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터뷰 요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 즐겨보는 간호사 타임즈에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정말 행복하네요:)

저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대학병원 간호사이지만 외부적으로는 소위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통해 활동 중입니다.

Q2. 이전에 근무하신 부서가 마취과라고 들었습니다. 마취과에서는 어떠한 업무를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마취과 근무하실 때 마취과 간호사의 하루 일과 순서대로 소개해 주시면 더욱 이해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마취과(마취회복실)는 학생들이 실습하며 보기 힘든 특수과라서 간호사 선생님들조차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일했던 곳을 기준으로 Day, Evening, Night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Night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하루에 60건이 넘는 수술을 합니다. 정규수술은 물론이고, 대학병원이다 보니 응급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vening에서 Night로 넘어갈 때 남아있는 정규수술과 응급수술을 인계받습니다. emergency는 말 그대로 emergency라서 Night 근무 중간에도 언제든 응급수술에 대비하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정규수술 준비가 잘 되어있는지 각 방을 라운딩하며 확인합니다. 마취과는 수술 중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기계가 많아서 기계 작동 여부와 비품(마취기 leakage 및 ABGA기계도 test) 등을 확인하고 스케줄에 필요한 약제를 점검합니다. 마취과에서의 Night는 다음날 수술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확인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 날 아침 Day가 밝았습니다. Day는 그 전날 Evening, Night가 작성한 스케줄을 인계받습니다. 인계 후에는 연차에 따라 회복실과 수술방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수술방에서는 마취과 의사 선생님들과 근무를 합니다. 마취 유도를 함께하며 수술하는 환자들의 V/S check, urine output, airway pressure, EKG 등을 관찰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때 필요한 검사물 및 혈액을 신속히 공급하며 PCA 동의서가 있을시 마취과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준비합니다. 환자의 수술이 끝나면 다음 환자의 마취를 위해 마취기구 및 마취 약제, 가스 소독이 요구되는 물품 등을 재정비합니다.

회복실은 수술이 끝난 환자의 회복을 돕는 곳입니다. 수술이 끝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및 간호 사항을 마취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인계받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여 간호계획을 세우고 수행합니다. 회복실 간호기록지에는 환자의 상태, 간호 사항을 기록하고요. 환자의 호흡 ․ 순환 ․ orientation 상태가 양호해지면 병동 간호사에게 인계 후 환자를 보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마취과에서의 Day는 많은 환자를 재우고 깨우고 반복하는, 어찌 보면 시장 바닥 같은 왁자지껄함이 난무하는 근무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장통에서 해방시켜줄 Evening이 옵니다. Evening은 Day 때 남은 환자들의 인계(중환자, 감염 환자, 수술 후 PCA를 사용할 환자, 특별 사항, 혈액 등)를 받고 손을 바꿔줍니다. 이와 동시에 역할에 따라 다음날 수술 스케줄표를 만들고 그에 따른 마취 준비를 합니다. 수술별로, 교수님별로 준비하는 사항이 다릅니다. 잔잔하게는 A-line과 CVP monitoring, H-C 사용 여부에서부터 모니터링에 필요한 장비와 set, 마약 등을 확인하고 스케줄표에 기록합니다. 마취과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들에게 permission을 받으면서 준비할 사항에 따라 order를 주면 추가적인 준비물을 챙깁니다.

 

 

 

Q3. 마취과 부서에서 신규간호사 시절에 선생님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마취과를 배정받는 신규간호사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부 시절 교과과정에서 마취와 회복에 관해서는 깊이 있게 배우지 않아 낯설었습니다. 실습 과정에서도 마취과를 접해본 적이 없기에 넓은 수술방의 길조차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용어와 약물, 마취 분야를 다 떠나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마취과 의사 선생님들과의 관계였습니다. 2번 질문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마취회복실(PACU)은 마취과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협력하여 근무하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신규간호사는 환자를 보는 시각이 편협하니 마취과 의사 선생님들의 미덥지 않아 하는 눈빛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되면 잘하던 일도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마 마취과로 배정받게 되는 신규간호사들이 모두 겪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일도 그렇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하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손을 떨고 있을 신규간호사 여러분, 제가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아자!

 

Q4. 마취과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취가 없는 수술을 상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마취가 없던 이전에는 수술의 통증이 무서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환자들도 많았다고 해요. 마취 없는 수술은 잔혹한 고문과 비견될 정도로 끔찍한 일이죠. 마취가 생기고 나서부터 의료계가 크게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마취는 크게 전신 마취와 부위 마취로 나뉩니다.

