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근무하는 7년 차 간호사인 가노사입니다. 처음 직장은 대학병원 소화기 외과에서 3년을 일했고, 이후 지금 직장으로 이직하여 4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Q2. 호스피스는 특수파트이고 특히 대학병원은 본인이 희망해도 TO가 많지 않아 발령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부서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는지, 선생님의 원티드 부서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마침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시기에 현재 병원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간호사를 따로 뽑는 공고가 나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자격 중에 60시간 이상의 호스피스 교육 이수자 혹은 호스피스 전문간호사가 있어서 주춤하긴 했지만 대학병원 경력 3년에 수술 및 항암으로 암 환자와 긴밀하게 일했기에 붙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Q3. 평소에 호스피스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어떠한 이유로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호스피스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외과 원티드였는데 학생 실습하며 외과를 돌 때 복부가 오픈된 상태에서 irrigation 하던 환자가 제가 실습 끝날 즈음엔 복부를 닫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와, 내가 의료인이 되면 저렇게 할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해보니 환상이 많이 깨졌습니다. 그 당시 제가 일하던 소화기 외과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암이 발견되면 항암까지 같이 도맡아 했었는데 치료로 인해 병이 호전되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슬퍼하고, 계속된 수술로 지쳐 그냥 죽여달라고 말씀하시고, 나중에는 저희를 못 알아보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혹시나 암에 걸리면 죽을 때까지 수술과 항암으로 고통받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상태악화로 죽어버리나?’ 라는 생각에 괴로운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2018년도 후마니타스 국제 암 심포지움에 참여하게 되었고 거기서 암의 진행 과정에 어느 단계에선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로 넘어가야 한다는 내용을 들었고 그게 제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오면 환자가 정말 편해질까 하는 의구심은 있었습니다. 일하는 4년 동안 조절되지 않는 통증과 불편함이 조절되면서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혹여나 나도 말기 암 환자가 되었을 때 호스피스 병동으로 오면 내 죽음이 괴롭지 않을 수 있구나하는 믿음이 생기고,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자연의 섭리대로 죽는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암 환자로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4. 호스피스 부서에서 신규간호사 시절에 선생님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 왔지만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 개념을 이해시키고 편안하게 해드리는 게 처음에 가장 어려웠습니다. 통증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중독 및 내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약성 진통제는 거부한다던가, 말기 섬망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환자에게 완화적인 진정이 필요하지만 뉴스에 나온 요양병원 이슈로 인해 안정제를 투여하는 것을 거부한다던가, 상태가 저하되는 환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검사와 치료를 요구한다던가, 흉수와 복수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영양제를 지속적으로 주입해 주기를 요구하는 등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하다 보면 내가 간호사가 아니라 상담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예측된 증상들이 나타나며 임종기로 들어가는데 보호자들에겐 낯설고 힘든 경험이기에 그 부분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러나 이제는 정말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게 정서적으로 쉽지는 않았습니다.

 

Q5. 선생님께서 운영 중이신 SNS에서 ‘호스피스라는 부서는 의미 있고 필요하지만 다른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곳’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간호사들에게도 호스피스라는 부서가 임종도 많고 쉽지 않은 파트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선생님이 더욱 대단하시다고 느껴졌습니다! ‘힘든 점도 있지만 그래도 호스피스 부서는 이런 좋은 점이 있다’ 라고 소개할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하는 입장으로만 기재한다면 어느 정도 패턴이 정해져 있고, 변수가 크게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게시물에도 올렸듯이 타과를 받을 일도 없고,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응급실에서 입원을 받는다던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중환자실로 보내야 한다던가, 갑자기 CPR 상황이 터진다던가 하는 상황의 빈도가 훨씬 적고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일반병동에서 말하는 ‘진상 보호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오면서 환자의 힘든 증상들이 조절되자 엄청 고마워하고 협조적인 태도로 변화될 때 신기하기도 하고 다시 한번 증상 조절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일하다 보면 바빠서 놓치게 되는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슬픈 상황속에서, 그럼에도 환자가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들을 들으면 호스피스 병동에 일하는 간호사로서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일하다 보호자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분들이 항상 건강할 때 이것저것 많이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시다 보니 퇴근 후에 마냥 쉬고 싶다가도 시간 내서 취미생활을 한다던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등 뭔가를 하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더 의미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에서 호스피스 팀원들이 만성적으로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탈진상태를 인정해 주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국고지원으로 소진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덕분에 여러 힐링 프로그램(뮤지컬, 색채요법, 만들기 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Q6. 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휴식을 갖고 재충전하는 것일 텐데요! 특히 임종을 많이 마주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계시니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할 때 최선을 다하고 퇴근해선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혹시 실수했거나 좀 더 신경 썼어야 하는 부분이 생각나면 다음에 안 그러지 뭐 하고 넘어가요. 그리고 연차가 쌓이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일에 대해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그러다 보니 호스피스 병동의 일상을 그리려던 가노사일기는 산으로 가게 되었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탐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관심 분야의 책을 읽거나 강의를 찾아보고, 식물도 키우고, 그림일기도 그리고, 플라잉 요가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합니다. 사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뭘 한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간호사로서의 내가 아닌 인간인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게 뭔지를 알아보고 실천하다 보니 간호사로서의 스트레스도 잘 관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Q7. 현재 부서에서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음, 가노사일기에도 그렸던 에피소든데 환자 중에 의식은 없고, 혈압이 측정되지 않고 산소 수치도 떨어지고 있고 동공도 열리고 임종 임박할 때 나타나는 호흡 양상인 분이 계셨습니다. 보통 이런 상태로 빠르면 몇 분, 늦어도 몇 시간 내로 임종하기에 보호자에게 설명을 드리자 보호자들은 아버님(환자의 배우자) 기일이 다음 날이라 그즈음에 임종할 줄 알았다고 하셔서 쉽지는 않을 거라 말씀드렸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날 데이였거든요. 그런데 결국 버티시고 배우자의 기일에 맞춰 임종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끼리 하는 얘긴데 임종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24시간 내내 깨어 상주하다가 잠깐 깊이 졸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밥만 잠깐 먹고 온 사이에, 혹은 잠깐 외출한 사이에 임종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버티고 버티시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보러올 때, 혹은 미처 잊고 있던 환자의 소중한 인연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그제서야 숨을 멈추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일하다 보면 이 환자에게 불편한 증상이 무엇인지, 그걸 내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임종기를 예측하고 임종방으로 옮기고, 보호자들에게 이별을 준비시키는 것에 몰두하느라 잊게 되는데,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 영적인 존재에 대한 무게감을 다시금 느낍니다.

