많아 alert하고 소통이 되는 환자가 타 ICU보다 많습니다. 시술 환자의 경우 이벤트가 생기지 않으면 입원, 전동 후 1~2일 정도 머무르고 일반병동으로 전동 혹은 원하게 됩니다. 또 순환기내과 환자를 보는 병동 특성 상 CPR 상황도 잦고 post CPR 환자도 많이 받기 때문에 acute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CCU는 ICU ,ER, 일반병동을 다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모든 CCU가 그런 것은 아니고 저희 병원 특성일 수 있습니다) 저희들 끼리 자주 쓰는 표현으로 ‘치고 빠지는 환자가 많다’ 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ㅎㅎ 특히 신규때는 중환도 보면서 신환도 받고 퇴원도 보내야 해서 익혀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전동, 전입, 입원, 퇴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의 행정, 전산 업무도 많고 ‘보호자’도 계속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중환을 보는 것만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건강을 회복하고 나가는 환자들도 많이 볼 수 있고, 재원 기간이 긴 장기 입원 환자를 보는 것이 지루하고 힘든 선생님들은 저희 부서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5. CCU에서 환자를 돌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신경써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환자의 작은 변화도 잘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간호사만 알아채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상 검사나 피검사 이외에도 환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은데 이런 symptom 과 sign 은 간호사가 내 환자에게 얼마나 관심 가지고 섬세하게 살피느냐 따라 알아챌 수도, 모르고 지나갈 수 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변화를 잘 캐치해서 환자가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모습을 보는 것 만큼 뿌듯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CCU 에서의 상황에 적응해 보자면 순환기 질환 환자의 경우 대부분 부정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12 lead EKG f/u을 하지만 EKG rhythm은 예고 없이 자주 변하고 완전한 abnormal 이 되기 전 작은 변화를 빨리 알아채면 환자가 악화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거나 처치할 수 있습니다. 또 arrest 환자 중 arrest 전에 lab이나 EKG는 normal 인데 환자가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심하지 않은 통증, agitation 이나 식욕 감퇴, 기력 저하, Nausea 등의 증상을 먼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사나 보호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 간호사가 예의주시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흔히 '촉'이 생긴다고 하는데 저는 단순히 촉이 좋아지는게 아닌 환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섬세한 관심, 이러한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생긴 간호사만의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연차가 쌓인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나 따라 다르다 생각합니다!)

 

Q6. 6년이라는 시간동안 근무하셨기 때문에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계신 줄 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이런 부분에서는 어려움을 느낀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을까요?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습니다. 사회생활 하시는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 90% 이상이 동일 성비인 점, 인수인계를 주고 받고 나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점, 내 실수로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병원 내에서 인간관계는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연차때는 그저 선배와의 관계가 제일 힘들었는데 중간 연차가 되니 선배 + 후배와의 관계, 예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관리자와의 관계도 참 힘이 듭니다. 아직도 인간관계에서는 뭐가 답이다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저 상황에 맞게 내가 최선이라 생각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모든 일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고 때로는 상대와 상황에 맞추되 제 신념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나이가 더 들고 임상에서 벗어나도 인간관계는 가장 힘든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7. SNS 에서 ‘간호사 하기 싫은 간호사’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해당 이름을 선택하신 이유,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정말로.. 간호사 하기 싫어서 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그 동안 사직 면담 한번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병원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3교대 근무, 항상 바쁜 병동 업무, 변하지 않는 간호부(+복지)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ㅎㅎ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는 제 적성에 잘 맞고 환자와 병원의 입장에서도 저는 도움이 되는 간호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삶의 질을 생각하면 간호사 그만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간호사를 꿈꾸는 분들께는 실망스러운 대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간호사를 계속 하는게 맞는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퇴사를 하자니 그 동안 쌓아온 경력과 시간이 아까웠고 퇴사할 용기도 부족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막연하게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간호사 하기 싫은 저의 솔직한 마음을 담고자 '간호사 하기싫은 간호사' 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지금 현직 간호사분들 중 사직서를 품고 일하는 분들 정말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한 제 마음을 담은 그림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께 공감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8. 인스타툰을 그릴 때 소재나 영감은 어떻게 구하시는 지, 앞으로 어떠한 내용의 만화를 그려 나가실 예정인지도 궁금하네요^^

6년 동안 있었던 신박하고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따로 영감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하나하나 다 풀어나가나 하는 고민이 더 큽니다. 앞으로 제가 겪고 바로 옆에서 보고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려갈 예정입니다.

 

Q9.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돌보셨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또는 에피소드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진상 환자들과 보호자를 만났고 이 질문을 읽었을 때 성희롱, 폭행, 욕설 등 떠오르는 일들이 너무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아보자면 저희가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걸 컴플레인한 진상이 생각납니다..ㅎ 간호원이(심지어 간호사라고도 인정 안 합니다) 의사도 아닌데 왜 서로를 선생이라 칭하냐 너네가 선생이냐 라고 하던 그 환자의 베드 번호, 목소리, 대사가 신규 때의 일인데 아직도 기업납니다. 그 동안 겪었던 진상 에피소드 중 최악은 아니지만 간호사의 위치와 인식이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었던 일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제가 태움 당했던 일들입니다. 만화에서 그렸던 신규 때 태움 다했던 일 외에 비교적 최근 약 1년간 한 선생님께 태움 당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추후 만화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저도 제가 5년 차에 태움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결론은 지금은 그 선생님과 분리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건을 겪으면서 심적으로 많이 무너지고 간호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남았지만 제 모습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싫어했던 그 선배의 모습을 내가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나도 모르게 후배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며 그 선배처럼 되지 않아야겠다 매 순간 다짐합니다. 겪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잃은 것만 있었던 건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더 단단해지고 제 삶이 대한 마음가짐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간호사로서 계속 일을 한다면 교육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 병원 같은 경우 상급 종합 병원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늦게 도입되었고 아직 발전 단계입니다. 제가 신규때는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닌 어깨 넘어 배우는 분위기였습니다. 지금도 많은 종합병원, 중소병원에서는 이러한 교육 방식으로 사직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교육의 힘이 정말 크구나 느꼈고 제대로 된 교육은 신규 간호사 사직을 줄이고 간호사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증진 시키고 나아가 환자에게도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수 시작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 간호사가 되고 싶고 지금도 교육 강의도 듣고 병동 내에서 신규 간호사를 위한 교육 자료도 만들며 스스로 노력 중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SNS를 구독해주시는 여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남겨주세요!

호기롭게 그림 그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뜸하게 게시물을 올리고 있어서 죄송할 다름입니다. 변명하자면 현생에 지쳐 집에 오면 드러눕기 바쁜 날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꾸준히 그려보겠습니다.

솔직한 제 생각을 담기 때문에 간호사로서 느끼는 긍정적인 일 보다 부정적인인 일들을 더 많이 그릴 것 같습니다. 만화를 보시는 분들께 부정적인 기운을 드리려는 목적이 아닌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합니다. 그래도 같이 잘 이겨내봐요 하는 목적이니 부족한 실력이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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