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간 파트 병동에서 6년 차로 근무 중인 류혜민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제 첫 직장이기도 하고, 입사해서 지금까지 같은 병동에서 근무 중이라 더욱 애정하는 병동이랍니다. 3년 차 때부터 타병동으로 헬퍼지원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타과를 경험하며 다양한 질병을 마주하고 그에 따른 간호를 수행하면서 시야를 넓히기도 했습니다.

 

Q2. 많은 진로 중에서 간호사라는 직업를 선택하셨는데요. 어떠한 이유 또는 마음가짐으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학생시절 제 장래 희망에는 간호사가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병원을 거의 가본 적이 없기도 했고 병원 생활을 하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없었기에 의료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갑자기 가슴이 조이듯 답답하다며,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제 눈앞에서 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아무것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만 했던 제 모습이 싫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의료인이 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들고 발견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의료인 또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의료인 중에서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참 따뜻해 보였습니다. 환자 가장 가까이에서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 직업이었거든요. 그렇게 저는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여러 실습을 하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어쩌면 나랑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3. 현재 소화기내과, 간 파트 병동간호사로 근무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소화기내과 병동 간호사의 업무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소화기내과는 특히 간 질환에 대한 질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간이식 잘하는 병원으로 유명한 곳답게 소화기내과 간 파트 또한 세 개의 병동이나 있을 만큼 많은 간질환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습니다. 간 파트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분들은 보통 급성간염, 간암, 간농양, 간부전, 희귀간질환, 간경화 합병증 치료를 위해 입원하시는 분들입니다.

평상시에는 건강했으나 어패류나 건강기능식품을 과량 복용하여 간부전이나 급성간염이 오시는 분들은 원인을 확인하고 최대한 증상 조절과 수화 과정을 통해 치료하며 보통 빠르게 호전되는 추세면 퇴원하는 편입니다.

한편 건강검진 상에서 간에 혹이 보인다며 큰 병원 권유받고 오시는 분들은 여러 검사들을 통해 간암 여부를 확인하게 되고 필요시 수술이나 시술, 항암, 방사선 등의 치료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때 간호사는 많은 검사들과 시술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검사/시술 전후 간호를 제공하고, 항암제를 투약하기도 합니다. 검사실-시술방-의사-약국-환자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업무들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아요.

간경화인 경우에는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복수가 찬다든지 위식도 정맥류 출혈이 발생한다든지, 간성혼수가 발생할 수 있어 예방과 중재를 모두 하고 있는데요. 복수 배액을 할 때 복수의 색깔과 양을 확인하고, 출혈의 경우에는 빠른 지혈과 보충을 위해 RBC, PC, FFP와 같은 수혈을 하며, 간성혼수 치료를 위해 락툴로오스 관장을 가장 많이 합니다.

또 소화기내과 특성상, 반복되는 증상발현으로 자주 입퇴원을 하게 되는데요.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임종간호를 하게 될 때도 있고 암성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통증 간호를 하게 될 때도 많아요.

간은 장기 중에 가장 크고 혈관도 많고, 담당하는 역할도 많아서 다양한 증상들과 질병들이 생기는데요. 위에서 말한 증상뿐 아니라 간 주변에 있는 장기인 담관과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아프면 얄미운(ㅠㅠ) 장기입니다.

 

 

Q4. 흔히 호흡기내과나 간담췌 관련 부서는 병동 중에서도 중증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의 부서가 본인의 원티드 부서였나요? 원티드 부서가 아니셨다면 희망부서는 어디였는지, 현재 부서 외에도 경험해 보고 싶은 다른 부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학생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정신 간호였는데요. 신규간호사는 정신과 병동에 갈 수 없었던 때라 1순위로 일반외과를 지망했었습니다. 뭔가 깔끔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2순위로 인턴십 과정 때 만났던 병동(현재 근무하는 곳)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소화기내과를 지망했었습니다. 일은 힘들어 보였지만 사람이 좋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1순위는 아니었지만 저는 2순위 원티드였던 소화기내과에 배정되어 좋은 선생님들과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호흡기내과와 간담췌 내과는 중증도가 높습니다. 흔히들 혈액종양내과가 가장 중증도 높다 말하며 힘듦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지만, 알게 모르게 간 파트 소화기내과도 고군분투하며 환자와 함께 질긴 질병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근무 마치고 집에 가면 바로 침대에 가서 쉬고 싶을 정도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부서더군요^^

