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6년 차 감성간호사 이승희입니다. 신규 간호사 생활을 여기서 시작했네요^^

 

Q2. 현재 호흡기내과에서 근무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부서에서 간호사가 하는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큰 카테고리고 ‘내과’에 속하고 그 중 폐를 다루는 호흡기내과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병동에 입원하는 대상자의 주 질환은 폐렴과 폐암이에요. 폐가 망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늘 산소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답니다. 환자분들이 주로 호소하는 숨찬감(dyspnea)를 살펴요. 활력징후가 흔들리는 환자분들이 많아서 활력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합니다. 호흡기내과의 특이점으로는 하이플로우(High flow)처럼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 사이에 있는 산소기기를 다룬다는 점 같습니다. 그 외로는 폐 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를 보내고 받는 업무가 있습니다.

 

Q3. 호흡기내과라고 하면 중증도가 높고 벤틸레이터 등 다루기 어려운 기계들이 많아 힘든 부서로 꼽히는데요. 선생님께서 신규간호사 시절에 선생님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식으로 공부하며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신규 시절 가장 어려웠던 것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거였어요. 주로는 ‘혈압 저하, 의식 저하, 유지되지 않는 산소포화도’였습니다. 한순간에 환자가 넘어가 CPR을 하는 상황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늘 손을 벌벌 떨며 차팅을 했고,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희 호흡기내과는 병원 전체적으로도 중증도가 높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많은 것 부서인데요, 상황(혈압 저하, 의식 저하, 산소포화도 저하 등)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채울 수 있는 것은 책을 통해 이론을 정리하는 것과 선배 선생님들을 보며 그 상황에서 제가 해야할 일을 허둥대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넣는 거였어요. 프셉마음, 내과 매뉴얼, 중환자 간호 등 좋은 교재들이 많아 이용했습니다.

 

 

Q4.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많은 병원이 호흡기부서를 코로나전담부서로 변경하기도 하고, 호흡기내과 간호사를 코로나 병동으로 파견 보내기도 했죠. 선생님께서도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책을 쓰게 됐는지와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코로나 병동에 만 3년을 있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없던 2019년도 말~2020년도 초부터 마스크를 해제한 최근까지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저희 부서는 코로나 병동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코로나 환자를 볼 때가 있습니다. ㅎㅎ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라는 책은 지난 3년간의 코로나 병동 근무 경험을 담은 코로나 에세이입니다. 기록하지 않고 넘기기에 음압 병동에서의 삶은 울컥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안타깝게 저버린 수많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절히 필요했지만, 감염병이라는 이유로 모든 취재와 관심은 음압 병동 문 뒤에서 멈췄습니다. 그 안에서 저버린 환자들의 생명, 그리고 다쳐가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이자 모든 것이 지나간 시점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때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감염시켰던 감염병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남긴 수많은 상처와 상흔 뒤 훗날 기억할 수 있는 작은 의미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 병동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언젠가 닥칠 또 다른 감염병이라는 위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Q5.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졌지만, 초창기에는 치명률이 높고 쓸 수 있는 약물이 없어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려요^^. 일선에서 바라본 코로나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초창기에는 정말 정보가 없었고 부족한 물건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간호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오랜 시간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국 치명률은 0.13%이지만 코로나 병동 살갗으로 다가오는 치명률은 20%였습니다. 다섯 명의 환자 중 한 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렴으로 이어져 후유증을 많이 남겼고, 결과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사망하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선 화장 후 장례 절차가 진행되었기에 제대로 된 위로를 받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에 대해서 1인실 음압 격리라는 엄격한 감염 지침을 적용했습니다. 레벨 D 전신 보호구를 착용했고 장갑은 무려 3겹이나 꼈죠. PCR에서 음성을 확인할 때까지 2달이고 3달이고 격리를 지속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1급 법정 감염병에 준해 모든 격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격리 지침이 점차 완화되어 지금은 7일 격리를 하고, 이마저도 축소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레벨 D 전신 보호구가 아닌 1회용 비닐 가운과 장갑, 안면 마스크 정도만 끼고 코로나 환자를 봅니다. 음압 격리실이 아닌 1인실, 혹은 코호트로도 격리가 이루어지니 많이 완화된 셈이지요. 코로나바이러스의 상황, 격리에 대한 내용은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 part2. 음압 병동 간호사에서 03. 음압 격리 병동, 06. 입실 옷차림 챕터를 보면 보다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Q6. 레벨 D 보호구를 입는다던가 장갑을 여러 개 착용하고 IV를 하는 등 여러 어려움들이 있으셨을 텐데요. 선생님께서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신기하게 3겹의 장갑을 끼고도 sampling, IV 등이 모두 되었습니다. 손끝 감각이 무뎌져도 어찌어찌 되더라고요. 이보다 힘들었던 것은 마음을 챙기는 과정이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 part1. 잊지 못할 3년 중 ‘07.상흔이 남더라도‘라는 챕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외로운 무인도에서 계속 표류했던 환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음압 병동에서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간호사가 직접 환자의 염을 시행하고 관에 안치했어요. 그 과정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허함과 두려움, 쓸쓸함이 자리했습니다. 제대로 된 보호자 면회 없이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았기에 더 마음이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쌓인 땀방울들이 결국 환자를 살리지 못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음압 병동 간호사들은 음압 병동 생활을 하며 매일 우리의 간호사 조금씩 더 나아지길 강렬히 열망했습니다. 환자에게 상흔이 남을 때는 같이 아파했습니다. 이것이 책임이 되어 보낸 3년의 시간이 앞으로 남은 간호사 생활의 방향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7. 작년 KBS1 시사적격 <살리고 싶다 살고 싶다>에 출연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간호 인력 실태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출연하시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알리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 가장 마지막 부분에 ‘위험한 간호와 미처 하지 못한 간호’라는 챕터가 있습니다. 이 챕터는 제가 음압 병동 속 환자들의 이야기를 했던 part1고 음압 병동 간호사로서 실무 이야기를 하는 part2 중 그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아 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명의 간호사로서 절대 포기되지 않는 내용이라 지면을 따로 내어 수록했습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고 간호사의 실태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임상 현장에는 정말 ‘위험한 간호’와 ‘미처 하지 못한 간호’가 존재합니다. 간호사 1명당 배정된 환자의 수가 너무 많아서 정말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해도 환자에게 미처 하지 못한 간호가 존재합니다. 병원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존재하지만, 간호사는 살기 위해 병원을 떠납니다. 경력 간호사가 떠난 자리는 늘 신규 간호사가 채우게 되지요. 상급 종합 병원은 동네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은 어렵고 큰 질병을 가진, 많이 아픈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인데 이들을 다루는 간호사들은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서툰 간호사들이 많습니다. 배우는 신규 간호사도 힘들고 남은 간호사도 버거우며 불안정한 간호를 받는 환자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큰 병원에 숙련된 술기를 갖춘 간호사들이 많이 남기를 희망합니다. 3년에서 5년 정해진 목표를 세우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요. 일하며 뛰지 않고, 물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때 가는 당연한 것들을 아직은 할 수 없는 것이 간호 임상 현장인 것 같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수의 환자를 보면서 몸은 하나이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병원 환경, 그러면서 절대 실수는 하면 안 되는 병원 환경이 개선되어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음압 병동 생활을 하며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병원에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모든 일은 사실 간호사의 몫이 된다는 사실이었어요. 간호사에게 국민들이 붙여준 ‘코로나 영웅’이라는 칭호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했고 과분했고 벅찼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안전한 환경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환자를 보며 일하고 싶다는 간호사들의 염원이 큽니다.

