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East alabama medical center에서 med/surg 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정선아라고 합니다. 미국병원에서 근무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규간호사입니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는 세브란스병원 NICU에서 7년 정도 근무를 했었네요. ‘경력직 신입’ 그게 지금 딱 제 모습인 듯 해요.

 

Q2. 미국에 가서 간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막연하게 외국에서 외국인들과 교류하면서 영어를 쓰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어요. 실제로 언젠가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께서 ‘10년 뒤의 내 모습은?’이라는 질문에, ‘저는 UN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고요. 그땐 UN이 어떤 기관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으면서 막연히 다양한 외국인들과 근무할 수 있는 곳이 UN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대답한 거지만요. 하하

이후, 미국에 오게 된 계기는 사실 매우 개인적인 사유였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게 되었죠. 이민 후에 원한다면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던지, 간호사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다시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잠시 병원을 떠나있는 기간 동안 병원이 그립더라구요.. 스크럽을 입고 지나가는 의료진들을 보면 ‘나도 간호사인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어민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나의 경력과 능력을 올곧이 인정해 주는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데, 간호사는 그게 가능하다는 점도 큰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도 간호사라는 직종을 많이 존중해 주는 미국 문화도 참 좋았고요. 그렇다면 굳이 다른 길을 선택할 이유가 있나요. 다시 간호사의 길로 돌아가야죠.

 

Q3. 한국에서도 임상 경력을 쌓으셨는지, 아니면 바로 미국 생활을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떠한 부서에서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ICU에서 잠시 트레이닝을 받은 뒤 신생아중환자실로 발령이 나서 NICU에서만 경력을 쭉 쌓고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신생아 파트는 정말 생각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던 부서였는데 7년이나 지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아기들은 성인과 다르게 너무나도 섬세할뿐더러 약물 용량 하나하나에도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에 제 성향과는 맞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거든요.

하지만 그곳에서 배웠던 일들이 지금 병동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어요. 부서가 다르더라도 결국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어떤 부분에 priority를 두어야 할지, 응급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 간호사로서 취해야 할 행동들은 인종과 나라를 불문하고 동일하니까요.

 

 

Q4. 한국은 다양한 일을 간호사가 하지만 미국은 분업이 잘 되어있고 간호사의 역할 경계가 뚜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부서에서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기에 앞서, 제가 과거에 근무했던 부서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부서의 차이가 너무 크기에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이다.’라고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심지어 ICU와 병동, 신생아와 성인이라는 갭이 있기에 더욱더 비교가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미국에서 느끼는 대표적인 간호사의 역할은 이 3가지 정도인 듯합니다.

 

1. Assessment

무엇보다 환자 상태 사정을 중요시합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ICU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환자 사정이겠지만, 이곳에선 병동에서 역시 환자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assessment를 합니다.

미국에선 간호사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대표적인 그림이 ‘스크럽과 청진기’ 일 만큼, 정말 청진기와 한 몸이 되어 생활하는데요, 한국에선 심지어 청진기가 병동 소유의 물품이었다면 여기선 간호사 개개인이 청진기를 구매하여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한국 병동을 떠올려 보면 조금 어색한 모습인 듯한데, 미국에선 업무 시작과 동시에 환자 파악을 Assessment와 함께합니다. 이후 환자의 상태가 변할 때마다 담당 간호사가 저 환자를 다시 사정한 뒤 의사에게 보고하기도 하고, 의사들 역시 간호사들의 assessment에 기반하여 진료 방향을 많이들 결정합니다.

2. 업무 분배 및 위임

병원마다 기본적인 업무에 조금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여기선 간호사가 technician 에게 여러 가지 일들을 위임할 수 있어요. 특히 놀랐던 건 lab을 나가는 것도 tech이 가능한 업무라고 하더라고요. 이 외에도 기본적인 vital sign, 혈당 체크, position change 등등 많은 일들을 tech들에게 분배하여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한국식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해서 이 업무분배나 위임하는 데 있어서 많이 망설이는 부분이 있어요. 시간이 비면 그냥 제가 환자를 한 번 더 보고 일을 하는 게 심리적으로 더 안정되기도 해서, 급한 일이라면 그냥 제가 일을 처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3. 그 외 기본적인 간호업무

