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선생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김해보훈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숙희 간호사입니다. 1998년에 삼성창원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의 길을 처음 걷게 되었고 지금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인 노인 요양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김해보훈요양원은 국가보훈처의 복지정책에 따라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내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훌륭한 간호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이 훨씬 더 많으신데, 너무나 평범한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Q2. 간호사로서 임상을 오랫동안 지키고 계시니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떻게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시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간호사란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이룬 경우는 아니구요, 교사를 꿈꾸다 대학 입학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간호사의 길을 먼저 걷고 있던 친언니의 권유로 간호학과에 입학 후 지금까지 간호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간호사가 좋아 시작한 일이 아니라서 간호학 공부도, 신규 간호사로 일을 배울 때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라는 일을 하면 할수록 간호의 맛을 알아간다고 할까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구하는데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해나가며 희열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일이라고 지금은 자부합니다

이제 간호사라는 네이밍을 빼버린 제 인생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3. 노인전문간호사로 일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호사 경력이 쌓일수록 본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노인전문간호사를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1998년부터 시작한 오랜 간호사 경력이긴 하지만 요즘의 청춘 간호사들처럼 저도 탈임상을 꿈꾸기도 했고, 육아라는 큰 벽에 부딪혀 경력 단절을 맞이한 시간도 있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노인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중 마흔이라는 나이의 문턱을 넘어가면서 저의 개인적인 인생도, 간호사라는 인생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운전을 하며 듣게 된 라디오에서 여러 기술 분야에서 올해의 명장이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는 내가 걷고 있는 간호의 영역에서 명장은 전문간호사라는 저 나름의 확신을 갖게 되었고, 승진을 통해 얻은 직급은 내가 일을 그만두는 순간 없어지는 것이지만 전문간호사라는 자격은 간호사라는 인생에서 최고의 승진이라는 믿음이 생겨, 노인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 공부를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4. 노인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간호사 자격을 갖추고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이 개설된 대학의 석사과정에서 5학기 동안 이론과 현장실습을 이수하여야 전문 간호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고, 시험 합격을 통해 취득이 가능합니다.

 

Q5. 노인전문간호사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병원과는 달리 요양원에서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의료적인 처치만이 주된 역할이 아니라 집 대신 생활하는 공간에서 가족들을 대신해 그분들을 돌봐 드려야 한다는 간호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요양원 평균 입소 기간이 200명의 어르신들 기준, 2.2년인데다 10년 이상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다가 임종을 맞이하시는 분도 계실 만큼 어르신들과 직원과의 유대관계는 상상 이상입니다. 6.25전쟁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으신 국가유공자 1급이셨던 어르신이 가족들도 훌륭하게 건사하시고 사회생활도 굳건하게 해내시고, 마지막 생을 저희 요양원에서 보내시면서 우리들에게 더 감사함을 표현하며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시는 과정을 돌봐드린 일은 평생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로 성격이 고약해지시거나 배회 등 문제 행동이 있어 가족들은 노인을 돌보기 힘들어지지만 죽어도 요양원은 싫다 하던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잘 적응시켜서 “이제는 여기가 우리 집이다, 여기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는 어르신들의 인사와 보호자분들의 감사 인사를 듣는 순간은 지금의 일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입니다.

 

Q6. 요즘은 갈수록 탈임상. 즉 임상을 일찍 떠나는 간호사가 많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환자들 곁을 지키고 계시는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탈임상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의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청춘의 열병처럼 탈 임상을 꿈꾸기도 했었고 육아문제로 경력 단절과 재취업을 경험하면서 임상을 떠나보기도 했었습니다. 야간근무에서 벗어나 주말에 쉴 수 있다는 달콤함은 있지만 타 직종 사람들과의 힘겨루기 같은 임상에서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가장 거대한 간호 조직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울타리의 든든함을 임상을 떠나보니 느낄 수 있었기에, “간호사의 꽃밭은 임상이다, 환자 곁에 있을 때 그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임상을 떠나긴 했어도 큰 그림으로 바라보면 결국 간호라는 영역 안에서의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임상이 아닌 지역사회 간호나 간호에서 뻗어나간 콘텐츠의 사업, 연구 간호사 등등 그 역시 간호 영역의 확장이고 간호의 수평적 성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에서든 임상이 아닌 곳에서든 간호사라는 이름을 지켜가는 한, 앞으로 간호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Q7. 노인전문간호사가 임상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들과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양원 입소와 요양병원 입원 조건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실정이기에 비용적인 측면의 이점이 있는 요양원을 병원보다 선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노인들의 질병관리 및 예방, 치료를 위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지고 있으나 의료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가중과 의료적 처치가 불가능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어 병원으로 다시 보내야 하는 악순환과 이중고를 겪는 것이 노인 요양원의 현실입니다. 특히나 상주하고 있는 의사가 없는 실정이라 간호법 제정의 현실화가 절실한 상황이며,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서,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전문간호사 제도가 활성화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Q8. 간호사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실까요?

환자 상태에 맞는 정확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간호를 제공하는 대상자인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노인들의 아프다는 말에는 단순한 통증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나 우울감이 내재되어 있지는 않는지 그 마음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한 방법이나, 일하기 편한 방법에만 집중하다 보면 대상자의 마음까지 헤아리기 란 쉽지 않습니다. 내가 돌보는 대상자에게 다른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대상자의 눈높이와 입장에서 늘 고민하는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9. 노인전문간호사를 꿈꾸는 많은 선생님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양원에서의 노인 간호는 급성기 질환처럼 치료와 회복의 일정 기간만의 개입이 아니라, 편마비가 있는 채로, 치매를 가진 채로 시력과 청력이 약해진 채로 어떻게 먹고, 잠자고, 숨 쉬고, 어떤 방법으로 움직여서 화장실을 갈 건지와 같은 아주 현실적이고 세심한 돌봄의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영역에 다양한 직종들과의 협력을 통해 가족들을 대신해 내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마지막 생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가족 상담을 통해 반드시 가족이 함께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에 먼 훗날 내가 받을 간호라 생각하며 돌봄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서 버려지는 요양원이 아니라, 노인분들이 몸소 찾아와 살고 싶어 하는 요양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간호의 방향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의 삶이 요즘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간호사 인생에 철이 조금 늦게 든 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요즘 청춘 간호사들 중에는 간호사 일도 척척해내면서 책을 내고, 간호 관련 사업이나 SNS 활동까지 하는 모습들을 보면 젊음도 재능도 모두 부럽지만, 무엇보다 간호의 미래가 밝아 보여 더욱 기쁜 1인입니다.

이런 유능한 간호사들이나 조직에서 높은 직급으로 계신 분, 누구나가 인정하는 자리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간호사들처럼 조금 빨리 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 툇마루 밑의 장사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환자들을 지키는 간호사들이 더 많고, 건강상의 문제나 육아문제 등으로 제자리걸음 같은 속도로 천천히 간호사의 길을 가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 어느 누구의 삶이 더 훌륭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이고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대상자를 만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간호를 발전시킨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간호사들에게 정말 잘 살아내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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