 

 

Q8.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감성간호사’라는 이름으로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시는데요. 임상 근무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이렇게 퍼스널브랜딩을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또한 선생님께서 브랜딩을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무엇일까요?

저는 16살 때부터 꿈이 간호사였고 현재는 꿈이 일상이 된 날들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많이 힘들고 때때로 괜찮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옵니다만 그래도 아직 저는 간호사라는 제 직업이 자랑스럽고 간호사로서 일을 할 때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주변에 간호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간호사로 일하는 걸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저는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다, 우리 그렇게 힘든 직업만은 아니야,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들을 삶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해,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감성간호사의 잘 노는 이야기>라는 블로그에 병원 이야기를 남겨왔고, ‘감성간호사’라는 제 퍼스널브랜딩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20년 정도 지치지 않고 임상 간호사를 하는 거예요. 임상 간호사로서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일하다 보면 자주 그만두고 싶고 지칠 때가 많아요. 그런 순간 ‘감성간호사’로서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마음이 정리될 때가 많으니 어쩌면 퍼스널브랜딩은 저를 위해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Q9.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저는 건강한 모습을 잃지 않고 건강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게 정말 제가 원하는 전부인 것 같아요. 많이 아픈 사람들이 입원하는 병원에는 직종을 막론하고 바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해요. ‘병원’이라는 특수한 곳에서 일하며 살기로 결정했으니, 제 삶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Q10. 마지막으로 인터뷰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는 코로나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지만, 사실은 제가 코로나를 떠나보내기 위한 수단입니다. 글을 쓰면서 힘들었던 지난 3년의 시간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쓸 때도 힘들었고, 쓰고 나서도 눈물이 계속 차올라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애쓰고 있어요. 결코 잊을 수 없었던 환자들, 그리고 희생을 감내한 수많은 동료들을 기억하고자 낸 책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성간호사의 잘 노는 이야기>와 매일 경제 신문 <생활 속 건강 톡 메디신>에서 칼럼을 통해 독자 분들을 만나고 있으니 이 또한 많이 관심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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