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수도권 소재 정신 전문병원에서 일하는 2년 차 간호사 손지완입니다.

 

Q2. 처음 신규간호사로 입사를 한 후에 기분은 어떠셨나요? 입사 전 예상했던 것과의 차이점이라면 무엇이 있었을까요?

3학년 때부터 정신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입사했을 때는 제가 정신과 간호사라는 걸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이러한 기분이 몇 달간 이어졌죠.

 

실무를 통해 느낀 건 남겨야 할 기록이 정말 많다는 거였어요. 처음 다녔던 정신 병원에선 한 번에 120명의 대상자를 봐야 했는데 그때는 원치 않게 컴퓨터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허다했어요. 현 병원은 그만큼 많은 대상자를 보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기록을 남겨요. 그래도 이러한 기록들이 치료 행위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다는 걸 점점 느껴요. 기록을 통해 치료 연속성과 문제 발생 시 원인 및 과정 규명에 도움을 주는 걸 경험했거든요.

 

Q3. 선생님께서 근무를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신 병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다툼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각 대상자를 분리하고 필요에 따라 격리와 강박까지 시행할 때도 있지만 다툼의 정도를 평가하는 건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거든요. 동일한 상황을 보고도 A 간호사는 격리 정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B 간호사는 강박과 안정제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죠.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의사 선생님께 인계 드리면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긴 하는데, 이때도 사실 전달자인 간호사가 어떻게 말하는 지가 크게 작용하죠. 이 외 다양한 상황에서 중재의 선을 애매하게 걸칠 때 어려움을 겪곤 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신 병동에 대한 감을 높여야 했어요. 그러려면 실전 경험을 쌓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상황을 떠올리면서 이때 어떻게 해야 할지 선임 선생님들께 많이 여쭤봤어요.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바보 같은 질문일지라도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일반 사회와 정신 병동 안에서의 대처는 달라요. 갓 신규로 들어온 저는 일반 사회에서나 알맞을 제 판단을 믿을 수가 없었죠.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생긴 것 같아요.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요.

 

Q4. 정신의학과 병동 간호사의 업무패턴은 어떠하며 현재 근무하시는 곳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주요 업무는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투약, 면담 및 일상 관리'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안정적인 병동 분위기 유지'입니다. 루틴 업무는 각 대상자들과의 짧은 대화로 시작합니다. 이때 증상(환청, 망상 및 우울, 불안 등)을 사정하고 일상 관리(수면, 식사, 위생)를 북돋습니다. 이후, 매 투약 시간 전에 간호사가 모든 대상자의 약을 확인한 후 직접 투약하고 복용 여부를 체크합니다. 추가로, 자, 타해 상황 및 행동 조절을 못하는 대상자가 발생할 경우 증상에 따라 상담, 격리, 강박 또는 안정제 처치를 하곤 합니다. 이 외에도 프로그램 진행, 물품 반입 시 위해 도구 확인, 병동 환경 점검 등을 합니다.

Q5. 신규간호사들이 선생님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정신의학과를 지망하는 간호학생, 간호사에게 어떠한 공부를 미리 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도 신규 간호사라서 이 질문은 저와 제 동기들의 궁금증을 떠올리면 되겠네요. 첫째는 단연코 “어떻게 대답해야 치료적일까?”입니다. 이는 내면의 어려움으로 오신 분들이기에 더 이상의 아픔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배려를 담은 진실'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구태여 듣기 좋은 거짓말이나 모르는 걸 아는 듯이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실은 그 자체로 치료적이므로 이에 기반하여 전하면 됩니다. 다만, 진실은 꽤나 자주 아프기 때문에 배려를 담아야 합니다.

 

둘째는 “어떻게 질문해야 치료적일까?”입니다. 이는 제가 상당히 자주 하는 고민입니다. 훌륭한 질문은 대상자의 상태 사정과 더불어 증상을 완화시켜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각 개별 상황에서 어떤 걸 질문해야 가장 치료적인지 혹시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지. 그러나 이러한 고민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이는 실무 경험이 일부나마 치료적인 질문을 하게끔 저를 성장시켜줍니다. 앞으로도 많이 갈고닦아나가야 하지만 말이죠.

 

예비 정신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은 뇌과학 및 해외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도움받을 수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오은영 박사님이나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께서 올리는 영상을 봐도 좋습니다. 그 짧은 영상들 속에도 엄청난 인사이트가 들어있거든요. 다만, 그냥 보는 게 아니라 필기하고 외우면서 공부하듯 해야겠죠. 저는 이런 방식으로도 많이 배운답니다.

