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 그는 약 5년간 서울삼성병원과 을지대병원에서 마취과 간호사로 재직, 대전혜천대(현 대전과학기술대)와 건양대에서 간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약 7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힐링비트'를 개발, 2022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스트레스솔루션]
 

[인터뷰]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
자율신경균형 제어 '힐링비트' 누적 임상참여자만 2만3897명
수술실 심전도파형서 아이디어···최근 중국법인 설립·씨드 유치
'스트레스 제로킹 선발대회' 개최 "스트레스 없는 세상 꿈 꿔"

"하품 한 번 해보세요. 맘대로 잘 안 되죠?" 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의 첫마디다.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요. 자율신경계가 안정돼야 스트레스도 줄고 집중력도 향상되죠. 이 자율신경균형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게 힐링비트입니다." 
스트레스솔루션의 힐링비트는 우리가 임의로 작동할 수 없는 자율신경의 조종을 가능케 한다. '청각'을 통해서다. 힐링비트는 개인의 심박동수와 심전도파형을 센싱한 음원을 통해 개인 맞춤형으로 신체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스마트워치 등으로 수집한 신체 정보가 최적의 안정화 상태로 가공,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소리로 스트레스 없는 세상'이 힐링비트의 슬로건인 이유다. 

배 대표는 "안정기의 심박출량 자동 산출로 자기 전 편안한 상태로 만들거나, 최대 심박출량으로 운동 시 운동량을 늘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심장소리에 맞춘 양방향 맞춤형 솔루션"이라며 "힐링비트는 자율신경균형 제어 효과의 최적화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 전직 간호사의 '디지털 치료기' 창업

스트레스솔루션의 '힐링비트' 서비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또는 간단 측정방법을 통해 내 심박동수에 센싱된 맞춤형 음원을 매칭해준다. 수면 비트, 스트레스 비트, 집중 비트, 운동 비트 등 상황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임상 결과 힐링비트는 자기 전 15분, 시합 전 15분과 같이 만성적 스트레스 노출보단 순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해당 임상 결과는 대한체육학회로부터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스트레스솔루션]

배 대표는 전직 간호사 출신이다. 군산간호대를 거쳐 과거 간호전문학교였던 대전혜천대(현 대전과학기술대)와 건양대에서 간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약 5년간 서울삼성병원과 을지대병원에서 3교대 마취과 간호사로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일 수시로 보는 게 환자들의 심박동수와 심전도파형이었다.   
"간호학으로 가기 전 공학과 음악을 잠시 했었어요. 이후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대부분 음악을 틀어놓더라고요. 음악을 틀면 약을 적게 쓰는 등 어떠한 영향을 미쳐요. 당시 교회에서 음향부스를 담당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음파가 심전도파형으로 보이더라고요."

힐링비트의 시발점이다. 배 대표는 이때부터 심전도파형과 소리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간호학 석박사 논문도  '수술환자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했다.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분야 연구개발(R&D) 과제는 광속 탈락의 연속이었다. 첫 지원한 2014년과 2015년 두 번이다. 생각만 하던 기술을 구현하고, 이를 위해 연구비를 딴다는 건 쉽지 않았다. 배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력과 함께 레퍼런스를 쌓았고, 비로소 힐링비트라는 플랫폼이 고안됐다. 

