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NewYork Presbyterian-Weill Cornell, Adult hematology/oncology infusion center에서 근무하고 있는 12년 차 간호사, 신슬예입니다. 2012년도에 간호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2017년도까지 내과병동에서 근무를 했었고요, 이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소아 혈종 내과 병동에서 1년 7개월 근무하고 2019년도 말에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Q2.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해야겠다는 선택을 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실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늘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전공을 공부할 때, 전공책의 출처나 많은 레퍼런스가 미국에서 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도대체 미국 간호가 어떻길래, 이 많은 간호의 기준이 되고 기본이 되는 걸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업무량에 치여서 이러한 호기심조차 잊고 지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다시 해외 간호사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호주, 뉴질랜드로 도전을 하다가 실질적으로 신분 문제(비자 문제)는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소 영주권을 받기에 안정적인 미국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3. 현재 근무 중인 병원, 부서의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선생님이 맡고 계시는 업무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NewYork Presbyterian-Weill Cornell에서의 근무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하하. 저희 부서는 또래 간호사들이 많습니다. 다들 배우려고 하는 열정과 서로 돕고자 하는 배려가 많은 친구들이라서 으쌰 으쌰 서로 동기부여가 되어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차가 높은 대선배 간호사들도 있지만, 뭐랄까 요. 선배 간호사의 느낌보다는 나보다 연차가 많은,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 간호사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한국에서 제가 선배들과 일할 때 경험했던 강압감과 위압감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제 부서, 인퓨전 센터는 외래의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서, 항암치료를 외래에서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죠.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아침 일찍 병원에 오셔서 피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고, 큰 이상이 없으면 인퓨전 센터로 와서 계획되었던 항암제를 맞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이 센터에서  staff nurse로서 환자의 상태(피검사, 신체 사정 등)를 확인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preceptor로 거의 매일 새로 채용된 간호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고요, 주말에는 charge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Q4. 처음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선생님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미국에 오기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타국의 낯섦으로부터 오는 어려움은 크게 없었습니다. 워낙 생소하고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극 소수의 한국인 간호사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은 없었어요. 질문을 조금 바꾸어서, 외국에서 느꼈던 어려움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언어장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원 안에서 하는 회화는 결국 다 비슷한 말이라 금방 적응이 되었지만 소위 말하는 스몰 톡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첫 3개월은 영어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서 매일 밤 울었습니다. 영어가 싫고 말하기가 싫었어요. 그러다 보니 해외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더디게 느껴지고 외로워지더라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회화책도 샀고, 영어회화 어플 정기권 결제도 해봤고요,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서 조금이나마 외향적으로 바뀌려고 노력도 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느꼈던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은 단체가 중심이고 중점이었는데, 제가 겪은 두 해외 생활은 개인이 중심이라는 것이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효율보다는 질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해야 하나요? 병원 안에서나 밖에서나요. 개인으로서는 존중받는 다는 느낌은 들지만, 전체를 봤을 때는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런 면이 답답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Q5.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한국간호사로 일하는 것과 미국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어떠한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multidisciplinary team care 가능하다는 거요. 환자 상태에 대해서 전공의, 약사, 영양팀, 재활팀 등등 정말 자유롭게 논의가 가능합니다. 제가 겪었던 한국 병원은 의사와의 관계가 수직적이었고 다른 팀과는 항상 적대적이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환자 한 분을 위해서 모두가 팀원이 되어서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병원 바이 병원, 부서 바이 부서이겠지만요.

또 하나는 전 질문의 대답과 이어지는 부분인데요, 단체와 개인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에 더 초점을 둘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것이 벌써 10년 전이라서 많이 바뀌었겠지만, 모든 과정과 성장이 단체를 위한 방향이었어요. 이기적인 것과는 다르게 개인적이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서포트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교는 물론이고, 예를 들면, 현재 제가 항암 관련한 교육을 개인적으로 더 받고 싶다고 하면 교육을 위한 오프(paid day off)를 따로 신청할 수 있고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굉장히 호의적이고 매니지먼트에서는 간호사들이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격려합니다. 그리고 특히 항암 관련한 리서치들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 및 간호 경향에 관한 흐름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Q6. 타지도 아닌 타국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한국인 간호사들과의 커뮤니티나, 근무 중이신 병원에는 한국인이 있는지, 한국 간호사들과의 커뮤니티도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재 일하는 부서에 총 네 명의 한국간호사가 있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돕게 되고 의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간호사들과 교류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겁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이민 오는 같은 에이전시 간호사와 의지하게 되고요. 