 

Q6. 정신과 근무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일과 가장 마음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보람찼던 건, 중증 우울을 겪으며 하루가 멀게 자해를 하던 대상자분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선생님 오실 때까지 자해 안 하고 잘 지내고 있을게요. 약속해요.’라고 말씀하셨을 때예요. 그분한텐 이런 약속조차도 정말 힘든 일이었거든요. 제가 이런 제안을 했어도 그분 입장에서 받아들여질까 싶은데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다짐을 건네신 거죠. 심지어 2주간 단 한 번도 감정과 긍정적 표현을 하지 않으셨던 분인데 말이죠. 감사하게도 그분은 그 말을 지켰어요. 물론 앞으로도 괴로운 감정과 힘든 순간들을 또 겪으시겠지만, 이러한 모습을 미뤄보았을 때 그분의 앞길이 완전히 캄캄할 것만 같지는 않아요.

 

Q7. 선생님께서는 곧 <감정을 돌보는 간호사> 라는 도서를 출간하시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해당 도서를 쓰게 된 계기와 간단하게 내용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하, 두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책에서 언급했듯 학생 때 느꼈던 갈증에서 비롯되었어요. 당시에 정신 병동 실무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필요했지만 제가 원하는 방향의 책은 없었어요. 귀여운 만화로 포장하거나 정신 질환을 앓는 분들을 그저 착하게 혹은 불쌍하게 보이게끔 하는 책들이 많았죠. 아마 미디어에서 비추는 공격적인 조현병 대상자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실무자 분들의 의중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당시 저는 실제로 곧 취업을 해야 했기에 실상 그 자체를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책은 없더라고요. 제 서칭 능력의 부족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러고 나서 실무를 겪으면서 정신 간호사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제가 겪었던 갈증을 똑같이 겪고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아! 내가 한 번 써봐야겠다!'라고 다짐했죠.

 

두 번째 계기는 대학 병원 퇴사와 관련 있어요. 저는 2년간 바랬던 대학병원에 취업을 성공했었고, 반년을 기다린 끝에 정신과에 배정받았었어요. 그런데 그 병원은 사실상 정신과를 축소하고 있었고, 대상자의 3분의 2가 타과 대상자였던지라 결과적으로 정신과를 배울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런데 저도 한편으론 근사한 병원에 다니고 싶고 주변의 인정도 받고 싶어서 쉽게 퇴사 결정이 안 내려졌었어요. 물론 2달도 안되는 기간만에 퇴사했기에 외부에서 봤을 땐 속전속결이겠지만, 입사 4일차 때부터 '신규 간호사는 만 2년 동안 정신과 대상자를 배정하지 않는다'라는 내규를 접하면서 곧바로 퇴사를 고민했었거든요. 아무튼 그때 상실감과 뭔가 취업 사기를 당한 것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겪던 중에 '대학 병원 포기하되 이를 갈음할 수 있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다른 걸 해내보자'라고 다짐했어요. 그게 책 출간이었죠. 이러한 두 가지 계기가 서로 맞물렸어요.

 

책은 파트가 나눠져 있고, 메인 파트는 제가 경험했던 20명의 정신 질환 대상자분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를 수정했지만 대화 내용은 모두 직접 하셨던 말씀들이죠. 다음으로 정신 간호사를 꿈꾸면서 떠올릴 수 있는 궁금증과 몇 가지 정보를 담아놓은 파트가 있죠.

 

Q8.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정신의학과 간호사’의 장점 또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마주 한다는 게 가장 커요. 병동에선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는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저도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죠. 그렇기에 저는 대상자분들을 중재하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중재한다고도 느껴요. 그래서 가능하면 허울뿐인 말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 하죠.

 

한편으론 이러한 이유가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제 자신을 위한 숙고의 과정이 고스란히 대상자분들께 돌아간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대상자분들께 가장 좋은 걸 주기 위해 숙고하는 과정이 저에게 도움을 줄 때도 있죠.

 

Q9. 만약 지금 어딘가에서 마음의 병을 앓고있지만 도움의 손길을 청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어떠한 말씀을 전해주고 싶으신가요?

그 누구도, 어떤 것도 나를 도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정말로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요. 만약 어려움을 겪으신다면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당장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불안하고 우울했던 분들도 치료받으면서 점차 나아지셔서 퇴원을 해요. 이분들도 처음에는 직장과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고, 정신과 치료를 지푸라기로 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치료를 이어가시면서 이게 단단한 동아줄이었다는 걸 알아차리시죠. 의심은 잠시 걷어두고 병원을 찾아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과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현재 목표는 3년 이내에 미국에서 정신 간호사로서 일하는 겁니다. 이후엔 정신 전문 간호사 과정을 이수하여 진단과 처방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단기 목표로는 내년에 업무 외에는 엔클렉스를 비롯한 모든 영어 성적을 준비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요즘엔 업무를 제외하곤 영어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1년 전엔 “글을 꾸준히 써서 책으로 출간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뤄냈죠. 현재는 “3년 후에 미국에서 일하며 더욱 전문성을 갖춘 치료자로 거듭나면 정말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종 목표에 대한 질문은 항상 어렵게 느껴지네요. 그러나 확언할 수 있는 건, 정신 건강 분야에서 전문적인 치료자로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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