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환자를 돌보며 독립운동도 펼친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헌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은 의료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라 관련 발굴과 조사, 연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익표·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철규·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한의사들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조명하는 '대한민국 국권 회복 과정과 한의사의 독립운동 광복 78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판결문을 통해 한의사임이 확인된 독립운동가는 33명이나 실제 독립운동에 헌신한 한의사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의사(의생 포함), 한약상 등 한의약업에 종사한 인물 44명이 3.1운동에 참여했고 이 중 4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기록이 있다.


한의사 등은 직업 특성상 정보 수집이 용이해 이를 독립운동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원이나 한약방을 연락 본부나 비밀집회 장소로 제공하거나 자금조달을 도맡았다. 일제 강점 초반(1913년)에는 한의사를 의생으로 격하시킨 '의사규칙'이 한의사들의 저항을 더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


발제를 한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의원(한약방)이라는 거점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연락 본부 및 자금조달 역할을 한 한의사들이 많았다. 전통 의학과 민족종교 등 민족주의 노선 흐름이 강하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 비중은 작은 게 한의사 독립운동가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 정상규씨(인하대 박사과정)는 "독립의병과 독립군 조직에서 활동한 한의사가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관련 자료 등의 부족으로 현재 일부만 국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더 많은 한의계 출신 독립유공자들의 발굴과 연구를 촉구했다.


김성민 국민대 교수는 "식자층이었던 한의사들은 의병장으로 활동하거나 의진(의병진지)의 주요 참모 등 중책을 담당했고 개업하지 않은 유의로서 의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한 경우도 많았음을 감안하면, 실제 확인되는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한의사가 의병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대한간호협회는 "독립운동을 했던 간호사 30명이 올해 독립유공자로 추가 선정됐다. 이로써 협회가 2008년부터 발굴해 낸 독립운동을 한 간호사 74명 중 서훈을 받은 간호사는 기존 28명 등 모두 58명으로 늘어났다"고 15일 밝혔다.


독립유공자로 추가 선정돼 이날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 간호사 30명은 1919년 세브란스병원과 동대문부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중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대한민국 애국부인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는 등 독립에 기여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을 기억하겠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생을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은 74분 선배님들의 뜨거운 애국충정을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 간호사 모두 마음에 깊이 새겨나가겠다"고 말했다.


간협은 이날 충청북도간호사회와 독립운동가 간호사 박자혜 애국지사 80주기 추모식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성면 묘역에서 가졌다. 박자혜 지사는 3.1 운동 당시 간호사들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 '간우회'를 조직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일제에 검거돼 취조받다가, 만주로 망명해 단재 신채호 선생과 1920년 결혼했다.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을 돕는 등 항일운동에 힘썼다. 1922년 산파 면허를 받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 69번지에 '산파 박자혜'라는 간판을 내걸어 신채호 선생의 옥바라지를 하다 1943년 별세했다.
 

서울시는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의 주체적 삶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독립지사의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고난을 상징하는 점을 인정해 2020년 '박자혜 산파 터'에 표석을 설치했다. 정부는 박 지사의 공훈을 기려 1977년 대통령 표창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출처 : 뉴스1(https://www.news1.kr/articles/51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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