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9년차 Nurse Practitioner (미국 전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안 윤선입니다. 미국의 한 정부 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소속 당뇨 전문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Q2. 처음에 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하셨던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실 고3때까지만 해도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병원이라고는 1년에 한 번 동네 의원에 가서 독감주사를 맞는게 전부였으니까요. 간호사하면 늘 동네 병원에서 수납을 도와주거나 주사를 놔주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었죠. 반수생시절,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좋아지며 아산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 "간호사"들을 보며 간호사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 전까지는 환자를 보는 일을 하고싶기는 했지만 막연하게 의사나 약사 같은 일을 원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간호사가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어요. 그 해 수시로 간호대학에 입학하면서 간호사가 되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Q3. 신규간호사로 첫 근무를 하실 때 어느 과에서 일을 하셨으며 어떠한 점들이 적응하는데에 오래 걸렸는지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졸업식도 하기 전에 서울 아산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신규간호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실습과 서브인턴십을 하며 중환자실 간호사의 꿈을 키워왔는데 진짜 중환자실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사실 스스로 일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나름 야무지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게 다 소용이 없더라구요. 처음 해보는 일이니 늘 서투르고 주늑들고,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워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쉬는 날 공부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성장하고 있지 않는 느낌? "노력으로 안되는 일은 없다"고 늘 믿고 지냈는데 이건 노력으로도 안되는 것 같아 너무 막막했어요.


신규 간호사로서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답"이라는 다소 뻔한 대답이 도움이 되지 않을 줄 알지만,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더라구요. 반복해서 일을 하고, 비슷한 질환을 계속 접하고, 오더들과 간호처치들을 직접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일처리가 빨라지게 되고,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며 나의 "내공"이 되는거죠. 실제로 2년차 정도부터는 일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제 일을 마치고 다른 동료들의 업무를 도와줄 여유도 생겼어요.

 

Q4.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내분비내과에서 근무하고 계시는데 국제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간호대학 학생일 때 한 교수님께서 미국의 전문간호사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미국의 NP는 직접 처방도 하고 환자 진료도 한다구요. 처방이나 진료는 의사 고유의 권한이 아닌가? 어떻게 간호사가 그런 일들을 하지? 미국의 의사들은 그게 괜찮은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죠. 그때 처음 막연하게 '아 나중에 미국에 가서 저런 일을 해보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5. 미국 전문간호사가 되기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셨었는지 궁금합니다.

약 3년 간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이제 미국으로 갈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병원을 그만두고 쉴틈없이 바로 강남의 한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엔클렉스 시험을 보기 전에 일단 영어점수를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영어시험을 해결해야 다음 단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영어 시험을 통과한 후 엔클렉스 준비를 시작했는데, 마침 모교인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성인간호학 교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신 교수님과 선배님께서 조교로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시더라구요. 제가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과 선배님이기도 했고, 저 또한 교수님을 도와 학생들의 교과과정 및 실습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후 조교로 일하며 엔클렉스를 통과했고, 대학원 NP 프로그램에 합격해 미국으로 떠나오게 되었습니다.

 

Q6. 현재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병원과 진료과의 분위기와 업무패턴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현재 내분비내과 팀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내분비내과 전문의, 펠로우 및 레지던트, 동료 NP 및 PA,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MA, LVN 등 다양한 역할로 구성된 팀이예요. 굉장히 유쾌하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일하는 환경과 동료들이 정말 직업 만족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저는 병원의 외래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환자 진료가 업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예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진료가 있고, New Patient consult, 제 담당 환자의 팔로우업, procedure 등으로 스케줄이 구분돼요. 주로 환자의 주치의가 당뇨 조절에 실패한 경우나 병원 ICU/ER/타과에서 협진의뢰를 낸 케이스들을 보고 있어요.


진료 중간 중간 수시로 들어오는 검사 결과라던지 약물 refill requests, 환자의 메세지나 전화등을 처리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예요. 그 밖에 당뇨 관련 시술들과 디바이스 교육 등도 모두 NP의 역할이랍니다.

 

Q7. 미국전문간호사로 근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활동을 하셨나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참 컸어요. 엔클렉스도 통과하고, 영어 공인점수도 땄고, 심지어 대학원도 졸업했지만 그래도 "완벽한 영어"를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컴플렉스라고 해야할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자기의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고, 내가 공부하고 노력해온 성과들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니까 그런 불안감들이 서서히 작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아, 나의 불안감은 "영어가 완전하지 못한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provider로서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것이었구나 깨닫게 되었죠. 처음부터 똑똑하고 좋은 provider일 수는 없는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얻게 될 것들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괜한 영어를 탓했구나 싶었어요.

 

지금도 영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내가 하는 일에 조금 더 자신이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부족한 점들이 자연스럽게 커버가 되는 것 같아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시간이 답"인 문제들에 조바심 내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경계하려고 노력하는데, 전형적인 Type A personality라서 쉽지는 않네요.

 

Q8. 현재 NCLEX-RN 준비를 하는 선생님들께 해주고싶은 조언이나 전해주고싶은 꿀팁, 또는 필히 고려해봐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말씀을 전해주고 싶으신가요?

요즘은 엔클렉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많이 활성화 되어있고, 정보와 꿀팁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예전에 비해 준비가 수월해 진 것 같아요. 제가 실전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은 드릴 수 없지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엔클렉스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너무 깊게, 완벽하게 공부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엔클렉스도 결국은 면허를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라서 깊게 오랫동안 공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엔클렉스를 통과하고 나면, 진짜 임상에서 요긴하게 쓰일 지식들은 직접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같은 경우는 공부할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한번 모든 과목을 공부하고 나서 다시 한 번 훓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만들었던 핵심노트를 요긴하게 썼는데, 다시 모든 내용을 리뷰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노트 중심으로 쓱 훑어보며 복습한 것이 도움이 됐어요.

 

Q9. 선생님께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자주 즐기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는 야구장에서 병원 스트레스를 참 많이 풀었어요 (무적 LG!). 코비드 이후로는 경기장에 자주 가진 못하지만, 여전히 야구, 농구, football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해요. 또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크고 작은 여행 계획들을 세워놓고 자주 다니는 편이예요.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과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NP 9년차에 접어들지만 아직도 새로운 분야, 배울 것들이 너무 많아요. NP라는 직업의 큰 매력 중 하나인데, 정말 지루할 틈이 없어요. 요즘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나 공인 트레이너들만 다루는 insulin pump therapy를 조금 더 깊게 배우고 있고, 동시에 공인 당뇨 교육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현재 outpatient (외래)에서 진료를 보는 일을 하지만, 새해에는 inpatient에서 내원환자들의 diabetes consult를 맡기위해 트레이닝도 시작했구요. 지금 당장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그저 저에게 주어지는 이 다양한 기회들이 감사하고, 이런 크고 작은 눈 앞의 목표들을 하나씩 성취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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