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 옆에 남고 싶은 간호사’라고 소개하며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간호법이 없는 나라’라며 “간호사 업무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 "전체 의료인 10명 중 7명인 간호사의 일터에는 업무 경계, 역할의 기준이 될 간호법이 없다"며 법의 부재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일주일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

 

실제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5.9년에 불과하며 평균 퇴직 연령은 34세로 특히, 1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이직 비율이 30.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3.8명으로 OECD 평균 8.9명의 절반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병원·보건소·산후조리원 등 간호사가 필요한 곳은 많지만, 현행 의료법의 한계로 다양한 장소로의 업무 확대, 간호 업무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현행법과 달리 간호사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학교·노인복지시설 등 다양한 환경에서 넓게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학교보건법, 노인복지법 등 90여 개로 흩어진 간호법령을 통합·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간호법이라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간호법 제정이 여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의료계와의 마찰 때문이다.

 

대한 정형외과 의사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성명문에서 "의료계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간호법'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되고 있는 모든 의료인이 상생할 수 있는 지원 법안 및 정책이 시급하다"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안으로 의료인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간호법이 과연 국민건강을 위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화여대 강윤희 간호학부 교수는 "간협의 입장을 포함해서 현재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기존 의료법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라며 "(의협에서 주장하는) 의료체제 붕괴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도 "실제로 간호사가 병원에서 수행하는 상당히 많은 행위들을 보면, 의사가 시비를 걸면 언제든지 (현행)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간호사 책임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간호법을 만들어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을 좀 구분하자는 취지"라며 "우리나라처럼 의사의 독점권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간호협회 측도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 고유의 업무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간호법은 간호사의 역할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닌 업무 범위를 정립해 간호사를 보호함과 동시에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현재 많은 논쟁 중에 있는 사안이나, 간호사와 모든 돌봄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하여는 간호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간호사를 적게 뽑고, 이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 이는 높은 이직률의 원인이 되니 간호사 업무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 영향은 결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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