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장기이식의 숭고한 나눔의 가치와 인식이 더 확장됐으면 하는 염원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지난달 대전성모병원에서는 뇌사 환자의 장기기증으로 인한 장기이식수술 3건이 진행됐다. 장기이식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필자 또한 주위 사람들의 장기기증과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가까이 있는 가족과 지인들도 뇌사와 식물인간이 어떻게 다른지, 이식 후 내 몸은 어떻게 되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 과거 언론에서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에게 직접 시신을 옮기라고 했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근무현장에서 자주 느끼곤 한다. 점차 증가하는 장기기증에 대한 홍보에 비해 부정적인 기사들을 접한 국민들의 인식개선은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는 장기기증이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나눔이며 '질병과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장기기능을 소실한 환자들의 유일하고 최후의 치료방법'이라고 정의했다.

 

2021년 기준으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4만 명, 기증자는 442명, 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가 2480명으로 하루 6.8명의 환자가 이식을 대기하다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 방법이 이식이라면 기증을 통해 새 삶을 나눠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고귀한 나눔인지 다시 깨닫게 되는 수치다.

필자도 사실 기증이 중요하고 값진 희생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기증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신장실로 발령이 난 후 혈액투석환자들을 간호하면서 환자들이 이식을 얼마나 간절히 희망하는지 알게 됐고, 이식 후 기뻐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보며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했다.

본원에서는 뇌사 환자가 발생하고 기증자의 뇌사판정이 완료되면 원내 방송을 통해 기증자를 위한 기도 방송을 시행한다. "오늘 우리 병원에서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나누어 주시고, 우리 곁을 떠나시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잠시 장기기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감사와 사랑의 기도로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의 작은 기도와 존경이 그분들께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방송을 듣고 있으면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기도를 하게 된다. 또한 급하게 수술실로 가지 않고 중환자실의 모든 직원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추모사를 하고 조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증자를 보내드리고 있다.

'누군가의 사랑이었고 그리움인 OOO님께서 사랑의 꽃씨를 뿌리고 떠나십니다. 고인이 주신 나눔의 사랑이 널리 퍼지게 해주시고 가시는 길에 편안과 안식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술이 다급한 상황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최대한 안정된 상황에서 기증자에게 존경을 표하며 다같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 기증이 완료된 후에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들이 끝까지 기증자를 추모하며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장까지 이송을 돕고 사후관리를 돕는 등 기증자 예우에 최선을 다하며 추모하고 있다.

유일한 치료방법이자 제2의 생명인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생각하며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고 이해하며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우리나라 장기기증과 이식 발전에 큰 바탕이 될 것이다.


출처 : 대전일보(http://www.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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