현재 부서 외에 경험해 보고 싶은 부서는 중환자실입니다. 2-3명 정도의 환자를 전담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전인 간호를 수행하고 더 고도화된 업무 중심 간호를 수행하는 제 모습을 그려보곤 합니다. 병동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약물들도 다뤄보고 싶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CRRT와 같은 다양한 기계들도 조작해 보고 싶어요. 병동과는 또 다른 전문직 포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Q5. 선생님의 SNS를 살펴보니 프리셉터를 하시면서 업로드하셨던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프리셉터를 하시는 동안 프리셉티 선생님을 교육하면서 어떠한 것들을 느끼셨는지, 프리셉티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추억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5년 차 때 처음 프리셉터를 하게 되었어요. 다른 병원이나 다른 병동 동기들은 더 일찍 시작하기도 하고 두 번, 세 번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제가 속한 병동은 연차 순으로 기회를 주다 보니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병원에 입사했던 날 만났던 프리셉터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냥 ’내 프리셉터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든든하더라고요. 새로 들어올 신규 선생님께 내가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신규 간호사 때 받았던 사랑과 애정을 그대로 전해주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신규였을 때 손이 굉장히 느렸거든요. 약 믹스하는 것도 느리고 전산 업무 적응하는 것도 느리고요. 그럼에도 제 프리셉터 선생님은 화를 내거나 답답해하시지 않으시고 한없이 기다려 주셨고, 한 번 알려주신 것도 두 번이고 세번이고 이해가 될 때까지 다시 알려주셨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프리셉티에게도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같은 질문을 10번하더라도 알려주자, 조급해하기보단 기다려 주자, 응원과 칭찬을 더 해주자‘라고 출근길에 다짐을 하며 교육 기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손도 빨라지고 머리도 잘 돌아갈 것을 믿었거든요. 모두에게 처음은 있으니까요. 프리셉터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의 신규 선생님께 밑그림 그리는 걸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고, 색칠은 프리셉티 선생님의 경험들로 다채롭게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프리셉터는 모든 간호에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병동 업무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기에 꼭 자신만의 간호 스타일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간호사는 환자 편이다“를 꼭 기억하면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환자 편에서 도울 수 있는 역할임을 잊지 말라고 말해줬어요.

프리셉터를 하면서 약간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어요. 내 모습을 보고 닮아갈 프리셉티를 생각하니 투약할 때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업무에 대해 한 번 더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그 기간동안은 프리셉티 뿐만 아니라 저도 함께 성장했던 것 같아요. 가르침에 있어서 많이 부족했을 텐데 찰떡같이 알아듣고 공부하면서 병동에 잘 적응해 준, 나날이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께 잘한다고 칭찬받아 오는 프리셉티가 참 기특하고 고마워요. ^^

프리셉티와 함께 근무를 했던 날들은 유난히 이벤트가 많이 있었어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저희끼리 “2L 사건”이라고 부를 만큼 임팩트 있던 일인데요.

한 번은 I/O 체크를 하는데 10시간동안 한번도 소변을 안 보신 환자분이 계셨어요. 수액도 맞고 계시고 물도 잘 드시는데 소변이 안 나온다는 거에요. 복압을 줘봐도 요의도 없다고 하셔서 곧바로 bladder scan을 시도해 봤습니다. 결과는 +999ml, 복수도 있으신 분이라 그럴 수 있다고 프리셉티에게 설명해 주면서 당직의와 상의 후 nelaton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30분동안 소변을 받아냈습니다. 1L 통을 가져갔었는데, 계속 끊임없이 나오는 소변에 당황스러웠어요. 급하게 환자 옆에 있던 다 마신 생수병 2개를 가득가득 채울 때까지 받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환자분의 쏘옥 들어간 배와 카트 위에 놓인 소변 2L, 그 장면을 지금까지 잊지 못해요.

