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현재 간호사 문화 개선을 위해 인스타그램 ‘오늘의 간호사’를 관리하고 있는 신현아 간호사라고 합니다. 저는 2017년 9월부터 2020년 3월 말까지 만 2년 반쯤 경기도 내에 위치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Q.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사실 고3 당시 해외봉사자에 대한 꿈을 갖게 됐습니다. 막연하게 꿈만 갖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본 적 없이 ‘일반 봉사보다는 의료봉사가 더 멋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간호대 진학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막상 진학하고 보니, 꿈과 현실은 굉장히 멀고 제가 정말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진학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학업에 열의가 잘 생기지 않아서 봉사단, 학생회, 홍보단 등 각종 대외활동을 엄청 열심히 했었습니다. 그러다 4학년 때 문득, 취업시즌이 다가오니까 ‘내가 정녕 임상 간호사를 꿈꿔서 간호학과에 온 것이 아니었는데 간호사를 하려고 취업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가중돼 다가왔던 거 같아요. 그래서 4학년 2학기 오직 한 학기만 남겨놓고 휴학을 했고, 여러 생각을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4년간 간호학과를 다녀 면허증을 땄으니 임상 간호사를 해보긴 해봐야겠다.’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집에서 통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에 취업했습니다. 만일 거기서 떨어지면, 이건 간호사 하지 말라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직업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붙어서 다니게 됐어요.

Q.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A. 아무래도 신규시절에는 모두가 알듯이, 부서 내 태움이겠죠? 입사 2주 차 때부터 간호사 스테이션 내에서 몇십 분간 엉엉 울었거든요. 집에 가는 길에 ‘응급 사직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당시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께서 엉엉 우는 저를 밖에서 기다려주시더니 커피 한 잔 사주시면서 토닥이는데 마음이 스르르 녹더라고요. 이후에 정기적으로 혼나고, 부당하게 혼나고 했지만 사실 부서 내 생기는 태움문제 때문에 관두고 싶다 느낀 적보다는 간호부에서 평간호사를 어떻게 대하느냐 때문에 그만둬야겠다고 더 확신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부당하게 혼나고 차별당할 때 엄청 서럽고, 집에 가서 펑펑 울기도 하곤 했지만 6개월 이후로는 사실 부서 선생님들이 부당하게 혼내시는 건 관둘 이유가 되진 못 했던 거 같아요. 6개월 차 때에는 내 꿈과 너무나도 멀고, 굳이 이 직업을 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데 왜 하고 있을까 생각이 엄청나게 들었었는데요. 당시 혼나는 데에 너무 심하게 혼나기도 하고 뒷말까지 도니까 내가 하고 싶지도 않은 직업군에서 왜 이런 대우까지 받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입사 전 6개월은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해보자.’ 했거든요. 물론 2주 만에 위기가 다시 찾아왔었지만요. 근데 그렇게 정해놓은 6개월 차에 다닐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니 관둬야겠다 싶어서 사직면담을 시행했는데, 무시 당했습니다.

이후에는 부서 내 태움이 문제가 아니라 간호부-부서, 의사-간호사, 환자&보호자-간호사 태움이 더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평간호사를 대하는 간호부, 열악한 환경, 그리고 간호사를 무시하는 타 집단들 때문에 일종의 자격지심이 생기고 간호사 집단 내 태움이 더 악화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간호사의 문화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져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던 거 같아요.

Q. <오늘의 간호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A. <오늘의 간호사>라는 계정은 사직 몇 달 전까지 부당한 이유로 태움당하는 데 너무 서럽고 화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표출하고 알리고 싶어서 만들게 됐어요. 사실 제 본 계정에도 병원에서 생긴 일이나 넋두리를 간혹가다 한 적이 있는데, 사회라는 게 SNS에 그런 글을 쓰면 약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불만을 표출하고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요. 원래는 글로 써서 책으로 내고 싶었지만, 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널스툰>이라는 결론 속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계정을 일단 만든 후에는 간호사 집단, 혹은 그 외의 집단에서 간호사 업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고 태움 문화에 대해 알고 인식 개선을 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유독 간호사를 ‘의사 하위집단’으로 인식하고, ‘의사 오더 시행하는 집단’, ‘환자 부탁 들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집단이 아닌 것도 알리고, 간호사 태움 문제 뿐 아니라 의사 태움이나 환자 태움도 심해서 간호사 태움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어요.

