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호주로 유학을 결정하셨던 이유도 함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호주 멜버른 Big 5 병원(Alfred, Royal Melbourne, St Vincent, Monash and Austin hospital) 중 한 곳에서 ICU 전문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준홍입니다. 코비드 펜데믹이 다시 심해지면서, 현재는 Coivd ICU에서 주로 일하고 있네요.

 

저는 호주에서 간호 대학인 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 (ACU)를 졸업하고, 현재 Monash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 간호 유학 여정과 간호사의 삶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리뜰빅히어로’라는 닉네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와서 공부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한국에서 뚜렷한 방향이 보이지 않아서였습니다. 기술직으로 일을 하다가 저와 적성에 잘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제가 생각한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무언가 꾸준히 하는 편인데, 결과물은 보이지 않고 이것저것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에 기울여 보다, 단순 현실 도피성으로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고 준비를 했어요. 그러다 비자 검사에서 결핵이 발견되어,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네요. 치료 기간 동안 많은 고민을 하다가 영주권이 쉽게 나오고(그때 당시는, 하지만 지금은 아주 어렵습니다),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다가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하다 보니 우연히 이 분야에 들어왔고, 도망쳐 온 곳에 천국은 없다는 걸 알았기에, 주어진 상황에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 여정 속에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주신 부모님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희생에 늘 감사하는 마음과 미안함 마음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제가 간호사로 일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운이 좋게 빠르게 제가 원하는 ICU라는 부서에 왔고, 지금은 ICU 전문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제가 딱 그 경우네요.



Q2. 한국에서의 임상 경력없이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시고 바로 호주에서 취업을 하신거로 압니다. 호주에서는 취업할 때 어떠한 준비를 하나요?

호주는 병원에서 일하려면 New graduate program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1년 동안 여러 부서를 돌면서 간호사로서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보통 영주권자 이상의 학생들을 뽑는 제도입니다. 점점 유학생들에게 문을 여는 병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유학생을 뽑으면 정부 지원을 못 받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병원들이 유학생들을 뽑지 않습니다. 물론, 호주는 사립 병원이 존재하는데 그런 병원들은 정부 지원을 안 받는 곳이라 유학생들을 뽑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학생들이 처음에 Aged care 즉 요양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영주권을 받고, Sub acute(재활병동 등)이나 Acute(일반 병동)으로 또는 특수분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병원에 정착하게 됩니다.

 

저는 운이 좋게 유학생들을 많이 뽑는 병원에 지원해 간호사로의 첫발을 내디딘 경우입니다. 병원에 지원하는 경우는 Cover letter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글, 이력서, 실습 평가서 및 성적표 등을 제출하게 됩니다. 호주는 간호과정이 3년 과정인데 보통 졸업하기 전 3학년 1학기 때부터 보통 지원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다 보니 최종 발표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발표가 나고 모자란 자리에 지원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호주에는 레퍼런스(Reference) 제도가 있는데,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레퍼런스는 같이 일한 간호사가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즉 같이 일하면서 학생들이 어땠는지, 태도 및 열정 그리고 실제 학생 간호사로서의 업무 능력을 평가합니다. 일반적으로 같이 일한 간호사(버디 널스)가 해주거나, 호주는 간호 학생들을 관리해 주고 가르쳐 주는 Educator (=Facilitator)가 존재하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레퍼런스가 됩니다. 레퍼런스는 최소 2명에서 4명까지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습 때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원하는 방법은 지원시기에 직접 각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원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보통은 큰 실수가 없는 한 인터뷰 기회는 주어집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뷰와 레퍼런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인터뷰는 영어로 준비해야 하니 유학생 출신인 저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하며 준비 했습니다. 그리고 호주는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성적도 보는 주가 있고 안 보는 주가 있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성적을 봅니다. 보통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모두 고려해 점수화해서 최종 선발자를 선정합니다.



Q3. 한국에서는 처음에 입사를 할 때에 원하는 진료과나 파트 지원서를 제출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간호대학을 다니면서부터 ICU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셨나요?