전신 마취는 환자의 의식과 감각, 근육 그리고 반사 신경을 완전히 차단하여 수술이 이루어지게 하는 마취이며 부위 마취는 부분에 한정하여 신경 차단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마취입니다. 환자를 단순하게 재운다고 볼 수만은 없는 거죠. 그래서 수술이 끝나고 환자를 깨울 때 다시 본래의 기능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수술 전의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 중 환자를 모니터링하며 이상 반응에 대해 조절하고 수술 후 통증 완화와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마취과 간호사는 환자의 안정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Q5. 7년 차 선생님이시라면 간호사로 일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요. 연차가 쌓일수록 간호사라는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는 것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즘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나, 본인의 직업에 대해서 주로 어떠한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7년 차로 근무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근무하고 있어요:) 간호사라는 직업군이 힘들다는 말도 많고, 저 또한 신규간호사 때 힘들었기에 서둘러 그만둘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간호학과에 입학하긴 했지만 간호사를 할 마음은 없었어요.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간호학과로 갔지만, 공부하면서 실습하면서 이 길은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과 생활을 하며 출판사, 고객평가단, 마케팅, 해외 봉사 등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했어요. 어떤 것을 목표로 두고 했다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내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했었습니다. 대외활동을 학과 내에서 가장 많이 해서 대학교 인증평가 기간에 저의 포트폴리오를 학과 대표로 제출했었답니다:) 교수님과 취업 상담을 할 때는 간호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교수님의 애증을 받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대학병원 간호사입니다.

간호사로 근무하며 존경받아 마땅한 윗연차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고, 제가 그 길을 따라는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윗연차 선생님들의 환자를 보는 눈은 확실히 넓고 깊습니다. 저는 7년 차지만 환자를 care 함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데요. 간호사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요구되는 직업인 데 반해 간호사를 하대하시거나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몇몇 일반인들의 시각이 달라지기를, 존경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존중은 해주시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Q6.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간호사라는 직업은 어떠한 자질이 가장 요구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간호사라는 직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인 학생 간호사 또는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비슷한 질문을 병원 면접할 때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제 대답은 “인내”였습니다. 그리고 약 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인내의 사전적인 정의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간호사를 하다 보면 이런 일까지 하려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고, 교대근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제 몸에서 abnormal한 sign이 느껴지면 간호사 직업의 회의감이 느껴집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퉁퉁 부어오른 다리를 이끌고 퇴근할 때면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하는데요. 푸념도 하고 넋두리도 하며 참고 견디다 보면 시간은 가고 연차는 쌓입니다.

실습하러 오는 학생 간호사 또는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에게 근무 중에 제가 자주 하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주식과 코인 은어) “돔황챠“인데요. 제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간호사가 꼭 병원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래 연차가 상담을 신청할 때 무조건 버티라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좀 더 나은 길이 있다면 나아가고 깊게 축하하며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임상에서 근무하며 윗연차에게 신임을, 아래 연차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간호사의 길도 멋있지만, 간호사 면허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고 합니다. 저도 저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분명 가치 있는 시간이었지만, 우리 똑똑한 학생 간호사들과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은 진지하게 고민하여 진정 원하는 길이 있다면 나아갔으면 합니다.

 

Q7.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저는 간호사에만 저를 국한할 생각은 없습니다. 언제까지 근무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간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임상이 아닌 다른 길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학원도 간호나 보건관련 대학원이 아닌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습니다. 요즘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주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저 역시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며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ganokano_nurse에 게시하고 있는 의학용어를 엮어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주로 의학용어에 한글 발음을 함께 게시하고 있습니다. 영어에 한글 발음을 달아놓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7년간 병원에서 근무해보니 생각보다 영어 발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ganokano_nurse의 의학용어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ganokano_nurse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려운 의학용어는 웬만하면 배제하는 쪽으로 작성되고 있는데요. 보건 의료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모든 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간 예정인 의학용어 도서는 가노간호를 귀엽게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내용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추가로 소설도 집필해볼 계획입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이야기이니만큼 작성하는 것에 한계가 없을 것이라 더 재미있게 집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대략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건 2권으로 줄거리 구성은 잡아놓은 상태인데요. 제목은 『(가제)완벽한 흔적』과 『(가제)거ː만』입니다. 『(가제)완벽한 흔적』은 간호사에서 의사가 된 주인공이 의도하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를 숨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고, 『(가제)거ː만』은 검안의 檢案(뒤 상황을 조사하고 따짐)과 檢眼(눈을 검사하다) 그리고 거만(倨慢 :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다)이라는 뜻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내용이 포함된 발음기호를 딴 제목입니다.

아직 가제라서 출판하기 전까지 책 제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계획하고 있는 3권 모두 아직 출판사조차 정해지지 않았답니다. 혹시 이 인터뷰를 보시고 구미가 당기는 출판사 관계자분이 계신다면 DM 바랍니다:) 여유가 되는 한에서 작성할 예정이라 단기적인 계획이 될지 장기적인 계획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이 따로 있기는 한데, 단기적인 계획부터 이뤄놓고 추후에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면 그때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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