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가 된 간호사’ 염서현입니다.

성신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던 평범한 간호사였습니다. 병원에서 다양한 법적 갈등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법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의료 환경을 깊이 경험한 간호사 출신 변호사가 되고자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현재 3년 차 변호사로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 법률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2.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시는 동안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3년여간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흉부외과 병동에서 병동 간호사로 근무했습니다. 심장 수술 전·후 환자를 주로 보는, 준중환자실이 있는 병동이었기에 EKG 모니터링이 중요하고 고위험약물도 많이 쓰고 환자들의 중증도도 높았습니다.

 

 

Q3.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또한 간호사로 일했던 시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에피소드라기보단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출근해서 라운딩하는데 환자가 선생님 기다렸다고 반겨준 때, arrest나서 긴박하게 중환자실로 내려보냈던 환자가 회복해서 준중환자실로 전동왔을 때 그 뭉클함과 그분이 퇴원하실 때의 기쁨, 삼성병원은 촌지 금지라서 아무것도 환자·보호자에게 받을 수 없는데 커튼 쳐주시면서 몰래 한 입만 먹고 가라며 고구마를 까서 입에 넣어주신 일,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동료들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3년. 환자들 중증도가 워낙 높아서 담당 환자 수가 다른 병원보다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쉴 틈 없이 너~무 바쁜 병동 생활이었어요. 체력적·정신적으로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이 매우 컸지만 으쌰으쌰하는 병동 분위기와 서로 격려해 주는 선·후배 간호사들 덕분에 그 시간이 지금 돌이켜볼 때 행복한 순간들만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Q4. 간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케이스는 정말 특별한 것 같습니다. 직업을 전환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무엇인가요?

로스쿨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간호사 3년 차쯤 되었을 무렵,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가 심장 수술을 위해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환자는 휠체어에서 스스로 sitting position을 유지하지도 못할 만큼 전신 상태가 안 좋은 분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수술 후에도 심폐기능 호전 속도가 현저히 느려 중환자실에서 병동 준중환자실로 전실한 당일 저녁에 다시 중환자실로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중환자실 재입실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며 의료사고를 주장하고, 매일 회진 시간마다 병동으로 찾아와 의료진에게 공격적인 언사를 퍼붓는 등 몇 개월 동안 소란을 피웠습니다. 애초에 스스로 앉지도 못하던 환자를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 전에는 병원비를 낼 수 없다’고 항의하는 보호자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 간호사에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물었더니, 원무팀에서 1차적으로 해결하고 거기에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법무팀으로 넘어간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병원에서도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법을 악용하면 사람을 괴롭히는 잔인한 칼이 될 수 있지만, 훨씬 많은 경우에 있어서 법은 사람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Q5. 현재는 정부 부처의 법률전문위원 변호사로 근무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업무를 하고 계시는지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법률전문가로서 의료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자문가 역할 뿐만 아니라, 행정쟁송(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에서 국가(보건복지부 장관)를 대리하여 소송수행자 역할을 합니다.

 

Q6. 간호사로 사는 인생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회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더블 라이센스이기 때문에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야의 폭이 상상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간호학 학사에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평범한 간호사로서는 이직이나 석·박사 진학에 있어서 접할 수 있는 분야가 비교적 한정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간호사도, 평범한 변호사도 아니라 두 영역을 융합한 ‘간호사 출신 변호사’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인재라는 증명이 된 것이고, 따라서 직장과 학업 모두에서 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그 선택지 중에 제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습니다.

 

 

Q7.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어떠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며 논문을 쓰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재학 중인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 협동과정에서는 의료 관계 법학, 국제보건, 생명윤리 등의 수업을 통해 의료와 법과 윤리가 함께 논의되는 이슈들을 다룹니다. 코스웍이 끝난 후에는 보건학, 법학, 철학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논문을 쓰고 학위를 취득하게 됩니다.

저는 간호학 학사, 법학 석사가 있기 때문에 박사는 보건학으로 하고자 합니다. 아직 코스웍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문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보건정책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의료전달체계, 수가체계 등 관련 수업을 더 수강하면서 탐구해 볼 계획입니다.

 

Q8. 간호사였던 경험이 지금의 업무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됐었던 적이 있으셨을까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셔도 좋고 간호사를 하면서 기른 본인의 업무능력(예를 들어 꼼꼼함, 빠른 업무처리능력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당연히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보건복지부 법률전문위원으로 근무 시에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의료법 위반 사건 관련 자료를 보고 자문하거나 행정쟁송 업무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병원의 특수한 환경과 약물, 의료기기 등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판결문이나 수사자료 등을 보면 곧바로 의료인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범행했는지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이해를 토대로 업무를 한다는 점이 다른 변호사님들과도 차별화되는 장점입니다.

 

Q9.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에서 “성공이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성공하고 싶어요^^ 세상에 분명 임상을 깊이 경험한 간호사 출신 변호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고, 그 영역에서 제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그 삶은 에머슨이 말한 진정한 성공이지 싶어요.

 

Q10. 염서현 선생님의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인터뷰를 구독하는 간호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겨주세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임상을 지키는 일도, 간호학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는 것도 참 중요하고 간호 영역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저는 우리 똑똑한 간호사들이 간호사라는 identity를 가지고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간호사로서 최소한의 임상 경험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할테고, 단순히 임상이 싫어서 탈출한다는 도피의 의미가 되어선 안 되겠죠. 깊이 고민하고 내 적성과 상황에 비추어 창의적이게 다양한 진로로 진출하는 동료 간호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변호사가 된 간호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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