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기쁩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산나 입니다. 저는 현재 oo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그 외에 간호조무사 학원과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임상에서의 주 진료과는 응급실이었고요. 간호사 연차로는 6년 차입니다. 저의 경우엔 간호사가 적성에 잘 맞아 더 오래 일을 하고 싶었는데요. 6년 차 때 휴가를 받아 여행을 가서 다이빙을 하다가 착지가 잘못되어 흉추 11-12번이 압박골절이 되었습니다. 전치 12주를 받아 치료를 하고 다시 응급실로 복귀를 했는데요 일을 하면서 계속 허리에 무리가 오다 보니 간호사는 어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직을 알아보던 중 현대건설 보건관리자 자리가 있어 산업체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했습니다.

 

Q2. 많은 직업 가운데 간호사를 선택하셨던 계기가 있으신가요? 또는 어떠한 생각이나 기대를 가지고 간호학과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계기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생 때 진로를 고민하잖아요? 저의 경우에도 그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어떤 직업을 통해 일을 해야 보람차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간호사가 적격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종교가 개신교인데요. 선교사라는 꿈을 꿈꿔왔었기 때문에 간호사라는 직업이 더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Q3. 임상에서 근무했을 당시 어떠한 부서에서 일을 하셨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응급실에서 쭉 근무를 했었는데요. 물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케이스의 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그중 매년 추석이 되면 떠오르는 한 보호자가 있습니다. 명절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들을 만나러 본가 혹은 큰댁에 모입니다. 제가 만났었던 그 보호자는 20살 남학생이었어요. 그날은 추석 전날이었고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명절이나 주말, 공휴일은 병원 특성상 외래가 열지 않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서 응급실에 옵니다. 그날도 명절이었기에 응급실은 당연히 엄청 바빴고 많은 환자들이 왔습니다. 저는 이브닝 근무 중이었는데 119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119 두대 동시에 들어가는데 한 분은 DOA, 한 분은 의식 없습니다. 기관 내 삽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구급대원이 환자를 데리고 들어왔고 아니나다를까 한 명은 이미 사망, 한명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바로 intubation을 시행하고 line을 잡고 환자를 보고 있었는데 그 보호자가 들어오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이 119타고 응급실에 오셨다고 해서 왔는데요, 저희 부모님 어디 계시나요?”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설명을 하시는데 그 보호자가 오열을 하더라구요. 사실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죽음과 마주했고 그럴 때마다 저는 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당연히 환자를 보는 일이었고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 항상 마음을 먹고 일을 했었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 20살 보호자 아들은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기 위해 본가에 내려왔고, 부모님은 타지 생활로 고생하는 아들에게 명절맞이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 위해 장을 보러 가던 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부모님은 오토바이를 탔었고 아이의 아빠가 운전을, 엄마가 뒷자리에 함께 탔습니다. 그리고 덤프트럭이 와서 오토바이를 받아버렸습니다. 아들은 본가에 내려와 부모님을 아직 뵙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마주한 아빠는 DOA였고 엄마는 의식이 없으며 자발호흡이 없는 모습을 마주한 거에요. 정말 그날 근무했던 멤버 모두가 슬퍼했습니다. 또한, 모두가 행복해야 할 명절이,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으로 가득해야 할 명절이 저 아이에겐 정말 평생의 아픔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많이 울었었고 그래서 여전히 가장 마음이 가는 보호자이자 잊을 수 없는 그날입니다.

 

 

Q4. 탈임상의 길을 선택하시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치고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탈임상을 꿈꿨다고 이야기하기엔 저는 간호사가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어 미국 간호사도 꿈꿨었고 미국에 가기 위해 NCLEX-RN 공부도 했고 영어인터뷰도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왜 간호사를 하지 않는지 물으신다면, 6년 차 때 휴가를 받아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습니다. 사실 그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이빙 액티비티가 있다고 하여 가게 됐는데 처음 1M 다이빙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코스가 15M 다이빙이었어요. 10M 다이빙까지는 재미로 했었는데 마지막 15M는 솔직히 너무 무섭더라구요. 근데 이걸 안 하고 가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 눈감고 발을 뗐는데 다리가 살짝 구부러진 채로 계곡에 입수를 했는데 그 순간 충격이 가해지면서 숨도 잘 안 쉬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아... 100% 압박골절이다…..’ 생각하며 한국에 돌아와서 MRI를 찍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흉추 11-12번 압박골절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 누워있으면서 석사논문을 썼습니다. ㅎㅎ 12주가 지나고 다시 응급실에 복귀를 하여 사고 전과 같이 환자를 옮기고 검사를 하고 간호를 하는데 있어 몸에 무리가 너무 많이 오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아… 나는 앞으로 간호사는 어렵겠구나…’ 생각을 하며 탈임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Q5. 간호사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 중에서 강사를 택하셨던 이유가 있으실까요?

