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간호사가 방호복을 벗기 시작했다. 기자가 만난 간호사는 격리 병동에서의 근무 경험을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기억으로 회상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지 않고, 처우가 더 개선됐다면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이 치료받는 동안 저를 보고 잠시라도 웃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제가 근무했던 병동에는 TV도 없었거든요. 간호사가 환자들의 유일한 소통창구였어요.”

백의영 간호사(37)는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할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면 미소 지었다. 그는 2022년 7월부터 약 10개월간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근무했다. 사진 속 그는 새하얀 방호복 곳곳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이고 브이 포즈를 취했다.

백 간호사는 격리 병동 환자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방호복에 스티커를 붙였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부터 고흐의 명화까지 다양했다. 유난히 비협조적인 환자와 친밀해지기 위해 환자 문신과 비슷한 흑백의 용 스티커를 붙였다.

 

백 간호사는 아픈 환자를 보며 자기 가족을 떠올렸다. 환자가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고된 업무와 피곤함을 잊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아픈 환자를 돕고 싶다는 마음은 모든 간호사가 다 같았을 겁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이 동료 간호사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백 간호사는 “코로나 병동이든, 일반 병동이든 가장 힘든 것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의 갈등인데, 대부분은 업무 과다로 인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반 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이 적게는 8명, 많게는 20명을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수인계를 포함한 모든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

경기 평택시 평택박애병원에서 근무했던 도화영 간호사(37)도 인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격리 병동 특성상 간호사가 보호자나 간병인의 역할까지 모두 수행해야 했다. 환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의 충족이 필수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발표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3~10년차 간호사 중 80% 이상이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했다. 이유로는 48.9%의 응답자가 열악한 근무조건·노동강도를 꼽았다.

대한간호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간호사 면허자 중 의료 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50.9%다. 간호사 면허자는 매년 증가하지만 숙련된 간호사는 고된 노동에 지쳐 의료 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백 간호사도 “병원에 입사한 동기 200명 중 절반 정도는 2년 안에 퇴직하는 것 같다. 함께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했던 동기 5명 중 3명도 퇴사했다”고 말했다.

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자문위원(48)은 “정부는 코로나19 때 병상을 확충한 것만으로 중환자 치료 역량이 준비된 것으로 발표했지만, 현장은 만성적인 의료인력, 특히 간호사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며 “지금과 같이 간호사가 이탈한다면 감염병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지윤 간호사(30)는 중환자실 간호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초부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소속되어 서울과 경기도의 여러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환자 대부분이 의사 표현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의 집중력이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간호 인력에 대한 보호와 처우 개선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닌 의료 현장의 지속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최 위원은 감염병 전담치료 병상, 거점병원 등 현장에서 간호사 배치 기준을 준수하도록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간호법’ 통과를 놓고 많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간호법 목표는 코로나19 방역에서도 핵심이었던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의 실현을 통해 국민 모두가 숙련된 간호사로부터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전담 병동 근무를 후회하는지 묻자 이 간호사는 “이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선별진료소부터 종합병원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고생이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고 답했다.


출처 : 스토리오브서울(http://www.storyof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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