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 와이젶입니다. 마, 유투바죠.”

반갑습니다. 저는 경북에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9년 차 응급실 간호사 한영진입니다.

또 유튜브 채널 “와이젶 [Y JEFF]”을 통해서 재미있는 간호사 일상들을 공유하고 있어요.

 

Q2.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셨던 계기가 있으셨나요? 응급실이라는 부서 또한 본인의 원티드 부서였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크게 진로에 대해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중학생 때부터 진지한 취미로 힙합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 실용음악과에 가겠다고 했어요. (피아노 건반도 못 치면서).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셨거든요. 하필이면 음악계에 대선배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느냐, 음악이 음‘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음‘악’의 즐길 ‘락(樂)‘은 사라질 수도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서 인생에서 음악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니 그때 진짜 음악을 즐겨보자.”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도 없었고, 음악을 만들다 힘들면 다른 무언가를 찾고 하던 제 성격을 아버지는 이미 파악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저도 그 말씀을 듣고 매우 와닿았고, 누나 또한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었고 아버지도 당시 취업률이 좋았던 간호학과를 추천해 주셨어요. 다행히 성적이 맞는 학교가 있어 입학을 했고,

지도교수님께서 왜 간호학과에 왔느냐는 질문에 “저는 음악하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어리둥절하시던 교수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앞서 아버지와 저의 대화를 말씀드리니 다행히 기특하게 생각해 주셨습니다. 그 때 속으로 ‘아,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느낀 것 같아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응급실은 사실 저의 1지망이 아니었습니다. 2지망에 응급실을 작성했었고, 2지망에 쓴 이유도 그저 친하게 지내던 학교 선배가 있었기 때문에 쓴 이유 밖에 없었어요. 저의 1지망은 중환자실이었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병원 중환자실에 실습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 분위기가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났고, 사실 제가 취업을 고민할 때 가장 우선시 되었던 것이 ‘오래 다닐 수 있을 만한 병원’이었어요. 그 중환자실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다니는 병원을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서는 응급실이 되었고, 막상 근무해 보니 오히려 분위기가 훨씬 좋았어요. 9년째 같은 응급실에 몸을 담고 있는데 이제는 그 어느 부서에도 가고 싶지 않게 될 정도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서가 어디든 지금 이 응급실 멤버들과 함께라면 한국보다 의료시스템이 더 좋지 않은 인프라에서도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현재 응급실 멤버들을 매우 사랑합니다. 첫 직장부터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에요.

 

 

Q3. 현재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응급실 간호사는 내과나 외과 병동과 달리 루틴한 업무가 적을 것 같고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의 수에 따라 하루에 일과가 굉장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응급실 간호사의 업무를 소개하신다면 어떤 것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루틴 업무는 없지만 비슷한 유형의 환자들이 각자 다른 통증 정도로, 각자 다른 진료과별로 응급실을 방문하십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어느 정도 루틴이라면 루틴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속 처방 같은 느낌이에요. 환자 수는 사실 그날그날 다릅니다. 아무래도 외래 진료가 없고, 외부 활동을 많이 하시는 주말에 제일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병동과는 달리 통상적으로 응급실은 주말, 공휴일, 명절이 가장 바쁜 날인 것 같아요. 주말, 공휴일, 대체공휴일, 명절들이 일주일 정도 붙어 있으면 응급실은 지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또한 독감,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들이 유행할 때에도 엄청 많이 방문하십니다. 오늘을 예로 들면 제가 이브닝을 마치고 왔는데 약 160명의 환자분들이 오셨어요. 지방 응급실에서 이 정도면 많이 방문하신 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응급실의 장점이 있다면 환자분들이 몰릴 때는 엄청나게 바쁘다가 환자분들이 적게 오시는 시간대에는 또 그만큼 어느 정도의 휴식 할 시간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병동에 비해 환자분들 한 분 한 분을 오랜 시간 간호하지 않으니 인계할 내용들이 짧아 타 부서에 비해 인계 시간은 짧은 것 같습니다.

 

Q4. 그동안 응급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마주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참 많을 것 같은데요! 신규간호사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너무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어 하나 고르기가 힘들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환자분이 있다면 신규 시절부터 흔히 말하는 ‘단골 손님’ 환자 분이 계셨어요. 혼자 사시는 60대 COPD 환자분이셨고 늘 숨이 차는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셨어요. 그 환자분이 경증에도 너무 많이 신고를 하니까 119 구급대 선생님들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으셨던 분이셨어요. 물론 저희 간호사들에게도 일종의 블랙리스트 환자였습니다. 의사, 간호사 가리지 않고 험한 말투에 공격적이고 심지어 정맥혈관도 잘 보이지 않아 늘 애를 먹었고, Fail 할 때마다 엄청 화를 내셨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같이 119 구급차를 타고 내원하셨고 그날따라 신규인 제가 IV Line을 기가 막히게 잘해드렸어요.

숨찬 목소리로. “오늘은 잘했네? ”.하시기에 저는 ‘오늘은 화 안 내셨네?’ 라고 말씀드리니 숨이 찬 와중에도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다만 반대 팔에서 ABGA를 두 번 Fail 한 인턴선생님께는 “너 말고 교수가 나와서 하라고!” 라면서 호통을 치셨지만요.

