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하 | 중앙대 간호학과 입학 예정

존엄한 삶과 생명 원리 이해하려 <정치와 법> <생명과학Ⅱ> 도전했죠

어릴 때부터 막연히 의료 기관을 선망했다.

특히 ‘국경없는의사회’ 후원 모집 광고나 의료 취약 지역에서 활약하는 의료인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언젠가 현장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기, 감염병의 최전선에 선 간호사가 눈에 들어왔다. 환자 가까이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나아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성취감이 크겠다 싶었다.

확고한 목표는 다양한 도전을 이끌었다.

어려웠던 <생명과학Ⅰ·Ⅱ>를 이수하고, 까다로웠던 소논문 프로그램 경험을 다양한 수업 내 탐구 활동에 접목한 배경이다.

계열을 넘나든 수업과 활동은 존엄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으며 생명 원리와 의료 정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중앙대 간호학과에 CAU융합전형으로 합격한 임수하씨를 만났다.

 

높았던 과학의 벽, ‘인문 모집’에 다시 희망

수하씨는 당초 자연 계열을 지망했다. 이수 과목 역시 수학과 과학 위주로 고민했다. 하지만 고1 공통 과목 수업을 들을수록 고민이 커졌다.

“간호학과는 자연 계열로 모집한다고 알고 있었어요.

주변에서도 자연 계열 위주의 공부를 추천했죠.

한데 <통합과학> 수업을 듣고 2학년 때 배울 과학 과목을 알아갈수록 막막해졌어요.

자연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계산식으로 풀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물리학과 지구과학은 물론, 의약학과 관련 깊은 화학 과목조차 1단원에서 원자의 질량을 뜻하는 몰과 그 계산식, 각종 반응식을 계산해야 했죠.

과학 공부에 확신이 안 선 반면 사회나 언어 관련 과목엔 계속 눈길이 갔죠.

교과서 목차만 봐도 흥미로웠고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어요.”

간호사라는 꿈을 되돌아보며 주요 대학의 간호학과를 다시 확인하다 ‘인문 계열 모집’을 발견했다.

가톨릭대 경희대 성신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은 간호학과를 수시에서 인문 계열로도 모집한다.

“사회나 국어 영어 과목 위주로 이수해도 간호학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드러낸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의료 윤리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을, 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정치와 법> <사회·문화>를 선택했어요.

또 간호학을 배우려면 인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해 <생명과학Ⅰ·Ⅱ>를 이수했죠. 의료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어 <확률과 통계>도 배웠고요.

특히 <생명과학Ⅱ>와 <기하>는 꽤 어려웠는데, 포기하기보다 도전하고 싶어 선택을 바꾸지 않았어요.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취도로 성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부담도 덜했고요. 수능도 고려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는 3학년 때 이수해 내신과 함께 준비했고요.

모교인 혜성여고는 과목 선택 폭이 꽤 넓고, 개별 과목의 성격을 꼼꼼히 안내해줬어요.

선택 자체는 부담이었지만, 제 진로나 성향에 맞는 과목을 고민해보게 됐고, 학습 계획을 세우고 진로도 다시 고민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존엄한 죽음에 대한 고민

장기 기증, 의료 정책으로 확대

혜성여고는 도서관에서 다양한 교과·진로를 융합한 탐구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하씨도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 관심 분야와 관련된 보고서 쓰기에 도전했다.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막 커졌을 때라 관련 주제를 고민하던 중 웰다잉(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죽음)과 ‘죽음 인식 교육’을 알게 됐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증가하면서 치료비부담부터 노인 고독사와 같은 어두운 면도 늘었어요.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지키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요. 안락사가 대표적이죠.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의 죽음 인식 교육은 노년층에 집중됐더라고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특히 우리나라는 청소년·청년층의 자살률이 매우 높아요. 연령 구분 없이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외 논문과 의료 전문가의 저서를 찾아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죠.

소논문 형태의 보고서는 처음이라 형식을 갖추는 것부터 근거 자료를 찾아 정리하기까지 모두 어려웠어요.

하지만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으로 생명과 죽음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어 의미 있었죠.”

이 경험은 고2 <문학>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으로 이어졌다.

죽음과 관련한 책을 찾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읽었다.

한 청년의 사고 후 장기 기증까지의 24시간을 그려낸 책은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삶도 함께 담아냈다.

‘장기 기증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기증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은 고민한 적 없음을 깨달았다.

숭고한 기증자들의 의지가 ‘좋은 죽음’으로 끝나려면, 인류애를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증자와 가족들을 존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보건 정책을 보다 깊게 접근하고 싶던 차, <정치와 법>이 길을 열어줬다.

“청소년에게 정치나 법은 멀게 느껴지는 편인데 수업을 듣다 보니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과목이더라고요.

정치가 사회에 어떻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이해하니 각종 의료 정책의 목적과 문제점이 명확하게 보였죠.

특히 직접 정당을 만들어 관심 분야의 정책을 분석해 대중을 설득한 모둠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이슈였던 간호법을 살폈는데, 우리나라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많아요.

과중한 업무는 간호사 개인의 건강 악화나 ‘태움’과 같은 경직된 조직 문화를 유발해요. 이는 잦은 이직·퇴직과 보건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했죠.

활동을 하며 의료보건 분야는 종사자의 전문성과 사명감이 중요하지만, 취약 지역·계층과 의료인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제도 또한 뒷받침되어야 함을 확인했어요. 간호사로서의 진로도 더 깊이 살펴보게 됐고요.”

 

‘내게 맞는 전형’으로 약점 극복

배움의 즐거움과는 별도로 성적은 쉬이 오르지 않았다. 특히 2학년 때 성적이 크게 하락해 마음이 복잡했다.

“관심 과목을 선택했는데 성적이 하락해 충격이 컸어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시 준비를 고민했는데 선생님, 선배 모두 만류했어요.

실제 3학년이 되니 어려운 과목들은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등급이 나오는 과목은 흥미와 적성에 맞아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었어요.

결과적으로 1~3학년 성적이 ‘V’자 곡선을 그렸고요.”

표면적인 1~3등급만이 아닌 내용을 봐줄 학생부종합전형에 집중, 중앙대와 성신여대에 최종 합격했다.

“간호학과는 마니아들이 많고, 서울권 대학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간과했어요. 예비 3번, 7번 등 앞 번호를 받고도 최종 탈락할 만큼 이탈 인원이 적더라고요.

반면 중앙대는 전형을 잘 골랐다고 생각해요.

CAU융합형인재를 선택했는데 <생명과학Ⅱ>까지 이수하며 필요한 학업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했고, 교내 활동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참가해 인재상이 맞았던 것 같아요. 2단계 면접에서 저를 한 번 더 설명할 수 있었던 점도 기회가 됐고요.”

수하씨는 입학 후 간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해외 의료 봉사 동아리와 밴드부 활동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수시는 3년을 쌓아가야 하다 보니, 더 힘들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수능 성적을 얻기는 정말 어려워요. 특히 고1, 2 모의고사 성적이 고3 모평이나 수능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정시를 목표로 일찍 수능 준비에 매진했던 친구들도 수시 원서를 쓰면서 많이들 후회하더라고요.

반면 끝까지 학교생활을 놓지 않은 친구들은 확실히 다양한 기회를 얻었고요.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학교 수업과 시험에 우선 최선을 다하길 권합니다.”

출처 : 내일신문 (https://www.naeil.com/news/read/50017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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