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자기소개와 함께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왼쪽에서부터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Penn Medicine연수, 유펜 간호대학, 아주대병원 강연

A: 안녕하세요? 미국 Acute care nurse practitioner(중환자 전문간호사) 유현민(데이비드)입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인제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 후 삼성서울병원 외과 중환자실에서 만 3년 근무했습니다. 당시 중환자실 우수 간호사로 선정되어 부상으로 참석한 미국 학회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를 접한 후 선진 간호를 경험해 보고 싶어 미국에 나왔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동안 미국 취업에 성공하여 2014년부터 미국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방문간호사 일을 시작으로 미국 요양병원을 거쳐 끊임없이 노력하여 미국 최상위 병원인 Penn Medicine 간호사로 채용되었습니다. Penn Medicine에서 Trauma ICU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미국 명문 사립대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중환자 전문간호사 과정을 마치고 졸업 후 현재 같은 병원 내과 중환자실 Nurse practitioner(NP)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병원 리더들을(분당서울대학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제가 일하는 미국 병원에 연수를 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아 통역도 담당했었습니다. Willing to learn이라는 마인드로 끊임없이 배웠고, 얻은 지식들은 Willing to share라는 마인드로 블로그(blog.naver.com/gemini1250), 책 <7년의 기록, 남자 간호사 데이비드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강연을 통해 나누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서울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등 40개의 기관에 초대되어 강연을 했습니다. 현재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박사과정(Ph.D.) 학생으로 공부를 하며 Penn Medicine 내과 중환자실 NP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2. 한국과 미국, 양쪽의 ICU에서 근무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무환경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한국 중환자실과 미국 중환자실 근무 둘 다 경험하면서 가장 크다고 느낀 차이는 업무환경 차이였습니다. 일단 미국 병원이 한국 병원보다 인력이 훨씬 많고 다양한 직종의 인력 체계가 갖추어진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환자들의 Respiratory care를 담당하는 호흡 치료사(Respiratory therapist), 환자의 EKG 모니터를 체크해 주는 EKG technician, 환자의 언어/발성 재활을 담당하는 Speech-Language Pathologist 같은 인력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수가 차이는 천양지차입니다. 미국의 의료비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시설, 장비 및 물품들이 한국에 비해 훨씬 좋을 수밖에 없고 또한 의료인에게 지급할 수 있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그런 좋은 장비나 물품들로 케어를 제공받지만 결과적으로 청구 받는 의료비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부담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로 미국에는 3교대 근무가 없고 전부 2교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3일 근무, 4일 휴무를 가지게 됩니다. 중환자실 간호사 역할 범위 역시 미국 간호사의 역할 범위가 상대적으로 더 넓고 또한 더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정책화, 프로토콜화되어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정책을 잘 따른다면 간호사 스스로 할 수 있는 업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미국에 와서 ‘간호사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환자가 가진 중심정맥관을 제거하는 것도 간호사가 직접 합니다. 물론 정책을 지켜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미국 병원에는 ‘태움’이 없습니다.


Q3. 현재 미국에서 Nurse Practitioner(NP)로 근무하고 계신데 간호사와 NP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또한 NP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왼쪽에서부터 동맥관 시술 중, 중심정맥관 시술 중
=왼쪽에서부터 동맥관 시술 중, 중심정맥관 시술 중

A: 미국 NP 전공은 아래와 같이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습니다.
■ Acute care(Adult-Gerontology): 급성기 성인 및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것에 초점
■ Acute care(Pediatric): 급성기 소아 환자를 돌보는 것에 초점
■ Primary care(Adult-Gerontology): 성인 및 노인 환자의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초점
■ Primary care(Pediatric): 소아 환자의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초점
■ Family: 지역사회에서 일차 진료를 담당
■ Women’s health: 산부인과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성 건강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
■ Neonatal: 신생아의 건강 및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초점
■ Psychiatric: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를 돌보는 것에 초점


저는 Adult-Gerontology Acute Care Nurse Practitioner로서 병원 내에서 급성기를 거치는 성인과 노인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합니다. 미국에서 NP로서 가장 먼저 붐을 일으킨 것은 1960년대 1차 진료자 부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Family Nurse Practitioner(FNP)였습니다. 그들은 지역사회의 환자들을 돌보며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온 결과 결국은 처방 권한까지 얻게 됩니다. 병원에서 급성기 환자를 돌보는 Acute Care Nurse Practitioner(ACNP)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그보다 30년 뒤인 1990년대입니다. 


