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병원의 응급진료센터에서 5년 차로 근무 중인 간호사 김유라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낫이팅게일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툰을 가끔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경력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고, 우선 뭐든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안 감사드립니다.

 

Q2. 현재 응급실이라는 부서 1곳에서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계시는데요. 응급실이라는 부서를 한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어떻게 표현하실 수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또한 경험해 보고 싶은 다른 부서가 있으시다면 어디인지, 그 이유도 궁금하네요.

저는 응급실을 한마디로 ‘극단’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보통은 ‘응급실’ 하면 CPR 과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실텐데, 이때 ‘삶’이 더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더 많이 접하기도 합니다. 응급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니 때로는 빠른 대응이 필요하지만, 빠른 조치보다는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오히려 느림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상황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고, 임종 환자의 가족에게 시간을 드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응급상황에서는 원칙을 오히려 엄격히 지켜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가 하면, 각 환자와 보호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정말 많을 때는 미친 듯이 바쁘다가도, 입퇴원이 많거나 환자가 내원을 덜 하는 시간에는 조용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응급실은 계획적인 업무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극단적임이 이 부서의 특징이다 보니, 프로시져가 정해져 있는 수술실 같은 다른 특수 부서에서의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Q3. 응급실에서 신규간호사 시절에 선생님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응급실을 배정받는 신규간호사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가(당부, 조언, 팁 등)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가장 어려웠던 점 : 중증도가 생각한 것에 비해 너무 벅찼다]

응급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가장 어려웠던 건 중증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많은 환자를 동시에 많이 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에 맞게 1인분을 해야 하는데 신규간호사 시절엔 다소 벅찰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두세 번 반복하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공부는(?) 나름 열심히 하면서, 또 친구들이랑 힘든 일은 털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공부는 그때그때 하는 것이 좋다]

프리셉터 선생님께서 프리셉티 때가 가장 많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때라고 말씀하셔서, 트레이닝 받을 때 적어놓은 메모는 되도록 하루 이틀 안에 정리하고 외우도록 노력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도 노트 정리를 잘 안 했었는데, 신규간호사 때 노트 한 권을 거의 다 써봤네요. 그래서 여러분도 그날 배운 것들은 되도록 일주일 이상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정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밀리면 양이 너무 많아져서 하기 싫어지거든요.

[검색은 이렇게 해보자]

모르는 정보를 검색할 때에는 네이버에 한글로 쳤을 때 간단하게 나올 수도 있지만, 자세하게는 잘 안 나오거든요. 그럴 때에는 오픈채팅방을 이용해서 물어보거나, 구글에 영어단어로 해서 검색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논문이나 의학서적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주로 응급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약물이나 자주 수행하는 검사를 공부해 두면 일할 때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겠습니다. 또는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정리해놓은 블로그들이(ex 해차X) 꽤 있는데, 그런 것도 많이 참고했어요. 간호사 타겟 서적(드림X스)도 퀄리티가 좋아서 임상 적응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잘못은 빠르게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공부를 하더라도 실수는 했습니다. 당연히 미숙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어차피 n년차의 선생님들보다 일을 잘할 수는 없으니 최소한 내 잘못은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라도 갖추자 라고 생각했어요. 정신 승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1년은 버틴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스트레스 환기구를 만들자]

시간이 지나긴 했어도 힘든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취미를 조금씩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애썼던 것 같습니다. 여유가 조금 생기면 그때쯤 새로운 환기구(취미)를 만들어 보세요. 운동, 그림그리기, 맛집 탐방, 코인노래방 등 뭐든 좋으니 스트레스는 잘 관리해야 버틸 수 있어요.

[나의 구원자 프리셉터]

보통은 사회초년생으로 병원에 입사를 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이 프리셉터 선생님인데, 프리셉터와의 유대관계가 좋을수록 도움받을 수 있는 것도 많고, 정서적으로 묘한 안정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프리셉터를 해보니까 그때 왜 혼났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나를 혼내셨던 건지 더 잘 이해가 되더군요. 아무리 뭐라고 해도 비빌 구석은 프리셉터더라. 유대감을 잘 형성해 나가 봅시다.

 

Q4. 선생님께서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낫이팅게일’로 활동하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데요.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낫이팅게일’ 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이전에 스트레스 해소구를 찾으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때 저는 애플 제품들을 하나씩 사서 모으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었습니다. 그때 큰맘 먹고 구매한 아이패드를 한동안 쓰다 보니 넷플릭스 기계로 전락하는게 너무 아까워서 그림이라도 그려보자 하고 시작한 취미가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처음에는 아이패드 구매비용을 메꿔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인스타툰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사고 소통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좋습니다.

