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호사 타임즈에 인터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메디컬 라이터(Medical Writer)로 직장생활 하고 있는 신보혜라고 합니다. 제약회사 대상으로 광고/부스/홍보 등을 대행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에 근무 중입니다. 이전에 했던 연구원 재직 중 논문 작성이나 연구 경력을 유사 경력으로 입사한 2년차 메디컬 라이터입니다.

 

Q2. 간호학과를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현실적으로는 공부를 아주 잘하지도, 엄청 못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문자격을 갖춘 취업률이 좋은 의료계통 전공을 찾다가 가장 점수대가 높으면서도 제가 지원할 수 있는 학과가 간호학과여서 입학했고 이상적으로는 당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크리스쳔이라 의료봉사나 선교 등을 염두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습니다(웃음).

 

Q3. 임상에 있었던 일 년동안 어떠한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본가와 가까운 공공의료원의 일반병동에 있었고, 메인과는 소아과/산부인과였지만 실상은 가정의학과/정형외과/신경과가 섞인 토탈케어 병동이었어요. 다른 병동과 달리 소아과/산과가 메인이라서 두 번 정도 임종간호와 산전/후 간호가 한 듀티안에서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공공병원이라 일반 산모분들이 분만하러 오시진 않았고 주로 지원이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새터민 분들이 주로 입원하셔서 이후 해외 봉사에 대해 더 쉽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Q4.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또한 간호사로 일했던 1년간의 시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1년간의 시간은 제 인생에 ‘엑기스’ 였다, 고 할 정도로 신규간호사가 배워야 하고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를채워서 일한 시간이었습니다. 현역으로 입학해서 휴학 안 하고 졸업하자마자 일해서 병동간호사 시절이 23살이었어요. 소아과나 산과의 경우, 이렇게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처음 접하는 보호자나 환자가 많았으니 환자교육의 보람이나 간호에 대한 효과를 느끼는 게 일반 성인 환자만 볼 때와 다른 느낌이었어요. 나이나 숙련도가 적지만 4년간의 공부를 실제 임상에서 발휘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으로 1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적성을 빨리 찾는데 여러 과를 보는 일이 도움이 됐어요. 간호 일은 보람되고 의미 있지만 개인적인 적성이나 능력이 한참 모자란다고 느꼈어요. 아마 같이 계셨던 동기 선생님이나 선배님들이 능숙하고 유능한 분들이셔서 더 차이를 느꼈던 것 같아요. 병동 간호사로 아주 유능하게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다른 쪽으로 일찍 눈을 돌렸어요.

 

Q5. 간호사를 그만두고 해외 봉사를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간호학과에 입학해서 선교동아리를 들었어요. 캄보디아, 파키스탄의 해외 선교병원 경험을 하면서 간호사로 꼭 다시 나가봐야지, 하는 나름의 꿈이 생겼어요. 원래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제일 가고 싶었는데 경력이 최소 2년 이상이어야 해서 3년까지 임상에 있으려다 우연한 기회에 KOICA라는 한국원조기관이 있다는 걸 SNS에서 보게 됐고, 딱 1년이 되는 시점에 ‘1년 경력자 가능’ 국가가 떴고, 면접을 보러 갈 수 있는 듀티가 맞아서 지원을 했습니다.

운명처럼 모든 타이밍이 맞아서 퇴사하고 국내 교육 2달 받은 뒤에 바로 출국했습니다. 에티오피아(동아프리카)를 갔었구요, 봉사활동 하면서 얻은 게 두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저의 적성, 다른 하나는 남편이네요(웃음).

아프리카의 지역사회 보건소는 해외에서 지원해주는 펀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에요. 개인이 파견돼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적이었지만 학교보건 교육이나 지역사회 위생교육의 공백이 컸고, 봉사단원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스스로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를 발굴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구매해서 제공하는 업무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업무는 한국에서 병동 생활만 계속했다면 알 수 없는 일이었죠. 한국에서 간호사로 이런 일을 하려면 보건소 공무원을 하거나 NGO 단체에 들어가야 하는데 둘 다 스펙이나 공부량이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보였고, 제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때 제 스펙이 지방사립대 간호학과 학점 2점대에 토익 400점이 전부였거든요.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정도를 마음에 품고 귀국을 했고 병동 일 말고 임상 경력과 해외봉 사 경력으로 할 수 있을 일을 찾다 보니 임상 연구간호사가 있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의 국립암센터에서 계약직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어서 면접을 봤어요. 대상자 채혈을 할 수 있는 간호사를 원하셔서 일반적인 임상 연구간호사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프로젝트 매니저로 연구 전반을 리드하는 일이었더라고요(웃음). 보건학 분야 일을 전혀 몰라서 있었던 헤프닝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저한텐 천운이이었죠. 같이 일했던 연구원 선생님들은 보건학 석사를 마치고 온 베테랑 연구자분들이셨어요. 아, 간호사가 간호대학원이 아닌 보건 전공 대학원을 가서 연구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고, 보건학으로 대학원에 가면 제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보건 활동을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Q6. 현재는 메디컬라이터로 일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들어본 직업이었네요 많은 분이 생소하실 것 같은데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약사 출신 선생님들이 하던 직무였는데 저처럼 관련 분야 경력을 쌓고 진출한 분도 많이 계세요. 메디컬 라이터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임상 연구 분야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해당 문서를 작성하는 ‘임상 연구형’ writer고, 다른 하나는 광고/홍보 분야에서 약이나 의학지식을 접근하는 대상자에 맞춰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커뮤니케이션형’ writer입니다.