또 한 번은 간동맥 화학 색전술을 받으신 환자분이 계셨어요. 보통 당일 자정부터 금식하고 시술을 받기 때문에 저녁 식사만 하셨을 텐데 갑자기 밤에 “아까부터 구토 방지제를 계속 맞았는데도 속이 너무 울렁거린다”고 호소하시는 거에요. 말을 하면 할수록 산소포화도도 떨어지고 제대로 호흡도 못 하고 금방이라도 큰일이 날 것처럼 초조해하시더라고요. 시술 끝나고 뭘 드셨냐 여쭤보니 새우죽만 드셨다고 하셨어요. 저랑 프리셉티는 색전술 하고서 장운동이 더디고 대변도 못 봐서 불편하신가 싶어 관장을 상의했었는데 당직의 선생님과bowel sound를 체크하고 x-ray를 찍고 나서 L-tube insertion 및 drain을 해보기로 했어요. Natural drain을 시도했으나 전혀 나오는 게 없어 무엇이 문제인가 혼란스러웠는데, 시린지로 압력을 주어 뽑아보니 글쎄 저녁에 먹었던 새우죽이 하나도 소화가 되지 않아 당근, 새우, 양파 같은 속 재료들이 그대로 뽑아져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뽑은 배액량이 2L나 되었어요. 조금밖에 안 드셨다는 말을 믿으면 안 됐어요(ㅎㅎ) 그 이후로 저랑 프리셉티는 색전술 후에 환자가 호소하는 오심에 대해서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두 사건 모두 웃픈 에피소드로 남아있어요 :)

 

Q6. 6년 차 선생님이시라면 간호사로 일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선생님께서 본인의 직업에 대해서 주로 어떠한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귀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살피고 돕고 있으니까요. 아마 병원에 입원하여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은 사람들은 느꼈을 거예요. 간호사에 대한 고마움을요. 그리고 이들이 정말 힘들게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걸요. 오히려 환자들과 보호자들, 간호사의 가족과 친구들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원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간호사는 3D 직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법으로도 간호사를 보호해 주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위로를 전하고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이 직업이 좋습니다. 그러나 한국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3교대 근무, 보장되지 않는 오프, 1인당 환자 수, 의료진 폭행, 육아와 병행의 어려움, 출산 후 복귀뿐 아니라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행위들까지,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을 보면 웃음 반 진심 반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이런 현실을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저 또한 3교대를 하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칠 때가 많습니다. 더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어져야해요. 그래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간호사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저도 이를 위해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Q7. 대학병원에서 6년간 근무하면서 어떠한 공부를 가장 많이 하셨는지와 많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하셨던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학생 때 성인 간호학 소화기 파트 중 간 부분을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게다가 제 큰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던 충격이 있어서 간암이 너무 싫었고 간 파트 공부가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 건지 인턴십 과정을 간 파트에서 하게 되고, 2순위로 소화기내과를 적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발등에 불 떨어지듯 간 파트에 배정되자마자 성인 간호학 책을 펴고 간에 대해서 다시 처음부터 공부했습니다. 큰아버지는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저를 만나는 환자들은 지켜드리겠다는 마음으로요. 간 질환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큰아버지가 생각나서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내가 지켜줄거다 하는 마인드 셋을 하고 임하니 마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그리고 저는 환자에게 간호를 제공하기 전에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가곤 했는데요. 술기든 검사 설명이든 한번 연습하고 가면 실수도 줄어들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고 가면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수행하게 되더라고요.