그렇게 그 환자분을 마지막으로 마주한 건 2년정도 뒤였습니다. 주호소는 ‘Apnea’ 였고 진단명은 D.O.A 였어요. 그 분께 그렇게 많이 혼나고 욕먹고 했는데도 그날은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늘 오실 만큼 별거 아닌 경증에도 자주 오신 분께서 싸늘한 주검으로 병원에 방문하시니 ‘외로우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병원에 오시는 이유가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기에 오시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때때로 간호사는 사무적인 태도가 필요 할 때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환자와 간호사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 것 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Q5. 그동안 응급실 환자들을 케어해오면서 선생님께서 느꼈던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응급실은 중증도에 따라 진료 우선순위가 나뉘어진다‘라는 뜻을 전달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응급실에 내원하시는 분들중 대부분이 ‘내가 응급실에 온 이유가 내가 응급해서 온 건데 왜 빨리 안 봐주느냐’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속으로 저는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으니 비응급이셔요. 비교적 정말 다행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통증은 주관적인 수치이니 제가 함부로 환자분들을 평가할 수 없겠더라고요.

KTAS라는 국가에서 정한 표본이 있음에도 환자분들께서는 이해를 못 하시는 건지, 아니면 ‘이해를 해주지 않으시려는 건지’ 섭섭할 때가 많습니다. 친절히 설명을 드렸음에도 화만 내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응급실의 목적이 대대적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응급의료를 비롯한 모든 의료 시스템이 모두에게 유익하고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는 그런 인지가 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6.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와이젶’라는 이름으로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시는데요. 임상 근무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으며, 이렇게 SNS 활동 및 퍼스널브랜딩을 열심히 하시는 이유에 대해 궁금합니다.

일단 돈 벌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잘 안되네요. 3년째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구독자 1만 명을 달성 하지 못했습니다. 세상 쉬운 일은 정말 없어요. 주식, 부동산 같은 재테크에는 자신이 없고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던 차에 예전부터 사람들과 대화 나누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내가 ‘유튜브를 하면 잘 할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마침 판데믹 시대에 여행도 못 가는 저에게 유튜브는 하나의 해방구였습니다. 모든 유투버가 그렇듯 저 또한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아무래도 간호사라는 컨텐츠는 게임, 운동과 같은 타 장르들에 비해 마이너한 장르여서 관심 받지 못하고 있는 채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분 두 분 소위 매니아적인 구독자분들이 댓글도 달아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제 영상으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걸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비록 타 유투버에 비해 적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큰 돈 만지는 대형 유튜버가 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 감사함만으로도 저는 이미 부자입니다. 사실 유튜브를 하지 않아도 저는 간호사이기에 먹고 사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저에게 유튜브는 그저 보너스에요. 소통의 재미와 감사함으로 유튜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젶젶이들 사랑해요!

 

 

Q7.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저도 너무 공감되고 재미있었는데요^^ 요즘은 선생님처럼 영상으로 본인의 간호사 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기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 영상을 만드시면서 어떤 고충들이 있으셨는지와 선생님께서 가장 애정하시는 영상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도 병원 브이로그를 가끔씩 올리고 있지만 대부분 휴식 시간에 찍는 것들이고, 일하는 모습과 환자분들을 응대하는 모습은 일체 담지 않고 있어요. 개인정보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도 SNS 활동을 할 때는 개인정보 노출에 신중을 기해달라 공지사항이 내려옵니다. 또한 유투브 특성상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야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의료진, 또는 환자분들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들은 웬만하면 다루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혹시나 그러한 내용들을 다룰 때는 언행에 더욱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영상은 아무래도 L-tube insert 영상이긴 한데 ‘이거 찍어 올리면 10만 유투버는 시간문제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시간 문제가 되었습니다. 10만은커녕 아직도 7000명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 10년 정도 지나면 10만 유투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8.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응급실만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빠른 회전율. 병동에 잠깐 헬퍼로 30분 정도 갔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저에게 루틴 업무는 좀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다이나믹하고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은 응급실이 마음에 드실 수도 있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얼렁뚱땅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많은 업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일 할 때에는 집중력과 긴장감은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니까요.

 

Q9. 와이젶이라는 재미있는 유튜버가 더욱 성장하고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질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유튜브를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신지, 사람들에게 주로 전달하고 싶은 영상의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미있는 유튜버라고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호사라고 하면 늘 태움을 비롯해 힘들고 일찍 그만두고 욕먹고 지치고 그런 이미지로 미디어에 자주 비춰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유쾌하고 재밌게 살아가는 간호사도 있다는 모습을 지금처럼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간호사선생님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간호사도 있다는 것을 계속 증명해 나가고 싶고, 이후에는 간호사를 넘어 ‘와이젶’이라는 사람이 하나의 컨텐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큰 욕심이 없다고 해서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저는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서 더욱 만족감을 얻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과정을 즐길 생각입니다. 행복의 기준이 구체적일 수 없지만 제 나름대로 행복을 정의한다면 희로애락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멋진 계획을 잡아도 계획대로 잘되지 않아 실망하기도, 계획대로 잘되면 그만큼 성취감도 얻고, 그것들이 반복되는 데에서 오는 당연함을 느끼고 싶어요. 빨간 머리 앤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지도 않은 두려움을 미리 두려워하지 않는 씩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11. 솔직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소통하고 싶다면 어디로 소통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제 유투브 진짜 재미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와이젶’을 검색해 주세요. 인스타그램(yjeff_peace_out)도 팔로우해 주세요. 스토리에 한 번씩 멋있는 척하려고 글도 쓰고 그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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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https://www.youtube.com/@YJEFFfrom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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