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의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필수 의료보다 미‧용성형 분야를 선호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저임금 및 고강도 노동을 견디지 못해 숙련된 간호사들이 조기 은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의료 인력들이 대도시로만 몰리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의대 및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성명을 29일 발표했다.

또 “의사 수 부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명분은 OECD 보건의료 통계에서 각국의 의사 수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라면서 “실제로 2019년 OECD 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적은 의사 수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자살을 제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 등에서 OECD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의료이용 관련 지표들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절대적인 의사 수에서도 일본 2.4명, 미국 2.6명, 캐나다 2.7명 등의 국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인력 뿐 아니라 간호인력 역시 인구 1000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8.9명)보다 1.7명 적다. 그러나 간호인력에서 간호보조인력을 제외하면 그 절반 수준인 3.7명에 그쳐 의사와 함께 간호사도 크게 부족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처럼 간호대 정원을 또다시 늘린 것인가? 하지만 의사와 달리 간호사가 부족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OECD 대부분의 나라는 간호인력 중 간호보조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 가까이를 간호보조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아직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많은 간호사보다는 간호보조인력을 선호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간호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간호보조인력이 있는 이유가 단지 임금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간호행위의 낮은 비중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병원들이 수가 등을 통한 보상체계가 거의 전혀 없는 간호행위를 별다른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호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간호사를 늘리기보다는 병상 확대와 의료장비 등에 대한 투자에만 나선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일본(13.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또 OECD 평균(4.5개)보다는 약 2.8배 많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병상은 연평균 2.6% 증가했다. 의료장비 역시 많았다. 인구 100만 명당 MRI 보유 대수는 30.1대, 컴퓨터단층촬영기(CT 스캐너)는 38.6대로 모두 OECD 평균인 17대와 27.4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병상 수가 그만큼 많고 의료기관들이 병상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얘기는 간호사들에게 그 만큼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된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가 24명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5.4명, 일본이 7명, 캐나다는 4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도 임상간호사들이 환자 곁을 떠난다.

정책 당국에 되묻고 싶다. 적정 의사와 간호사 수의 기준은 무엇이고, 대한민국의 의사와 간호사 수는 정말로 부족한가? 이제 정치적인 논리나 주먹구구식의 인력확대가 아니라 내일을 내다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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