1980년대 후반, 뉴욕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일하던 인턴 의사가 약물 사고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법원에서 제기한 이유로서 피로함(Fatigue)을 들었고 병원에서 인턴에게 너무 무리한 근무시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제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제한 법을 통과시키는 주(State)가 하나씩 늘어났고 결국 2000년대 초반 미국 모든 주에서 전공의 근무시간제한 법(주당 80시간 이내)을 통과시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갑자기 전공의(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을 확 줄여 레지던트를 배출하는 의대의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데 수요는 엄청 많이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그 수요와 공급의 갭(Gap)을 채우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 선택한 것이 이미 30년 동안 지역사회에 존재해오던 NP 시스템을 지역사회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병원 내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병원 내에서 ACNP와 레지던트와의 갈등도 심했고 NP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병원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초기 ACNP의 역할 범위는 지금보다 훨씬 협소했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간호대학과 ACNP들이 열심히 목소리를 내며 직업을 지켜냈고, 지속적으로 ACNP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며 역할 범위를 점차 늘려간 결과, ACNP가 레지던트와 동일한 역할 범위를 수행하며 일할 수 있는 지금의 근무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저의 직업인 ACNP의 경우는 주(State)마다 그리고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일을 하며 레지던트와 동일한 업무 범위를 갖습니다. ACNP가 만들어진 이유가 부족한 레지던트 수를 충당하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업무 범위가 비슷하게 설정된 것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저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ACNP로서 레지던트와 동일하게 환자를 응급실, 일반 병동 혹은 타원으로부터 중환자실로 입원시키고 환자 상태를 살피며 진단, 처방, 시술 그리고 사망 선고까지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내과 중환자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술은 아래와 같습니다.


■Central line insertion (중심정맥관 삽입)
■Arterial line insertion (동맥관 삽입)
■Chest tube insertion (흉관 삽입)
■Feeding tube insertion
■Thoracentesis/Paracentesis (흉곽천자/복수천자)
■Lumbar puncture (요추천자)
NP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간호학과/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수년간의 경력을 쌓은 후 전문간호사 대학원에 입학해야 합니다. 2-3년간의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마치고 전문간호사 면허 시험을 합격을 한 뒤 전문간호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전문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사로서의 임상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Q4. 코로나 사태 이후로 ICU 근무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COVID-19 펜데믹 이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개인보호장비(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의 중요성을 알고 더 주의 깊게 착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미국 병원 COVID-19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근무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에서도 따로 레벨D 방호복을 권고하지 않고요. 가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한국간호사들을 보며 의문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2020년 COVID-19 펜데믹 초기에는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동료들과 동지애(Camaraderie)를 쌓아오며 지금은 서로 격려 및 지지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부서에서도 간호사들의 번아웃(Burnout)을 항상 걱정하며 간호사들의 Well-being을 지지하는 정책들을 많이 제정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5. 임상에서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미국에는 엄청나게 훌륭한 간호(Extraordinary care)를 제공한 간호사에게 수여하는 데이지 상(DAISY award)이라는 상이 있습니다. 간호사로서 후보에 지명만 되어도 영예롭다는 상이죠. 데이지 상은 데이지 재단(The DAISY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상입니다. 데이지 재단은 2000년에 설립되었고 희귀 자가 면역 질환을 앓다가 이른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한 환자의 가족에 의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DAISY는 Diseases Attacking the Immune System(면역 시스템을 공격하는 질환)의 약자로 그 환자의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 환자가 입원해있던 8주라는 기간 동안 그를 돌본 간호사들의 엄청난 간호와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베푼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고 이 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후로 이 재단에서는 엄청 뛰어난 간호를 제공한 간호사들에게 이 상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를 후보로 올릴 수 있는 사람은 환자나 그 가족뿐입니다.


미국 중환자실에 일하면서 이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상을 받고 눈물이 났었죠. 환자가 보내온 편지와 상을 받는 간호사에게 부여되는 데이지 배지(DAISY badge)는 간호사로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간호사로서 일하는 이유인, 간호사로서 존재하는 이유인 ‘환자’에게 제 간호를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고 의식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 엄청난 간호를 제공함에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간호에 대해 인정받는 경우가 적은데 그래서 그런지 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데이지 배지(Badge)는 아직도 달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Q6.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영어 단어 중에 Warrior와 Worrier라는 발음이 비슷한 두 단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꽤 지났음에도 제게는 똑같이 들리는 두 단어이죠. 이 두 단어의 발음은 ‘워리어’로 비슷하게 들릴지 몰라도 의미는 많이 다릅니다.

■Worrier: 걱정만 하는 사람
■Warrior: 전사, fighter


전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걱정만 많던 Worrier였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잘 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것이 최선의 결정이 맞을까?’ 등의 고민과 걱정만 하다가 쟁취할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친 적도 많았죠. 한국 그리고 미국에서 끊임없이 난관들을 경험하며 그 난관 속에서 교훈들을 얻으면서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도 앞으로 가기 위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는 마음가짐 변화 하나로 난관에 부딪혀도 뚜렷한 목표,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강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Warrior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 삶은 완전히 변했죠.


누구나 사람인지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속 시도해 보는 노력이 한 발 더 앞으로 나가는 데에 꼭 필요합니다. 언제 적이 어떤 식으로 쳐들어올지 걱정만 하는 Worrier가 되기보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항상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Warrior가 되어야 합니다. 제 한국 그리고 미국 생활의 성공도 이런 마음가짐에 있었죠. Be a Warrior, not a Worrier! 모든 학생간호사님들 응원합니다.


Q7. 본인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중환자 전문간호사 (환자 프리젠테이션 중)
=중환자 전문간호사 (환자 프리젠테이션 중)

A: 환자를 돌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간호사’로서 가급적 오랫동안 환자 곁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전문간호사로서의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하며 더 훌륭한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한 성장과 발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박사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individualized, patient-centered care를 공평하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Health equity research에 대해 배우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연구를 통해서도 환자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환자 간호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며, 환자의 건강과 안녕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간호사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알고 더 큰 애정과 열정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라며, 그런 노력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기를 응원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고 신뢰받는 직업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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