 저는 미국 간호사 ‘데이비드’님의 블로그를 접하며 ‘이런 분야가 있구나!’하며, 그리고 다양한 케이스를 다룰 수 있다는 매력에 매료되어 졸업반이 되고 나서 꼭 ICU 간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학생 때 실습할 때도 너무나 만족했고, 호주는 환자와 간호사 비율이 1:1이라서, 한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최대의 장점과 Non-clinical 한 거 때문에 바쁜 일반 병동 보다 Clinical 한 것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서 ICU의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과도 잘 맞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육의 기회도 많고, 늘 새로운 케이스를 접하며 경험하고 배우는 곳이라 저에게는 딱 맞는 부서였습니다. 하지만 호주 ICU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막 졸업한 신입 간호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고,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가야 하는 신입들에게 ICU는 벅차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는 병원들이 한정적입니다. 보통 위에서 언급한 뉴그랫 프로그램을 하는데, 제가 뉴그랫 프로그램을 한 병원은 다행히 ICU 로테이션을 제공하였습니다. 저는 병원에 지원할 때 희망 부서 4곳을 적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 ICU에 배정받아 6개월 동안 기본적인 ICU training을 받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이고, 보통은 일반 병동에서 최소 2~3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ICU 지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간호사가 부족해 가능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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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호주 ICU CCRN 코스가 있다고 말씀주셨는데 해당 진료과나 파트 별로 각 코스가 따로 있는건가요? 해당 코스는 어느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어떠한 공부를 하나요? 수료를 할 때에는 따로 시험과 같은 과정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호주는 미국처럼 경력 시간을 쌓아 CCRN 시험을 쳐서 CCRN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호주는 해당 분야의 전문 간호사가 되려면, 즉 Certificate를 따려면 학교를 반드시 가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과정을 호주에서는 Post-graduate course라고 부릅니다. Post-graduate 코스는 마스터 과정의 일부입니다.

 

보통 해당 분야의 전문 간호사가 되려면 해당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일을 하면서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해서 파트타임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주 석사 과정은 2년이지만, 일과 병행해야 하므로 3년 과정의 마스터가 됩니다. 해당 분야에서 1년 과정을 마치면 그 분야에서 전문 간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2년 더 공부를 하게 되면 완전한 마스터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ICU에서 일하고 있어서, ICU Stream으로 1년 과정을 마쳐서(보통 1년 과정입니다) 호주 ICU CCRN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ICU Post-graduate을 시작하기 전에, 병원 내에서 진행하는 ICU 코스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즉 병원에서 자체 ICU training 코스를 제공하는데, 그 코스를 이수하면 Post-graduate을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물론 병원마다 기준이 상이해서, 다른 Critical care에서 오신 간호사들은 이런 과정 없이 바로 Post-graduate course를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호주도 해당 진료과나 파트별로 코스가 따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일하며 응급실(ED) 전문 간호사가 되려면 응급실 전문 간호사 과정을 가야 하고, Cardiac 전문 간호사가 되려면 Cardiac 전문 과정을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분야별로 각기 다른 코스가 존재합니다.

 

호주 ICU CCRN 과정인 Post-graduate course는 ICU에 필요한 이론과 실전 술기들을 배웁니다. 콘텐츠는 미국의 CCRN 시험과 거의 같습니다. 저도 ICU에 일하면서 미국 CCRN Course를 많이 들었는데 기본 콘텐츠는 동일하더라고요. 다만 호주는 병원에 학생들이나, 직원들을 교육하는 Educator가 따로 존재합니다. 이 Educator는 환자를 맡지 않고, 전적으로 직원들이나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주력합니다. 학교에서 이론적인 부분을 대부분 배우고, 실전 술기는 병원에서 Educator와 평가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Filter(Dialysis)에 대해서 배웠다면 직접 Dialysis를 받고 있는 환자를 맡아서 Educator의 bedside teaching을 받으며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평가를 받게 됩니다. 평가지가 따로 존재하고, 저희는 미리 관련된 것들을 모두 공부해가 평가받게 됩니다. 이렇게 익숙하지 않고, 이때까지 잘 다뤄보지 못한 기계들을 다루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렇게 이론으로 배우는 것을 직접 해당 환자를 맡으면서 실전 술기를 배웁니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 독립적으로 해당 환자를 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 자체에서도 Educator들이 이론 수업을 진행합니다. 저희 병원의 같은 경우는 병원 자체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기계들을 배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ICU CCRN이 학교 과정이다 보니, 매 학기마다 과제와 시험이 있었습니다. 배우는 내용은 호주 전체가 교육 가이드라인에 의해 동일하지만 평가 방법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어떤 학교는 시험이 없고 에세이 과제와 다른 과제로 이루어진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제가 공부한 학교처럼 에세이 과제와 퀴즈 그리고 시험이 포함된 코스도 있습니다. 호주는 과제 위주의 학교라서 에세이 과제가 큰 점수를 차지합니다. 두 학기로 이루어진 1년 과정이라서 학기마다 배우는 내용이 다릅니다. 콘텐츠는 기초적인 ABG interpretation부터 시작해 각종 질병들과 트라우마 그리고 다양한 기계들을(Ventilator, dialysis machine, ECMO 등) 배웁니다. ICU에서 주로 보이는 환자들의 병들이나 기계들을 모두 배웁니다.