일단 저는 신규 간호사 1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공부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간호 분야에서 여러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부.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 간호직 공무원, 소방직 공무원, 미국 간호사, 대학원 등등을 다 해보았는데 미국 간호사 공부도 정말 재밌었지만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학교에 나가 강의를 해보니 재밌어더라구요, 물론 처음 하는 수업 준비는 어려웠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재밌게 강의를 하는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마다 성향이 모두 다르고 그러기에 여전히 어려운 부분인 점은 맞지만 제가 계속적으로 이 일은 하기 위해선 잘 가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강사를 하면 할수록 학생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많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Q6. 현재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하셨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응급간호학 실습을 담당하여 수업을 하였는데요 학생들에게 내주었던 과제 중 보건인간 협력관계 보고서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 과제는 실습지에서 본인이 경험한 환자에 대하여 간단히 기술을 하고 그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 얼마나 다양한 의료인들이 협력하여 일을 하는지 작성해보는 과제였는데 한 만학도 학생분이 써왔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냐 하면 응급실에 환자가 내원했고 누군가가 지시를 하지 않았어도 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 간호사, 검사실 및 방사선 선생님 등등이 묵묵히 자신들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예술처럼 느껴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간호학을 배울 때 항상 이야기 했던 ‘간호는 예술이다.’라는 말을 하는거에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간호가 예술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제가 20대에 간호사를 했었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야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직업으로만 바라보고 간호사를 했었기 때문에 예술이라곤 느껴본적이 없는데… 학생 간호사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한번 간호가 정말 예술이라는 걸 느껴보고 싶네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1주차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아빠의 환갑을 맞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여행을 갔는데 그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저의 경우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데요, 남편이 아이랑 놀아주다가 팔을 갑자기 확 잡아당기면서 pulled elbow가 되었고 reduction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응급실에서 일할 때 내원했던 환자들 중 팔이 빠져 오는 분들이 여럿 있었고 옆에서 보고 배웠기에 reduction을 할 수 있었으나 내 아기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잘못될까 걱정되어 근처에 있는 작은 병원에 갔습니다. 제가 봤을 땐 팔이 빠진 게 너무 확실했는데 진료하던 선생님께서 ‘전혀 문제가 없고 근육이 긴장하고 놀라서 일시적으로 팔이 안 올라갈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마라’고 너무 확신하며 말씀을 하셔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계속 울고 그렇게 울다가 지쳐 잠들었는데 잠자다가 팔을 잘못 움직였는지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밤늦게 2시간 가량 운전을 해서 집 근처에 있는 큰 병원에 갔습니다. 도착 후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아이를 보고 정말 10초도 안되어 팔을 바로 맞춰주었는데 그때가 아이 팔이 빠진 지 7시간 정도가 경과했을 때 였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도는데 그와 동시에 ‘간호는 예술이다’라고 발표했던 그 학생이 떠오르더라구요. ‘아 정말 우리가 공부를 통해 해부학적 지식을 알고 있고 어떻게, 어디를 치료해야 하는지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를 잘 알고 적용했을 때 뼈 하나를 맞추는 데에도 누군가에게는 예술처럼 느껴질 수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2주차 수업 때 그 학생에게 웃으면서 “제가 20대에는 잘 몰랐었는데 앞자리가 바뀌고 시야가 달라지다보니 간호가 예술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껴보네요. 너무 고마워요.”라고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Q7. SNS에 귀여운 아이와 남편분의 사진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결혼을 하시고 아이를 낳는 삶을 선택하셨는데요,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함에 있어 약간 자기애(?)적인 모습 느껴지실 수 있는데요 ㅎㅎ 대부분 워킹맘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겠지만 저 또한 출산 전 마지막 달을 제외하고 임신기간 동안 새벽부터 강의와 인증평가를 준비했습니다. 또한, 임신과 동시에 박사과정을 밟았는데요. 그러면서 더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엔 제왕절개를 했는데요. 병실에 입원해 있으면서 대학원 수업을 위해 수술 후 3일 만에 하루 종일 앉아서 수업을 들었었고 조리원에서는 박사 부논문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논문을 썼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집에 와서도 편하게 잠을 자는 것조차 어려운 신생아 시절에도 논문 마무리를 위해 애기띠를 차고 아기를 안고 논문을 마무리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너무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희 아들을 보면서 다짐했던 게 있어요. 저희 아들은 현재 23개월인데 지금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몇킬로도 안되는 아가도 뒤집기 위해 수천 번을 노력하고 앉기 위해 노력하고 걷기 위해 수 만번 넘어지는데… 그래도 결국 다 해내는데… 너도 해냈는데… 나도 해내야지.’ 런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이뤄갈 때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그리고 더불어 바쁜 시간을 쪼개 주말에는 가족들과 캠핑을, 아 하원 후에는 여러 체험을 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다 소중하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Q8.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 이외에도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으실까요?

강의를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기에 이 일을 더 할 것 같고 그래서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만 혹시라도 기회가 주어지고 가족들도 적극 동의를 해준다면 구호단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소속이 되어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Q9. 선생님과 인터뷰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간호사, 간호학생 선생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고가 정확히 안될 뿐 근접 오류나 적신호 사건 등 환자 안전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병원 내에서는 흔히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를 잘하지 않고 설령 보고를 했더라도 나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경우는 없거나 극소수라고 밝혀져 있습니다. 최근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에서조차도 약물 처방 실수가 있었고 처방 그대로 환자에게 투약이 되었다면 환자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투약 전 발견되어 의료진이 크게 혼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차도 내가 혼나는 부분에 대해서만 억울하다고 언급을 하였고 환자를 생각하는 부분은 없어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직업과 달리 의료인은 누군가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그러기에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며 그러므로 더 공부를 해야하고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반 학생들이 자소서를 쓰고 발표를 준비할 때 어떤 간호사가 되고 싶냐고 질문은 던지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하고 정형화된 답변을 합니다. 일 잘하는 간호사, 친절한 간호사, 대인관계가 좋고 의사소통이 뛰어난 간호사 등등.. 물론 이 모든 것들도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번은 나의 실수로 인해 고통을 받을 환자와 보호자 또한 생각해 줄 수 있는 간호사라면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간호 행위를 함에 있어 한 번 더 확인하고 또 한 번 확인하고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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