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는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통증을 없애 신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한편, 심리적 지지를 통해 품위 있게 삶을 마감하도록 돕는 의료를 말한다. 2021년 호스피스 이용자 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9명 이상이 호스피스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호스피스를 이용하려는 말기 환자와 가족은 하소연도 못한 채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와 가족의 요구는 증가한 반면, 호스피스 전문 기관 확대가 주춤하던 시점에 코로나 여파까지 더해지며 호스피스를 이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88개의 호스피스 전문 기관이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공립 의료기관이며, 전체 호스피스 병상 중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미만이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21개소가 휴업함으로써 호스피스 병동 4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 병상 확보가 시급해지자 주로 공공의료기관들이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지방 의료원들이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신규 환자 입원이 엄격히 제한되거나 휴업으로 아예 입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기 환자가 고열, 기침 등의 증상이 발생했을 때에는 병원 진료조차 어려워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 좋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도 환자와 가족 모두 면회 제한으로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는 고립감을 느끼고, 가족들은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호스피스에는 가정형 호스피스도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원래 임종을 앞둔 환자가 익숙한 자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이다. 코로나로 호스피스 병동 입원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가정형 호스피스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면서, 이용률이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88개 호스피스 전문 기관 중 39개소만이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2016년부터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가정 전담 간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의사의 가정 방문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꼽혔다. 가정에서도 안전하고 지속적인 호스피스 돌봄이 제공되도록 가정 전담 간호 인건비 보전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고, 의사의 가정 방문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올해 5월을 기점으로 코로나 방역에 대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그간 휴업으로 문을 닫았던 호스피스 전문 기관들은 대부분 정상 운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호스피스 전문 기관의 절대적 수가 부족하고, 지역적인 편차도 존재한다. 호스피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각심과 두려움이 오히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이다. 가족들의 품에서 품위를 유지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되도록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한다. 죽음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처=조선일보(https://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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