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이번 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요청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정부가 먼저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코로나19 발생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은 더는 늦추기 어렵다”며 정부의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의사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 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 수 부족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 간호사가 의료기관에 부족해 늘리는 문제는 논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의료기관에 간호사가 부족한 것은 현재 간호대학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간호사가 부족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간호대학 졸업자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또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소지자(Registered Nurse, RN)의 숫자도 OECD 평균보다 크게 앞선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의 간호사 부족 문제를 의사 수 부족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정부 당국의 그릇된 판단이다.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근로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부족한 간호사에 대한 투자에 별로 관심이 없다. 간호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간호사를 늘리기보다는 병상 확대와 의료장비 등에 대한 투자에만 나서도록 부추겨 온 게 우리나라 정부였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늘리고 숙련된 간호사가 질높은 간호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간호사를 많이 채용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의 고유업무에 대한 의료비 지급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간호행위에 기반한 독립된 간호 수가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없다. 현재 간호사가 받을 수 있는 수가는 입원관리료와 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한 수가가 전부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입원관리료 중 간호 수가는 25%만 인정되고 있어 완전한 간호 수가로 볼 수도 없다. 또 간호‧간병서비스 역시 모든 간호사를 위한 수가가 아니므로 따로 독립된 ‘간호 수가’가 필요하다.

입원관리료 안에 녹아있는 간호 수가는 간호사가 몇 명인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의 세부요소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간호행위에 대한 독립적인 수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기관들도 간호사를 통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간호사에 대한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간호 수가 신설은 아직도 뜬구름 잡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의협이 논의의 장에 나오면 지역에 필요한 진료과목에 의사를 배치하고, 지속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지역 가산 등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우수 병원을 지정하고 재정적,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육성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와 관련해서는 어떤 대책을 정부가 가졌는지 묻고 싶다.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부족이라는 문제가 결국에는 ‘태움’이라는 조직문화를 확대시키고, 이로 인해 환자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간호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을 정부는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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