Q5. 호주의 ICU 간호사의 하루 업무패턴이 궁금합니다.

 호주 ICU의 하루 업무 패턴도 한국과 거의 동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호주 ICU는 2교대와 3교대 근무를 선택해서 할 수 있습니다. 보통 CCRN이 되면 2교대 근무를 허용하는 병원들이 많습니다. 12시간 근무로 2교대를 하면 쉬는 날이 상대적으로 많아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이 2교대 근무를 선호합니다.

 

2교대는 아침 근무이면 7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근무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7시부터 인수인계가 진행되어 7시 30분에는 근무가 끝이 납니다. 야간 근무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일을 하게 됩니다. 3교대의 경우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일하고, 오후 근무는 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합니다. 공립 병원들은 보통 아침 근무와 오후 근무자 사이에 2시간 교대 시간이 존재합니다. 야간 근무의 경우는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아침 7:30분까지입니다.

 

여느 ICU와 마찬가지로 인수인계를 받고 환자의 이름, UR Number 와 allergy를 인수해 주는 간호사와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Safety check를 하게 됩니다. 각종 긴급 장비들이 잘 구비되어 있고, oxygen 실린더부터 실시간 모니터 확인하고 각종 기계들 알람 설정 및 테스트를 합니다. 안전 점검이 끝이 나면 본격적으로 환자 사정에 들어갑니다. GCS부터 시작해 Head to toe assessment를 합니다. Assessment 결과를 EMR에 모두 기록하고, 본격적으로 약과 continuous infusion 이 떨어져 가는지 아닌지 확인해 가며 준비합니다.

 

아침 회진이 시작되고, 의사들이 환자를 사정하고 환자 케어 플랜을 짭니다. 회진 중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보고해 주고, 환자 케어에 필요한 약들이나 환자가 지금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보고 합니다. 때로는 임상적인 의견도 전달합니다. 보통 회진이 끝나면 그때부터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여기는 휴식 시간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문화이고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아서, 바쁘더라도 최대한 휴식 시간을 가지도록 해줍니다. 물론 일이 너무 바빠 흔치 않게 못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흔치 않습니다.

 

회진 후 케어 플랜이 짜지면, 그때부터는 그 플랜에 따라 일을 시작합니다. 만약 환자가 MRI 촬영이 필요하다면 MRI 촬영에 필요한 환자 이송 준비를 합니다. 각종 이동식 모니터와 인공호흡기 및 비상 약품과 제세동 장치를 준비하여 의사와 함께 MRI 촬영에 갑니다. 또 환자의 Acid balance 가 무너지면 Filter를 시작하는 등 여느 ICU와 동일하게 일을 합니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물리치료사가 와서 물리치료를 합니다. 대부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많아서 호흡기 관련 물리치료가 주로 이룹니다. 또한 Dietician, stoma and wound nurse, social worker 및 speech pathologist 등과 한 팀이 되어 환자를 케어하고 환자의 호전을 돕습니다. 환자의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시켜주는 것도 저희의 일과 중 하나입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의사에게 보고 하고 조치에 들어갑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옆 간호사와 조율하여 점심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오후 회진 때 다시 의사들이 환자를 사정하고, 아침에 짠 케어 플랜을 확인하며 환자의 상황에 맞춰 다시 케어 플랜을 만듭니다. 그러면 저희도 그에 따라 케어를 하게 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 인수인계를 해주면 하루의 일과는 끝이 납니다. 여기는 퇴근도 칼퇴근이라서 늦게까지 남아서 못다 한 일을 하고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가다 핸드오버 하기 전에 환자 상태가 갑작스레 나빠져서 모두가 달라붙어 케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제시간에 퇴근하게 됩니다.