그렇게 2016년 연구재단 과제에 선정, 첫 연구비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다음 해엔 3억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대학 실험실 창업 대회 중 규모로 손에 꼽히는 '유니테크 데모데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와 인라이트벤처스로부터 5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정신과 출신 의사들이 엔젤투자에 들어오기로 협의된 상황이다. 현직 의료진도 인정할만한 기술이 된 셈이다. 지난 7월엔 중국에 합자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배 대표가 현직 의료인인 만큼, 약8년간 진행한 임상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12개 대학병원, 연구재단, 임상시험기관에서 임상에 참여한 대상자만 총 2만3897명이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힐링비트를 적용한 결과, 적용 2주 전과 대비해 스트레스 수치가 약 22.8% 감소했다. 수술환자, 전신마취환자, 암환자, 건강한 성인 등을 상대로 자율신경균형, 심박동수를 5분 간격, 총 8회 추적 측정한 결과 힐링비트가 기존 환자들이 선호하는 음악과 대비해 최대 150% 안정 효과를 도출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배 대표는 "음파를 심전도파형으로 맵핑하려면, 흐르는 심박동수를 점으로 많이 찍어 싱크로율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90%까지 맵핑한다. 이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약 7년간 연구한 결과"라며 "당시 지도교수도 그만두라고 할 정도로 주변에서 다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3번째 시도만에 과제 수주에 성공했을 때 드디어 빛을 보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걸 되게 했던 그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 "스트레스 없는 세상 만들고파"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스트레스 제로 킹 선발대회' 현장 사진. 제4회 국제 수면건강 박람회의 부속 행사로 진행됐다. 총 6회에 걸쳐 120명이 참가했다. [사진=스트레스솔루션]

스트레스솔루션은 힐링비트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게 목표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제1회 스트레스 제로킹 선발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참가자들이 힐링비트를 들으며 20분간 수면, 이전과 대비해 스트레스가 가장 낮게 변화한 사람을 선정하는 대회다. 총 6회에 걸쳐 120명이 참가했으며, 4차 대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유튜버인 '원샷한솔(김한솔)'이 1등을 차지했다. 


오는 10월 14일엔 제주도에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현재 오는 9월 17일까지 나의 스트레스 사연 대국민공모를 받고 있다. 대회 다음날인 15일이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기념으로 하는 '흰지팡이의 날'인 만큼 펀딩을 통해 시각장애인 기부 서비스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힐링비트가 맞춤형 청각 AI 헬스케어 솔루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1회 스트레스 제로 킹 선발대회' 4차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김한솔)'. 원샷한솔은 이후에도 대전을 내려와 힐링비트 서비스를 체험했다고 한다. 오는 10월 14일엔 제주도에서 대회가 치뤄질 예정이다. [사진=스트레스솔루션]

제주시와는 또 다른 접점이 있다. 지난 6월부터 제주공항 면세점을 중심으로 힐링비트가 송출되고 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함이다. 이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측정, 평균화해 센싱한 노래다. 또 제주도가 자연의 섬인 만큼 백록담 물소리, 월정리 바닷가 소리 등을 기반으로 한 음원을 제작 중이다. 비행기 등 인공 소음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제주 자연의 소리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여기엔 제주의 슬리핑라이언 기업과 함께하고 있다.  

현재 스트레스솔루션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간 거래)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힐링비트가 고객 개인에게도 맞춤형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제주관광공사 웰컴센터 1층에 힐링비트 체험 부스가 설치 중이다. 대전에선 지난해 9월 대덕구에 위치한 음식점 '비래키키'를 인수, 스트레스 컨설팅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배 대표는 "현재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러 관광지에 힐링비트 체험존을 만들려 계획 중"이라며 "누구든지 와서 본인의 스트레스를 측정할 수 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스트레스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선 자신이 스트레스가 있고, 그게 어느 정도인지 인식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원하는 건 사람들의 스트레스 스토리를 듣는 것이다.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유롭게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지만 스트레스를 제대로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다. 힐링비트로 스트레스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스트레스솔루션 임직원 단체 사진.  스트레스솔루션은 사회적 약자, 지역사회 등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펀딩을 하고 있다. 최근 비래키키에 탈북민, 아이들을 초대해 봉사하기도 했다. 배익렬 대표는 "공학을 하다 간호학으로 전공을 바꾼 이유도 인도 해외봉사를 통해서"라며 "비래키키를 인수하며 인도 쪽에 버스 타이어 후원비를 낸 적이 있다. 내년까진 버스를 바꿔주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인도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헬로디디(http://www.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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