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독려하는 대한의사협회 포스터.
오는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독려하는 대한의사협회 포스터.

정부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이번 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전국의사 총파업에 동네 의원 뿐 아니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장에게도 공문을 보내 필수인력만 빼고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강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오전 중대본 회의결과에 대한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역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은 더는 늦추기 어렵다”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의 불가피성에 대해 “서울시의 종로구는 인구 1000명당 의사가 16명인 데 반해서 강원도는 18개의 시군구 가운데 절반인 9개 지역의 의사가 채 1명도 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군구는 32개이며 이 가운데 8개 시군구는 동네 병원 응급실조차 없어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동네로 가야 응급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며 “10년 후에는 국민 네 분 가운데 한 분이 62세 이상이 되고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만성질환자로 예측되는 등 앞으로의 의료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따라서 현재의 의료인력만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의사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진찰 건수는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으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방은 의사와 의료기관이 부족한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의사의 업무량이 과중해서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는 이중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에 해당된다”며 “그동안 의료계가 참여해 왔던 여러 협의체 등에서 지역의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지원해 서울과 수도권 환자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더는 논의만 지속하는 해묵은 과제로 남길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시작으로 실질적으로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모멘텀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이러한 모든 문제가 의과대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를 배치하고 계속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정부도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요한 진료과목에 의사를 배치하고, 지속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지역가산 등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선하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우수 병원을 지정하고 재정적,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육성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김 제1총괄조정관은 의협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거나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철회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자리를 같이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며 “이번 주에 의사협회 요구한 내용을 정부·의협 간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12일) 12시까지 정부가 의협의 5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14일부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 총파업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장에게도 공문을 보내 필수인력만 빼고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의협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장에게 공문에서 “지난 1일 독단적인 4대악 의료정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며, 정부가 12일 정오까지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원안 추진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병원을 포함한 전국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등에 “14일 휴진 및 집회 등의 단체행동에 전공의뿐만 아니라 분만, 응급, 투석, 입원환자 및 중환자 담당의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교수 및 전임의, 전문의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외래진료 및 수술 및 시술, 검사 등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젊은 의사들의 열기가 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의대생, 전공의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의 전임의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개원가와 교수사회의 선배들도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에 1만6000여 전공의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7일 집단행동을 실시한 데이어 전국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강의와 실습을 거부하면서 정부와 의협이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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