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내-일을 그리는 간호사, 서울아산병원 5년 차 응급실간호사 정승식입니다. 응급실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올해부터는 응급간호팀에 소속된 고압산소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널스케치(@Nur_sketch)라는 이름으로 병원의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Q2. 선생님께서 처음 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하셨던 이유는 무엇이셨나요? 그리고 실제로 간호사가 되고 나서 그 목표에 대한 생각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으셨나요? 

병원에서 다시 찾은 생명에 보답하기 위해서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 호흡을 하지 못해서 인큐베이터에서 간호를 받았습니다. 신생아 때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때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싶어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머리에 주사를 맞은 흉터가 남아있는데 흉터를 볼 때마다 그 은혜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간호사가 되어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베풀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간호 외에도 기부금 모금 등 작년부터 여러 가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3. 입사를 하실 때부터 응급실을 지망하셨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응급실은 2지망이었고, 1지망은 수술실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동료들과의 소통과 협력이었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응급실로 부서가 배정되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소생실에서 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고, 활동적인 제 성향과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Q4. 응급실만의 근무적 특징과 선생님께서 전담하고 계시는 고압산소치료실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응급실의 특징은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가 숫자의 제한이 없는 상태로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가장 바쁠 때는 아무래도 응급환자가 몰려올 때입니다.

 

응급실은 환자들이 예고 없이 내원합니다. 몇 분 간격으로 소생실로 중환자들이 밀려오거나 경증 구역에 수십 명을 한 번에 감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바쁘지만 그럴수록 팀워크가 더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고압산소치료실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의료진들에게도 많이 생소한 곳입니다. 고압산소치료란 말 그대로 고압챔버 안의 높은 압력에서 100% 산소를 마시는 치료방법인데 그렇게 하면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산소를 장기와 조직에 공급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Q5. 병원 내에서 의료진을 향한 폭언이나 폭행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알고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겪으셨던 일은 어떠한 일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제도를 통해서 개선시킬 수 있는지 선생님의 의견도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폭행까지는 아니지만 응급실은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환자가 많이 내원하다 보니 처치 도중에 맞고, 긁히고, 물린 적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폭언은 거의 매일 경험했습니다. 폭행의 경우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만 폭언은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제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진료 지연 또는 치료 환경이나 의료체계에 대한 내용이라 더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위협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보안관리팀 선생님들께서 호출과 동시에 빛의 속도로 달려와주시고, 최근에는 남자간호사 선생님들도 많아지다 보니 안심하고 간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슈로 병원 내 안전사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는 불평, 불만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만큼 간호사들이 친절하게 잘 응대하기 때문이겠지만 앞으로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의료진에 대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의 대부분은 응급실의 진료체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제도적 마련과 더불어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응급실과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림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6.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일과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응급실 간호사라면 누구나 응급환자가 소생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경기도에서 헬기를 통해 병원 헬리포트로 내원했던 CPR환자입니다.

 

헬기에서부터 매뉴얼 컴프레션을 지속하며 내리고, 제일 꼭대기인 헬리포트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투베이션을 했습니다. 응급실까지 달리는 카트위에서 CPR을 계속했고 소생실에 도착하여 다행히 ROSC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매일 보는 CPR이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하여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 같아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힘들지 않은 게 없던 것 같습니다. 대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응급실은 환자들이 증상만 호전되어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서 회복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응급한 검사와 처치만 시행하고 퇴실하기 때문에 간호사로서 환자의 회복을 지켜보는 보람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압산소치료실에서는 돌발성 난청환자분들의 청력이 돌아오거나 회복되기 힘든 상처가 힐링 되며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근무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리프레쉬를 위해 안 해본 운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입사하여 수영, 러닝, 자전거 등을 시작했고 부서 선생님들과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 듀애슬론에도 나갔습니다. 한강을 건너는 크로스스위밍 챌린지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과 프리다이빙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가끔씩 실내 클라이밍도 하고 현재 주 취미활동인 테니스도 2년 정도 레슨을 받으며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쉬는 것보다 무언가를 해야 리프레쉬가 되는 편이다 보니 집안에만 있더라도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 취미들을 마음이 맞는 부서 선생님들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부서에 운동을 좋아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병원 밖에서도 함께 땀을 흘리고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덕분에 서로 더 끈끈해지게 되고 응급환자를 처치할 때 팀워크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7. 응급실간호사로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응급실 간호사로서 팀워크와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생실에 중환자가 내원했을 때 담당간호사 혼자서 만으로는 적절한 간호를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 팀워크를 발휘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 간호를 수행해야 합니다.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의사소통입니다. 응급실은 응급상황이 많고 업무량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예민해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의료진 간에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응급실의 특성상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상태가 많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보호자도 격양되어 있거나 흥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진정시키면서 치료에 협조하도록 소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Q8.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간호사 달력 프로젝트에도 참여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셨는지와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응급실은 체력이 중요하다 보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행복했던 일상이 단절되고 가중되는 업무로 지쳐가던 저희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 간호사 3명이 모여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고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남자 간호사끼리 바디프로필을 찍어서 소방관, 경찰관처럼 달력을 만들어 기부를 해보자고 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실제로 작년에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간호밖에 할 줄 모르던 저희는 달력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두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많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포널스와 널스노트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간호사 달력이 무사히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응급실 남자간호사들이 함께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많은 분들께서 좋은 뜻에 동참하여 달력을 구매해 주신 덕분에 900만 원이 넘는 수익금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 달력이 화제가 되어 신문기사와 뉴스에 나오고 방송에도 출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도 우리말 겨루기 '2021년을 빛낸 사람들' 특집에 이재갑 교수님과 함께 출연하여 운 좋게 우승을 했습니다. 연말 선물처럼 매일매일 놀랍고 감사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올해도 2023년 응급실 간호사 달력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굿즈도 제작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간호사로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어 제작하는 과정 자체도 즐겁습니다. 연말에 달력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Q9. 선생님께서는 널스케치라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신 것으로 아는데 원래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운영 계기가 궁금합니다.

간호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 간호사의 여러 가지 모습, 응급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널스케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은 언제나 시끄럽고 소란스러운데 퇴근 후 그림에 집중하다 보면 고요해지는 그 순간이 좋습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즐겁지만 사실 완성된 그림을 보여줄 때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근무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줬을 때 동료들이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행복함을 느껴서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제 그림이 부서 내 교육자료에 들어가거나, 응급실에서 퇴직하시는 선생님들 축하 현수막 제작에 들어가기도 하고, 간호사 달력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림은 한 번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심심할 때 틈틈이 풍경이나 사람들을 그렸던 것 같습니다. '널스케치'를 시작할 때 올렸던 처음 그림과 최근 그림을 비교해 보니 부족한 실력이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과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아직 고압산소치료실에서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단은 고압산소치료실 간호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싶습니다. 특기를 살려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교육자료로 만화도 제작해 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널스케치와 간호사 달력 프로젝트를 통해 간호사에 대해 좀 더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널스케치 그림을 책으로 엮어내거나, 전시회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