‘낫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은 학부 시절에 나이팅게일의 봉사와 헌신정신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시작했어요. 간호사는 전문직이고,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봉사’라니! 그래서 나는 봉사를 하지는 않는다, 나이팅게일은 아니라는 의미로 ‘낫이팅게일’로 정하게 됐습니다. 영어로 쓰다 보니 ‘noteatingale’로 정했는데, 발음을 쉽게 하려고 쓴거였는데 밥을 못 먹는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게 됐네요.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지금은 유머를 주는 제 수식어가 됐네요. 이제는 ‘낫샘’이 더 익숙할 때도 있습니다.

 

 

Q5. 바쁜 임상 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시는 게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림에 싣는 소재나 영감들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인스타툰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어떨 때 즐거움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일하면서 억울했거나, 웃겼거나 감동적이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 만화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나쁘고 화나는 이야기들은 잘 그리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화가 났던 일이나 억울했던 일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라서 비교적 좋은 소재만 그렸던 것 같네요. (임상은 이것보다 더 dark한데..)

반응이 아주 좋았던 툰의 내용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내려와요. 부서를 정해주는 모자가 있다면 어떨까? 이건 해리포터 보다가 생각났던 아이디어였고, 나 얼마나 걷지? 건강 앱 보다가 간호사는 하루에 얼마나 걸을까? 이런 아이디어를 그리게 됐었습니다. 또는 제보 아닌 제보를 받기도 해요. 병원 밖에서 병원 사람들이랑 같이 얘기하다가 너무 웃겨서 그렸던 건 한의사세요? 였습니다. 흉부외과 선생님이랑 했던 대화도 소소하게 일상대화에서 나왔던 거였는데, 이런 얘기들이 다소 개인적이어서 다들 공감하시려나 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공감을 얻게 되어 가끔 의아할 때도 있습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에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들 반응이 제일 재밌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로 스토리 문답을 하는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본인한테 필요한 답변이었다고 고마움 표현해 주실 때도 뿌듯함과 즐거움을 얻습니다. Win-win 이죠?

 

Q6. 최근 뉴스에도 자주 볼 수 있듯이 응급실에서의 의료진에 대한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는 현실인데요. 이밖에도 근무하면서 굉장히 많은 느끼는 고충들을 겪고 계실 것 같아 안타깝고 격려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근무 도중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 중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시는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로 응급실에서의 근무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폭언과 폭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밀화로 인해 대기하게 되는 상황과, 예상치 못한 진료 및 검사로 인한 대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이 자주 발생합니다. 의료진들은 환자와 보호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폭언과 폭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간호사들이 더 가까이, 자주 있다 보니 이에 노출될 때가 더 많습니다. 폭언과 폭행을 당하더라도 실제로 고소나 법적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일해야 합니다. 사원증 녹음기와 같은 제품이 잘 팔렸던 건 이런 어려움을 다들 겪고 있기 때문일지도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법적 처벌이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응급실에 내원하면, 다들 본인이 가장 응급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비응급'이라는 느낌은 다소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KTAS와 Triage 같은 용어와 절차가 더 널리 알려지고 이해되면 불만이 좀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7. 응급실 간호사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을 한가지 꼽으라면 어떤 것을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응급실 간호사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우선순위(priority) 판단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응급실에서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효과적으로 환자들에게 치료, 간호를 제공해야 하죠. 이때 누구한테 가장 먼저 처치를 해야할지, 어떤 처치가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BP가 떨어지는 환자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누구를 먼저 봐야 하는가 정도를 판단해야 하는데, 많은 경험과 임상적 지식들이 쌓여서 이런 걸 판단할 수 있게 돼요. ‘이걸 안 하면 누가 죽을 수도 있는지’가 판단기준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 이게 응급실인 것 같습니다.

 

Q8. 앞으로 ‘낫이팅게일’ 웹툰에 어떠한 내용들이 업로드할 예정인지, 어떤 주제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놀랍게도 특별히 계획은 없습니다. MBTI가 P라서,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의 공감을 어느 정도 얻을 수도 있으면서, 간호사의 명예를 실추하지는 않으면서, 불쾌할 수도 있는 내용은 지양하면서 적당히 재밌는 그림을 그리는 게 제 방향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가끔 고민하는 건 이제 5년 차다 보니까 신규시절은 거의 까먹고, 일하고 돌아오면 ‘오늘은 뭔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다 보니 소재에 대한 고민이 들어요. 앞으로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Q9.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저는 그냥 돈 많이 벌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며, 많은 고민하지 않고 잘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그러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니까, 건강관리 열심히 해야겠죠. 운동하고 영양제 먹고 술도 줄이고 갓생살기의 물결에 편입을 해봐야겠습니다. 영어 공부도 좀 하고, 미국간호사 N-clex 도 시도해봐야겠어요.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거죠? 흑흑

 

Q10. 마지막으로 간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소통하고 싶다면 어디로 소통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낫이팅게일 팔로우 해주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하단을 클릭하시면 낫이팅게일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 @noteating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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