제가 많은 선생님들께 외로움에 대한 대처에 관한 질문을 받았었는데,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혼자이어도 괜찮도록 연습해라”입니다. 본인을 잘 모르면 타지 생활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대부분 자아를 사춘기 때 많이 고민하고 찾게 된다고 하는데, 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혼자 지내면서 자아를 깨달았답니다, 하하.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힘든 걸 감당하는지, 감정적으로 힘들 때 어떤 위로가 통하는지 등등 본인을 잘 알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Q7.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과,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Oncology 쪽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아무래도 환자의 마지막 항암치료 혹은 완치 판정의 순간에 함께할 때인 것 같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잘 버텨준 그 환자가 너무 기특하고 안쓰럽고 자랑스럽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움을 느꼈던 건, 내 간호에 대해 의문이 드는 순간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아 항암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때, 제 환자들이 3일 연속으로 중환자실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내 간호의 방식이 틀린 걸까? 무언가를 잘못했나? 왜 내 환자들이 자꾸 더 아플까?“라는 생각에 정말 펑펑 울면서 일했어요. 매니저가 그 모습을 보고 많이 위로를 해 주긴 했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은 환자가 힘든 순간에 스스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부족함이 들 때인 것 같습니다. 

 

Q8. 한국인이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어떤 것을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본인에게 관대한 태도.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모든 걸 잘 할 수 없고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부족한 모습도 수용하고 때로는 반성하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저는 늘 강조합니다. 새로운 환경, 다른 언어, 그리고 새로운 일, 낯선 사람들 등등 새 시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혼란스러움도 많고 새로 배워야 할 것투성이 일 겁니다. 자책하기보다는 잘못은 겸허히 받아들이며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움은 익히면 됩니다. 모른다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용기 있게 질문하고 배우셨으면 합니다. 제가 느끼는 미국은, 그런 기회를 많이 주는 곳이거든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여유 한켠을 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반복된 잘못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기합리화를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하. 

 

 

Q9.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과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3년 안에 졸업해서 전문간호사로서 일하는 것이 저의 단기 계획입니다. 저는 미국 간호사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안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실패와 재도전, 성취 등등. 그저 영어와 엔클렉스를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이전에는 저는 제 자신을 항상 낮게 평가해왔는데 “나 같은 사람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구나”를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서 안에서 배우고 성취해 나가고 싶고, 그런 면에서 저의 최종 꿈은, 근거 기반의 간호 지식으로 동료들과 즐겁고 안전하게, 제 환자들에게는 높은 질적인 간호를 제공하며 병원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Q10. 미국 간호사를 꿈꾸는 선생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음… 제가 밋업이나 유튜브를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요, 저는 선생님들께서 미국 간호사를 꿈보다는 ‘목표’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이 꿈꾸는 삶에 미국 간호사가 하나의 조건이 되었으면 해서요. 막상 미국 간호사가 되어보니 ‘이게 다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 내가 미국 간호사가 되는 것만 생각했지, 어떤 삶을 살지는 꿈꿔보지 않았구나” 하고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선생님들께는 미국 간호사라는 목표가 정말 멀게 느껴지겠지만 정말 현실적인 것이에요. 인내심만 있다면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포기하지만 말아요. 영어시험과 엔클렉스, 떨어지면 또 볼 수 있는 시험들인데요? 본인이 놓지 않으면 결국에는 이룰 수 있습니다. 불안해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저는 전혀 똑똑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끈질긴 사람입니다. 제가 주변에 미국 간호사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했으니 너는 당연히 할 수 있다.”

 

 

Q11. 선생님을 통해서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선생님의 해외 간호사 도전기를 SNS에 담아놓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유튜브 채널 슬간 https://youtube.com/@seul-gan>

사우디아라비아에서부터 미국까지, 저의 해외 간호사 도전을 담았습니다. 영어, 에이전시, 간호 생활 등의 도움 될 만한 영상이 많으니 참고 부탁드리고, 더불어 구독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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