간호업무 중 많은 것들을 tech들에게 위임한다고 해서 간호사가 할 일이 없이 약만 투약하고 놀기만 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에요. 외과 환자를 예로 들자면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은 잘 컨트롤되고 있는지, 잘 걸을 수는 있는지, 밥은 잘 소화하는지 등등 하나하나 간호사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부분도 많고, 내과 환자의 경우엔 오히려 오랜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진의 도움이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한국에선 간병인이나 보호자 분들이 환자를 도와 화장실을 간다든지, 씻겨준다든지 등의 기본적인 위생 문제를 많이들 도맡아 처리해 주시는데, 여기선 의료진들이 모든 부분을 케어해요. 심지어 포지션 체인지를 하는데도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거기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환자들이 1인실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담당 간호사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병동에 어떤 일이 생겨서 바쁜 건지 알 길이 없어요. 덕분에 한 환자당 케어하는 시간이 한국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Q5. 한국에서도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쉽지 않은 선택이고 여러 걱정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죠. 선생님께서는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셨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근무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죠. 아무리 영어시험을 준비해서 일정 수준을 성취했다 하더라도 원어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내가 과연 미국인을 상대로 영어로 대화하며 일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근무에 투입되어서도 아직 제일 힘든건 영어에요. 예전에 블로그에도 적었던 내용이긴 합니다만,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일을 하다 보면 실제 제 역량의 50-60%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가 저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때면 더욱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어로 일하는 거라면 참 쉽게 상황 정리를 끝낼 수 있는 일인데 말이죠. 주변에서 말하길 어려서 이민을 온 게 아니고서야, 결국 영어는 평생 싸움이라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순간순간 위기감이 들 때도 많아요. 저 잘 살아남을 수 있겠죠? 하하

 

Q6. 미국 간호사를 꿈꾼다면 이민 오기 전 어떤 준비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많은 분들이 미국 간호사로 넘어오실 때 에이전시를 끼고 오신다고 알고 있어요. 이때,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 바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의 동네로 가게 된다면 필수적인 건 ‘운전’입니다. 미국은 차가 없으면 발이 묶이는 것과 마찬가지라, 꼭!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주행을 하고 넘어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미국 문화나 생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넘어오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좋은 말씀만 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미국이 한국에 비해서 치안이 엄청 좋은 곳은 아니거든요. 총기 소유도 합법인 데다, asian은 결국 소수인종에 속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꿈만 같은 날들이 펼쳐지지는 않을 거예요. 생각과 가치관을 꼼꼼히 잘 무장하시고, 내가 굳이 먼나라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가족들과 친구들과 떨어져서 이민자로서의 삶을 시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잘 따져보시고 넘어오셨으면 좋겠어요.

 

Q7.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운영하며 미국 간호사 생활에 대해 포스팅한 것들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SNS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앞으로 어떠한 내용이나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실 NCLEX와 IELTs를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들을 기록하는 용도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개인 계정에 ‘내가 이것도 공부하고, 이런 것도 준비하는 중이야!’라고 방방곡곡 소문내기가 조금 민망하더라고요.

이후 병원에 들어가고 나서는 기억에 남기고 싶은 일이나 힘들었던 일들을 일기장에 털어놓듯이 하소연하고 싶은데 인스타는 조금 한계가 느껴져서 블로그로 갈아타게 된 듯해요. 그간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그날의 감정과 기억들은 기록해 두지 않으면 결국 사라져 버리고 잊혀져 버리는 게 참 아쉽더라고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병원 역시 정보 유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과연 내가 어디까지 언급하고 이야기를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종종 하곤 합니다. 실제로 몇몇 글들은 작성하고서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언젠가 훗날의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이때의 나는 이런 마음가짐이었구나, 이런 일들을 거쳐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기억저장소로 활용하고자 해요. 아마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에겐 ‘아 저런 게 바로 외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 모습이구나.’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죠.

 

 

Q8.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과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론 영어를 조금 더 자유자재로 잘해서 병동 식구들이 내뱉는 small talk에 거침없이 끼어들어서 농담 따먹기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외향적인 성격인데 영어 때문에 이 성격을 강제로 숨기고 살려니 너무 힘이 드는 거 있죠. small talk가 영어의 단계에 있어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다고 하는데, 언젠가 이 stage를 정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금 멋이 없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아직 정하진 않은 것 같아요. 공부를 더 해볼지,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면 좋을지 등등 생각만 많지, 확실하게 꽂힌 부분이 없어요. 아마 이렇게 흘러가다 갑자기 뜬금없는 곳에 꽂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요. 마치 ICU에서 트레이닝 받고서는 NICU로 발령 난 과거의 저처럼, NICU에서만 일하다 성인 병동에서 일하게 된 현재의 저처럼요.

 

Q9. 열심히 외국에서 일하며 적응 중이신 본인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주변에 한국인이라곤 하나 없는 병동에서 적응하고 하루하루 살아남으며 버텨나가는 게 아직도 조금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동안 언제 어디서나 잘 버티고 이겨내 왔듯이 아마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에서도 언젠가는 제가 꿈꾸는 모습으로 빛나는 날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란 힘들다고 하죠. 지금 저의 도전이 미래의 앞길에 밝은 빛을 비추어 줄 수 있는 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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