 

Q8. 호스피스에서에서 환자를 케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우선순위는 통증 조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암성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환자는 괴롭고 보호자들은 옆에서 불안하고 초조해져요. 다른 증상들도 조절을 해줘야 하지만 여기 입원 온 제일 큰 목적 자체가 통증 조절이니 가장 신경 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통증을 ‘아프다’라는 개념으로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답답하거나 뭔가 불편한 게 있는데 그게 통증일 수 있다고 생각을 안 하시고 참고만 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 이런 증상들도 통증일 수 있으니 진통제를 투여해 보시도록 권해서 진통제가 들어갔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본인이 아팠던 것임을 깨닫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간호사가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임종기를 잘 예측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보통 다인실에 계시다가 임종기가 되면 임종방이라고 1인실로 이실하는데 이 시기를 너무 빨리 예측해서 옮길 시 곁에서 지켜보는 보호자가 긴 임종기에 24시간 긴장 상태로 있느라 소진되기도 하고, 너무 늦게 예측해서 옮길 시 가족들이 미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임종하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Q9. 호스피스 부서 간호사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을 한가지 꼽으라면 어떤 것을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제가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간호사 타임즈의 다양한 인터뷰를 읽어보았는데요, 소아 집중치료실 안소영 간호사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에서 ‘소아 환자는 보호자가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이건 오해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보호자는 당연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 호스피스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고, 의식이 점점 저하되면서 예민해지는 보호자들을 상대할 때, 그들이 충분히 예민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론 억울할 수도 있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이나 날 선 말들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해 보고,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도 있지 생각하며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 그게 어렵다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시원하게 욕 한 번 하고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을 호스피스에서 일할 때 갖추면 좋은 자세이지 않을까 합니다.

 

Q10. 사람들이 호스피스에 대해서 흔히 오해하는 점 또는 선생님께서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모르셔서 써봅니다. 입원형 호스피스는 현재 암 환자만 대상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임종이 임박해서 오시려 하면 입원이 어렵거나 오셔도 증상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마약성 진통제는 암 환자들에게 중독되지 않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시 적정 용량을 맞추기 위해 ‘암성 통증 관리지침 권고안’에 기재된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조절합니다. 통증 조절만 잘 되어도 환자가 예측된 수명보다 오래, 그리고 편안하게 계시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저 또한 호스피스를 몰랐다가 알게 되면서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이것저것 적어보았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호스피스를 희망하는 신규간호사와 학생간호사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올드 선생님들도 말씀하시고, 저도 점점 그분들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호스피스는 신규로 들어오기엔 쉽지 않고 권하지도 않긴 합니다. 가능하다면 다른 과를 많이 경험하시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타과를 경험하고 왔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분들게 처음 면담할 때 저도 일반 병동에서 일하다 왔고, 그렇기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고 있고 그러다 보니 이곳에 와서 계시는 동안 호스피스의 치료방침이 이해가 가지 않거나 동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하기에 궁금한 사항은 거리낌 없이 물어보시라는 말만으로도 그분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병동 경험뿐만 아니라 삶의 경험에서도 생애주기에 따른 여러 경험들이 쌓였을 때 오신다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들을 어루어 만져주는데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과를 호스피스로 희망하신다면, 여기서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한 전인 간호를 배우실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기본간호, 낙상, 욕창, 정서적지지, 증상 조절 등 다른 병동에 비해 간호사의 의존도가 높고 간호사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병동이라 좀 더 주체적으로 일하실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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