한편 제가 신규간호사였을 때 유독 ‘환타’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울상을 짓고 있으니 리더 선생님께서 ”그거 알아? 환자도 자기를 잘 봐주고 간호해 줄 수 있는 간호사가 왔을 때 아프다? 그러니 너의 내공 때문이 아니야. 그럴수록 보란 듯이 칼퇴해. 할 수 있지 왜 못해?“ 라며 위로해 주셨어요. 그 말이 지금까지 저를 단단하게 붙잡아줘요. 그 말을 듣고서 “그래! 내가 간호를 잘해드리면 되지! 오늘은 어떤 환자가 나의 간호를 필요로 할까?“ 생각하며 출근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수선생님께서 “혜민쌤은 밝아서 참 좋아~”라며 병동에 밝음 긍정을 퍼뜨리라고 하셨답니다.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줄 단단한 의미 부여와 스스로 다독여 주고 응원해 주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병원에서 근무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내 삶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신규 간호사 시절에는 오프에도 카덱스를 보고 환자 파악을 했고, 퇴근 하고 나서도 계속 카덱스를 보는 거에요. 온통 생각이 병원이었어요. 오늘 무엇을 놓쳤지? 이 환자는 어떻게 됐지? 불안하고 궁금해서요. 그러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병동 업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기분전환을 하기 시작했어요. 취미활동을 늘리기도 하고 새로운 모임에도 참석해 보면서요. 체력 관리를 위해 요가나 필라테스를 배우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하며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충전된 에너지는 간호사로 일할 때 더 힘이 나고 더 나를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Q8. 소화기내과를 희망하는 신규 간호사와 학생간호사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소화기내과를 희망하여 온 사람이 주변에 많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소화기내과는 흔히 더러운 곳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부서 특성상 배설물의 양상이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서 비위가 강한 선생님들에게 추천합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구토 양상이나 복수 색깔, 대변 양상과 색깔을 자주 확인해야 하거든요. 다른 부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일하다 보면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든지 식판을 가져다 둬야 한다든지 사소해 보이거나 더러운 일을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요.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업무를 하는 내내 괴롭겠죠. 환자분이 얼마나 아픈지 가늠할 수 없지만(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신이 아팠을 때를 생각하면 절대 내 눈앞에 있는 환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두 번째, 힘이 좋은 선생님들에게 추천해 드려요. 의식이 없는 환자, 부종이 심한 환자들을 간호할 때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세 번째, 내과 특성상 장기 입원하시는 환자, 자주 입퇴원을 반복하시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과 스몰토크를 통해 라포를 형성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선생님들에게 추천드려요.

간 파트 병동에 오신다면 단기간에 수혈을 잘하게 될 겁니다.(너무 많이 해서요^^) 그리고 간성혼수도 굉장히 많이 보게 될 텐데요.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관장을 하기 때문에, 관장도 어느 순간 숨 쉬듯 하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들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기도 하고요. 특히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될 텐데, 그 모습을 보면서 원래도 싫어했던 술이 더 싫어지더라구요ㅎㅎ 중증도가 높은 만큼 응급상황도 발생하는데요, 정말 다양한 직무수행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병동 간호사로 일하면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게 됩니다. 한 번에 요구사항들이 몰려올 때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결하는 대처 능력도 생기고요. 전화로 소통할 일도 굉장히 많아서 전화 업무에 능숙해질 거예요. 병동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업무도 다르겠지만 어디서든 환자, 보호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다 보면 그들이 간호사의 마음을 느끼고 어느 순간 간호사에게 더 큰 보람과 행복이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그 힘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어느 곳이든 내가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일의 의미를 찾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다 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가치 있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Q9. 선생님의 직업적인 목표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올해부터 병동에서 WOC(상처장루실금) 챔피언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욕창을 예방하고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더 나은 욕창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에요. 소화기내과에 입원했는데 욕창으로 인해 삶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저의 첫 번째 단기 목표는 부서 팀원들에게 욕창 관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교육하며 자주 리마인드 함으로써 욕창 발생률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욕창까지 관리 잘해주는’ 어벤져스 같은 병동을 만들고 싶어요^^

두 번째 단기 목표는 저의 피아노 연주 영상 모음집을 만드는 건데요. 거창하게 들리지만 꾸준히 한 곡씩 연주한 영상을 모아 기록해 나가고 싶어요.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함께 기록해 두면서 말이죠. 언제든지 찾아 들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유할 수 있도록요. 누군가에게 제 연주가 마음의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 계획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신규간호사의 적응을 돕는 현장 교육간호사에 지원하기, 의료봉사 가기 정도 떠오르네요.

 

Q10. 혜민 선생님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고 있을 많은 선생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지금은 블로거나 유튜버, 인스타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간호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간호사를 위한 단체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접할 수 있는 만큼 더욱 간호사로서 멋있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는 간호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고 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계속해서 나 자신을 발견해 가고 발전해 가는 류혜민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평범한 간호사의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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