Q6. 한국에서는 간호사 태움이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간호사 태움과 같은 일들이 있나요? 아니면 혹시 원내에서 동양인이라며 비하하거나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들이 있나요?

한국의 태움 문화에 대해서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룬다는 이유로 태움을 정당화하고 그 핑계로 따돌림을 하는 나쁜 악질 문화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주는 한국식의 태움 문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관계에서 잡음이 안 일어날 수가 없지만, 여기는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호주에서도 간혹가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만, 한국만큼은 아닙니다. 여기는 한국에서처럼 대놓고 태움을 하진 못합니다. 당연히 사람 사는 곳이니, 일을 하면서 파벌을 만들고, 종종 서로 이간질하고 헐뜯는 모습을 보지만 이걸 쉽게 수면 위로 드러내지 못합니다.

 

호주는 영미권 문화라 한국의 연공서열식 상하관계가 없고,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서로 존중해 주는 문화입니다. 소위 말하는 군기 문화가 없습니다. 억울하고 부당함을 당하면 바로바로 표출하고 보고하는 분위기입니다. 갑질, 괴롭힘 및 폭언 등은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건 직원들 사이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저희에게 저런 행동을 해도 바로 보고에 들어갑니다. 호주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고, 잘하면 칭찬해 주고 못하면 격려해 주는 분위기입니다. 잘못을 하더라도 앞에서 면박을 주기보다는, 따로 불러 대화를 통해 스스로 실수를 깨닫고 반성하게 하는 게 만듭니다. 물론 기본을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들은 어디 가나 있습니다. 그런 것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흔치 않는 것 같습니다.

 

부당함과 억울함이 매니저 선에서 해결이 안 되면, 바로 병원에서 독립적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해서 보고를 하면,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정말 심하게 받아들이고 조사에 들어가고,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또한 호주는 간호 유니언의 힘도 막강해 간호사 편이 되어 맞서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공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은 병원에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호주는 다문화 사회이다 보니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문화입니다.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이런 교육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이것도 주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대도시일수록 인종차별이 덜 합니다. 간혹 작은 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인종차별을 간접적으로 당한다는 이야기는 듣습니다. 하지만 대도시일수록 이민자 출신의 간호사분들이 많아서 덜합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영어 차별을 많이 겪지만, 일을 하면서 인종 차별은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당한 적이 없습니다.



 

Q7. 선생님께서도 호주 유학을 시작으로 호주 생활을 시작하셨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학의 핵심은 영어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은 영어 + 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요새는 경제적인 문제(학비)는 해결하고 오시니, 유학의 성공 여부는 영어 실력이 대부분을 좌우한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간호 유학에 대해서 조언을 구해 오면, 항상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드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고민을 듣지만, 대부분 영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유학 생활 및 여기서 정착해서 살려면 영어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학 오기 전부터, 유학을 하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영어 공부를 해 오고 있습니다. 보통 매일 2시간 이상은 영어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미드와 뉴스로 섀도잉을 합니다. 즉,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외우는 과정을 거쳐 머릿속에 청각 이미지 형성하는 훈련을 합니다. 이 훈련을 통해 영어 어순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됩니다. 영어로 생각하지 않고 바로바로 자기 의견을 개제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대부분 분들이 하시는 공부법은 우리의 눈을 이용합니다. 눈으로 보는 공부만 하여 시각 이미지만 머리에 잡혀 있으면 영어로 일상 소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눈으로 보는 공부는 시험을 위한 공부지, 실제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는 역부족입니다. 영어는 반드시 듣고, 따라 하고 문장을 외우는 과정을 통해 늘리셔야 합니다.

