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전담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태은 이라고 합니다.

 

Q2. 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하셨던 건 언제이시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간호학과를 다닐 때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했던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병원을 밥 먹듯이 다녔었습니다. 그 때마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따뜻한 손길, 숙달된 스킬 등을 보며 마냥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내가 직업을 가진다면 간호사라는 직업은 한번쯤 꼭 가져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호학과를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실 위에서 말했던 마냥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때문이었어요. 제 생각보다 간호사는 정말 바쁘고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직업 이더라고요. 실습을 나가기 전 생각했던 간호사로서의 삶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워 라벨이 충족되는, 그러면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며 보람을 함께 느끼는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밥 먹을 시간, 물 마실 시간,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없이 시간을 쪼개 가며 일을 해도 오버타임을 하게 되는… 실습에 나가서 본 그러한 모습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과연 내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을까? 라는, 하지만 그때 당시에 ‘내가 더 숙련된, 전문적인 간호사가 되면 더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젊은 패기로 힘든 시기를 극복해 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3. 선생님의 신규간호사 시절은 어떠셨나요? 자주 하던 실수라든가 숙달되는데 오래 걸렸던 특정 업무가 있으셨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신규 간호사 시절에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어요. 일단 동기 및 바로 위 선배들이 모두 못 버티고 그만두는 바람에 병동에 남은 신규는 저 혼자 였습니다. 저는 병동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재도 힘들었지만 힘든 일이 생길 때 의지할 사람이 없었던 게 저를 벼랑으로 내몰았던 가장 큰 이유 였어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신규 간호사 교육 때 친해진 친구들이 꽤나 많았고 기숙사에 살아서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회포를 풀며 속상한 마음을 풀어나갔습니다. 특히 일기를 매일매일 썼는데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던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Q4. 입사를 하시고 지원하실 때부터 내과로 지원을 하셨었나요?

저는 사실 입사를 하고 첫 지원을 응급실과 중환자 실을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가장 생사를 결정하는 가장 최전방에서 환자와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며 직접적으로 기여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것을 경험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저는 감염병동에서 일 하게 되었고 이렇게 지금은 감염내과 전담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감염병동, 코로나 중증 전담병상, 그리고 감염내과 전담 간호사까지, 크게 보면 신기하게도 감염 외길로 쭉 걸어오고 있네요. 누가 길을 알려주기라도 한 것처럼요. 이렇게 보면 저는 정말 감염 쪽으로 올 운명이었나 봐요. ㅎㅎ

 

Q5. 입사 후 첫 출근을 하셨던 날이 기억 나시나요?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신규간호사 시절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 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사 후 첫 출근 날에 저는 잔뜩 긴장한 눈동자로 병동을 바라보며 차트 판을 두 팔로 꼭 안고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이 납니다. 마주치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정말 열심히 인사하고 프리셉터 선생님을 병아리처럼 따라다니며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들을 정신 없이 받아 적었던 것 같아요.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 동기의 부재였으나 Q3에 있으니 다른 것을 이야기 해볼게요. 그 다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환자의 임종 직전, 그리고 임종 후의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신규 시절 제가 1년 넘게 돌보아 드렸던 환자 네 분이 2주 사이 모두 임종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그 중 DNR 환자 한 분이 있었는데 더 해드릴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자리를 뜰 수가 없어 환자 자리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 때 같이 일하던 선생님께서 제게 물이라도 마시라며 그 자리에서 저를 데리고 나오셨고 이후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정리하며 극복했던 것 같아요.

 

“네가 아무리 슬프고 감정이 격해져도 절대 울면 안돼. 우리는 전문의료진이야. 그렇기에 감정조절 하며 끝까지 환자와 보호자의 안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드려야 해.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난 후에 그때는 울어도 괜찮아.”

 

Q6. 감염내과에서 근무하실 때의 업무패턴은 무엇인가요?

근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되며 업무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상근직으로 8-5 근무이지만 현재는 원래의 근무시간에 온 콜을 위해 콜폰까지 집에 가져가고, 심지어는 법정 휴일에도 근무를 서곤 합니다. 때론 지치기도 하는 일상이지만 모두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7. 최근 간호법 제정과 관련하여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간호법 제정에는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사 인력 확보, 처우개선, 인권침해 등에 대한 주요 내용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선생님께서도 빠른 제정이 이루어지길 바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빠른 개선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부분은 바로 간호사 업무 범위의 명확화 입니다. 청원에 올라왔다시피 간호사의 업무는 이전과 다르게 더욱 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화되고 세분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역할은 “진료보조 및 요양상의 간호”로 1951년에 제정된 국민 의료법 안에 딱 한 줄로 쓰여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의료 환경과는 상반되게 간호사 관련 모법은 60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 법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 저는 업무 범위의 명확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간호사의 모든 업무 범위를 정리하고 나누어 간호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책임을 강조하여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합니다. 또한 보다 빠르게 간호법을 제정하여 전문화된 간호사 확보에 주력해야 합니다.

 

Q8. 선생님께서는 업무가 너무 힘들 때 무엇을 하며 그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재충전하여 출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 또한 업무가 너무 힘들어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집 근처 공원에 나가 무작정 걸으며 산책을 합니다. 처음에는 생각이 많아 걷는 것 조차 지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주변의 나무, 사람, 하늘 등 여러 가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보게 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굉장히 작게 느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괜찮아 지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되는 스트레스라면 저는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버립니다. 자고 일어나면 자는 동안 머릿속에서 알아서 정리를 한 것인지 괜찮아지더라고요.

 

Q9.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대한민국 간호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전해주셔도 좋고, 신규간호사들에게 업무, 면접과 관련된 팁을 나눠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어느 한 곳에서 계속 일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 단일한 생각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계속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많이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간 끝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힘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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