Q. ‘태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간호사가 태움 당하는 데에 많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사실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서 내에 선배간호사가 후배간호사를 태우는 것이지만, 사실 태움에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 그것들이 태움의 뿌리가 되어 부서내 선배와 후배 간에 표출되는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예를 들어, 간호사-의사는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업을 많이 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사집단이 병원 내에서 간호사 집단을 무시하는 데에 비해 간호사들은 의사 일들을 수도 없이 많이 다루죠. 그리고 환자, 보호자는 간호사를 그저 의사 오더에 충실하고 의사 밑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협업하는 관계라고 생각을 못하죠. 그래서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은 간호사에게는 반말하고 컴플레인 거는 게 일상이고, 의사들에겐 잘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격지심이 생기고 예민해져서 잘못된 방향까지 틀어가며 혼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러한 모습을 본 환자, 보호자, 의사들은 더 간호사를 무시하게 되는 악순환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회, 간호사 삶의 질을 결정짓는 야간근무 개수, 휴무일 개수, 연봉, 간호사 1인이 보는 환자 수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간호부나 병원 고위직으로 인해 간호사들은 더더욱 안 좋은 환경 속에서 일하고 서로를 태우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태움’은 부서 내 선후배 간에 과하게 혼내거나 폭력이 오갈 때 생기지만 어찌 되었든 표면적인 문제여서 잠깐인 것 같아요. 후배를 심하게 태운 선배를 권고사직시킨다고 해도, 결국 똑같이 부서 내에서 분위기를 흐리고 태우는 빌런은 언제나 바로 등장하거든요. 
 
결론은 표면적인 태움뿐만 아니라 간호사 문화를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고, 간호사의 업무환경을 개선해 주어야지 뿌리부터 시작된 태움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해외의료봉사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진처럼 근무 당시 경기도 의료봉사단 단원으로 필리핀에 파견 간 적도 있었고, 당시에는 간호사에 대한 사명감이 정말 커져서 업무 만족도도 올라가고, 꿈에 대해 확실해졌던 거 같아요. 해외에서 타인을 위해 의료봉사자가 돼 노란 조끼를 입고 다닐 때, 필리핀 현지 분들께서 조끼 뒤에 써있는 ‘medical volunteer’라는 단어를 보고 환호를 지르고 좋아 해주시고 감사해하시는데 뭔가 병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제가 처음으로 간호사임이 뿌듯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사직 당시에도 해외의료봉사자에 대한 꿈을 가지고, 어떤 스펙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겠다 싶었죠. 하지만 막상 나와서 근무하느라, 피곤하다며 못 만났던 사람들 여럿을 만나보니 ‘이게 정녕 내가 원했던 길이 맞나?’라는 의문이 많이 들어서 엄청 혼란스러웠어요. 거의 10년간 한 꿈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라는 생각때문에 스트레스나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제가 정녕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온전히 타인을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자신을 먼저 가꿔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걸 하고 있어요. 막연하고 대책 없는 삶일지 몰라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맘 같아선 해외에서 무전취식 하며 여행하고 싶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러진 못하고 국내에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부산광역시에 내려와 수도권을 처음으로 벗어나 독립된 삶을 누려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고 미래를 위해 NCLEX-RN은 따놓으려고 합니다. 미국에 취업하고 싶다는 사실, 접수 당시 해외의료봉사자에 대한 꿈이 커서 해외 진출을 위해 그리고 저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커요. 직장은 열심히 공채를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일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들어서 아무래도 적당한 계약직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간호사분이 ‘할 게 없어서’, 혹은 ‘돈 때문에’ 간호사 집단 속에서 불만이 많아도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한 거 같아요. 저는 불만 가득하다고 이런저런 건의를 넣어보다 나왔으니까요. 저도 원래는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받는 사람이었는데, 사직해보니 내가 정녕 원하는 삶이 뭔지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전까지는 아마 정규직을 구하긴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고요. 많은 간호사분께서 제 인생을 보고 대책 없다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저 자신이 행복하면 된다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 국내 간호사들이 모두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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