저는 제약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커뮤니케이션형’ writer입니다. 저처럼 중소기업에서 메디컬 부서 내 홀로 있는 선생님도 있고, 대기업/외국계 제약사/대행사 학술팀에 있기도 합니다. 주로 하는 일은 고객사에서 신약을 출시하면 검증된 논문을 바탕으로 브로셔나 발표 자료/교육자료 등을 만듭니다.

병원이나 공공기관에서 연구나 홍보/마케팅 분야로 의학지식을 공유하는 경력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교육간호사로 신규간호사 교육자료를 만들어 본 경험이나 공공기관이나 제약회사 인턴을 하면서 신약 출시 자료/홍보물 만드는 업무를 보조하는 경력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Q7. 자녀를 키우면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계신다고 하셨는데요. 어떠한 과정을 밟고 계신 지와 어떠한 연구를 진행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국립암센터에서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보건학 대학원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입학을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시 한국을 떠나야 해서 경력 단절과 학업 중단으로 지내다가 2020년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디스턴스러닝(온라인 대학원 과정)으로 영국의 석사과정을 이수했어요. 이후 임신을 하고 한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박사과정을 쭉 이어서 하고싶어 똑같이 ‘보건학’으로 석박통합과정으로 입학해서 현재 3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직장생활은 메디컬 라이터로 제약 홍보 일을 하고 있는데 연구 분야는 국제보건이에요. 인생이 하고 싶은 것만 할 순 없다지만 너무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다 보니 사람들이 볼 때 의아한 부분도 생겨난 것 같아요(웃음).

2020년에 방글라데시 국제 보건사업의 PM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고 다른 보건 분야 일을 하다가 아이를 낳고 지금 직장과 대학원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무리 못 한 프로젝트로 연구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생 대상 공모전에서 펀딩을 받게 되어 연구를 하게 됐어요. 여성청소년 성 생식 보건사업이었는데 3년간의 프로젝트 수행이 학술적으로 어떤 결과와 의의가 있었는지 발표하는 논문이에요. 마무리 단계라서 빠르면 상반기 안에 발표가 될 것 같습니다.

 

Q8. 여러 일을 하고 계시다 보니 요즘 흔히 말하는 ‘갓생’을 살고 계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직장, 육아, 대학원 모두 잘 해내고 계시겠지만 어려움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시나요?

사실 남편이 전업으로 가정 내의 일을 책임져주고 있어서 스스로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지만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절대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었고, 엄마라는 자리는 내 가족에겐 대체되기 어려우니까요.

 

Q9. 간호사로 사는 인생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의 경중이 달라졌어요. 병원에선 늘 ‘생명’과 ‘고통’이 직결되는데 사무직은 ‘오타’와 ‘소통’이 직결되는 업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돼요. 그만큼 임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빛나 보이고 같은 면허증을 소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간호사’로 불리는 게 면목 없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Q10. 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요?

20대 때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는다고 경력들이 다 짧았어요. 남은 30대 동안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성장하면서 끈기 있게 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론 학위 마치고 관련 연구를 20-30년 하고, 계속 저를 불러주는 데가 있어서 노년기까지 지속해서 일하는 게 꿈이에요. 우스갯소리로, 저는 “노년에 과로사하고 싶다.”고 얘기해요. 일하는 게 재미있고, 늘 새로워요.

 

Q11. 마지막으로 간호사타임즈 독자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간호사 출신 메디컬 라이터를 업계에서 찾기 어렵고, 회사에서도 저 혼자 메디컬 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서 업무관련 이야기 나누는 게 그리워요. 논문 보고 토론도 하고 싶고, 일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요구가 학술적으로 타당한지 논의하고 싶어요.

커뮤니티나 동료가 없는 게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혹시 제 인터뷰를 보고 관심 있으신 간호사 선생님이나 이미 메디컬 라이터로 일하고 계시면서 소통을 원하시면 제 브런치 스토리에 오셔서 댓글이나 ‘문의하기’로 메일 주시면 반가울 것 같아요!

 

[하단을 클릭하시면 신보혜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 사노니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