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행정파트
 

필자는 중환자실(ICU) 간호사로 10년 넘게 중환자 간호를 했고 올 3월 병원 행정 간호사로 발령받아 행정 간호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함께한 중환자실은 필자에게 애증의 장소이자 추억이고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환자실과 관련돼 보도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에 관심이 많다.

그중 최근 화제가 된 소아 중환자실(PICU) 간호사의 아기를 향한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생후 13개월 만에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작은 몸에 생명 유지를 위한 여러 기구와 관을 삽입하고 팔다리를 꼬물거리며 기특하게 버티고 있는 아기를 보며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 힘내라며, 아프게 해서 미안했다며,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따뜻한 목소리로 응원하던 그 목소리…. 참으로 따뜻하고도 감동적인 그 모습에 많은 사람이 눈시울을 붉혔고 아기에게도 담당 간호사에게도 응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생각했다. 내가 근무했던 중환자실에서 나는 과연 어떤 간호사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겨 처방을 해결하고 장비와 기구들을 만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따뜻한 말을 건넸던 순간,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들을 곱씹어 생각하며 "내가 환자를 온전한 마음으로 대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생각의 끝에 온 마음으로 회복되길 기도했던 환자분이 떠올랐다.

필자와 같은 간호사로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 증상이 생겨 병원을 내원했고 열이 나고 피부 전반의 홍반성 반점이 나타났다. 점점 피부 표피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감염에 취약하게 돼 격리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유지했었다. 피부 표피가 벗겨진 부분의 감염을 막기 위해 담당 간호사는 근무 시마다 생리식염수로 피부를 닦아냈고 메디폼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숨구멍 하나 없는 비닐 가운과 이중 장갑을 끼고 격리 방에 들어가면 4~5시간은 꼼짝없이 그 안에서 바셀린, 거즈, 메디폼, 면봉 조각들과 씨름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눈 주변, 귓바퀴 주름 하나하나까지 빈틈 없이 드레싱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스티브-존슨 증후군(피부 탈락을 유발하는 심각한 급성 피부 점막질환)이라는 진단명이 나왔고 환자는 우리가 만들어 준 메디폼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 됐다. 그리고 약 6개월 후 그 환자는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매시간 선생님들이 애써주신 덕에 이제 새살이 돋고 바람을 맞으러 나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그 소식을 들으며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정말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군가에게 나의 손길이 감사했음에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했었다.

그때의 필자는 열정적이고 간절했었다. 부디 더 악화하지만 않기를 소망하고 기도하며 그렇게 그 환자를 간호했던 것 같다. 아마 소아 중환자실 간호사도 작디 작은 아기가 아픔을 이겨내고 엄마의 품에 안기는 날을 고대하며 아기에게 힘을 보태고 있었을 것이다.

나이팅게일 선서 중 한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의 숨소리, 환자의 감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비록 몸과 마음의 지침이 간호사의 사명을 무뎌지게 할 수 있지만 함께 손을 모아 다짐했던 나이팅게일의 선서처럼 필자와 나의 동료들은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환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당신은 좋은 간호사입니다." 환자들의 안녕을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 중인 나의 동료들에게 이 말을 전하며 어디서든 별처럼 빛나는 그들이 되길 응원한다.

출처 : 대전일보(http://www.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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