 

또한, 영어 실력 향상은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것이라, 몇 개월 공부한다고 성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지 않고, 해도 해도 잘 안는다고 느끼는 게 바로 영어 공부입니다. 저도 처음 몇 년간은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아 많이 실망했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시도를 하시다 포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수년째 영어 공부를 해오고 있지만, 꾸준히 단순히 몇 개월, 심지어 몇 년을 해도 생각보다 안 늘었다고 느끼는 게 바로 영어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저 과정을 거쳐야 영어가 는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모두 저 과정을 겪으시더라고요.

 

저에게 영어 공부는 생활은 일부가 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영어 때문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일하면서 늘 부족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바르게 제 생각을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 다 돌아오더라고요. 그러니, 영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하시면 그 노력들이 결국에 피와 살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Q8. 호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일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셨나요? 극복했던 방법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도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가장 보람된 순간은 환자들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정말 가망성이 없는 환자가 기적을 만들어 ICU 문밖을 나가는 모습을 가끔 목격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정말 보람찹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분들이나 보호자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얼마 전에는 병동으로 퇴원시킨 환자의 보호자가 전화가 와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업데이트해드렸더니 정말 고마워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제대로 된 업데이트를 못 받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의사들도 다른 아픈 환자에 몰두하느라 전화하는 걸 까먹고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단순히 퇴원한 환자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려 드렸는데, 이분들에게는 엄청나게 귀중한 정보라며 정말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모습에, 저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힘들었던 일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가장 컸던 것은 언어의 장벽을 뚫고 여기까지 오는 여정 자체라고 말하고 싶네요. 호주에서 로컬들과 공부하고, 병원 실습도 하고, 생활하는 자체가 저에게는 힘든 도전이었네요. 즉, 영어로 모든 것을 해나가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이 과정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네요. ‘유학 온 게 잘한 걸까?’, ‘잘하고 있는 건가?’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며, 유학을 후회 한 적도 있었네요. 지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왔어요. 여기서 불평불만만 하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부족함을 채우려 좀 더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네요. 그러는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도 얻어 가고, 운이 좋게 기회가 빨리 찾아와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게 많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좀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단순한 원리를 저는 고집스럽게 지키며 왔네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과로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오더라고요.

 

Q9.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대한민국 간호사에게 하고싶은 말씀을 전해주셔도 좋고, 국제간호사를 꿈꾸고 계획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전해주셔도 좋습니다.

 먼저 코로나 사태로 힘들게 일하고 계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환자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간호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코비드 사태가 어서 빨리 진정되었으면 하네요! 

 

제 구체적인 계획은 마스터 과정을 계속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과물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쉬지 않고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VIC 주가 코로나 때문에 봉쇄령이 거의 2년 가까이 내려져서 일상생활을 되찾은지 불과 몇 개월 밖에 안됩니다. 여행도 좋아하고, 뭔가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해서 코로나 사태가 좀 더 진정되면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할 계획이네요. 무엇보다도, 거의 3년 동안 한국에 못 들어가서 한국에 갈 계획을 짜고 있네요. 이번에는 꼭 무사히 들어가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국제 간호사를 꿈꾸시고 계획하시는 분들은 영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를 하시고 오신 경력자분들은 정말 일을 잘합니다. 한국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오셔서, 일을 누구보다 잘하시고 성실함으로 무장되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외국으로 가시려면 분들에게 가장 제가 강조해 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영어입니다. 외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면 거의 대부분 영어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러니, 단순히 생존 영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하셔야 합니다. 또한 어설프게 남들이 가니깐, 블로그나 인스타 보니 좋아 보이니깐 등의 단순히 외국 동경만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외국을 간다고 해서 바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건 아닙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그 이면에는 다른 색들로 펼쳐지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니, 빛나는 순간들만 쫓아 섣불리 판단하지는 마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결과가 장밋빛으로 보이는 거지, 외국에서 정착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은 저 자리까지 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인생에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어요. 그러니, 독한 마음먹고 오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외국에서 살기로 한 것은 큰 결심이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겁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거, 살아남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싶네요. 어쩌면 여러분들이 상상한 그 이상으로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어서 회의감과 자괴감으로 후회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목표점에 올라서면 힘들었던 시절을 다 보상이라도 받듯, 여러분의 인생을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엄청난 용기를 내셨다면, 그냥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걸어 가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지점에 서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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