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안녕하세요 저는 9년 차 간호사 임진경입니다. 지난 2012년에 건국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간호사로 입사 후 만 4년 동안 근무했었고, 전배 신청을 해 소화기 내시경센터에서 만 2년 정도 일하다가 NCLEX를 따고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파트타임으로 로컬의원에서 약 3개월 일했었고, 대기업 사내 의원에서도 일했구요. 현재는 이민 준비를 접고 이대서울병원 내시경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간호사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A. 정말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냥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원래 사회계열을 진학하고 싶어 문과를 선택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한 이유는 생각이 안 나고 운명같이 끌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인터뷰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에피소드가 있었긴 해요. 중학교 때인가 집이 1층이었는데, 아파트에서 사람이 떨어졌었거든요. 저랑 엄마는 저녁을 먹다가 큰소리가 나길래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밖에 나가봤더니 사람이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던 거죠. 저는 그런 광경을 처음 봐서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응급실 간호사셨던 엄마가 그쪽으로 뛰어가셔서 환자의 자세 선열을 맞추셨어요. 아직 그 기억이 선명해요. 엄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네요.

Q. 소화기 내시경센터에서 어떤 업무 하는지요?

A. 지금은 이대서울병원 내시경센터 오픈 멤버로, 내시경센터에서 시행하는 모든 시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시경실은 외래와 수술실 중간 느낌의 시술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학병원급 내시경센터에서는 일반 위, 대장 검진 내시경부터, 조기암 절제술, 용종절제술, 궤양 등으로 생긴 위장관 출혈 지혈술, 위루관(PEG)삽입술, 이물 제거술, 정맥류 치료, 스텐트 삽입술 또한 췌담도 내시경을 통한 담석 제거술 등등 많은 시술이 진행되고 있고 이 시술들의 어시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내시경실 간호사는 모든 시술에 사용되는 악세사리 사용법과 더 효과적인 기구사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교수님마다 쓰시는 기구가 다를뿐더러, 회사별로 나오는 악세사리의 장단점들이 다르기에, 이것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시술자에게 적절한 어시스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가장 성취감을 느낀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A. NCLEX 땄을 때 성취감이 좋았어요, 6년 차쯤 딴 건데 공부하면서 새로 지식이 정리되니까 공부도 되고 좋았어요. 일하면서도 성취감은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요즘에는 췌담도 내시경 성공해서 막혀있던 담즙이 콸콸 나오면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은 처음 내시경실로 전배한 직후요. 내시경실과 응급실은 정말 극과 극인 곳이거든요. 응급실은 약간 전쟁터 같은 곳이라 센 느낌이라면, 내시경실은 VIP 의전 하듯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말투 하나 행동하나 다 반대인 곳이었기 때문에 적응하기 조금 힘들었어요. 또 내시경실 간호사는 테크니션의 느낌이 강한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내가 간호사가 맞나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간호사의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니 공부할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부터 시술 전반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어시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내가 의미 있는 간호행위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죠. 

Q. 임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다면?

A. 병원이 아닌 곳에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요. 한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빠져있었습니다. 저의 진짜 취미를 찾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1년 동안 쿠킹클래스도 가고, 베이킹 클래스도 가고, 독서 모임도 나가고, 영어 회화 모임도 나가고, 닥치는 대로 궁금한 곳은 다 가서 경험해봤던 것 같아요. 그 결과 지금은 독서 모임, 경제모임, 오케스트라에서 플롯 단원으로 취미생활을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정말 마음이 심란해질 때는 명동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면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이렇게 간호사가 아닌 ‘임진경’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Q. 본인만의 병원 적응 노하우가 있다면?

A.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돼요. 개인적으로 저는 간호사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거 자체가 재밌었어요.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위해 뛰어다니는 일, 환자가 내가 직접 한 간호행위로 회복하는 일 등이요. 제가 보던 환자가 급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직접 CPR을 시작하고 리듬이 돌아왔었죠. 또 PSVT 등이 있는 환자들이 내원했을 때 약물을 주입하고 리듬이 돌아올 때 엄청난 희열이 있어요. 내시경실에서는 내가 직접 시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시술자에게 더 적절한 악세사리를 권유할 수 있고, 악세사리를 직접 다루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내가 한 행위와 기록에 의미가 있어 임상이 재밌는 것 같아요. 

또 처음 입사했을 때 좋은사람들이 곁에 있었어요. 응급실에 계셨던 선배간호사 선생님들, 프리셉터 선생님, 제 동기 3명, 관리자 선생님, 응급의학과 교수님 모든 분이 힘이 돼주셨죠. 감사하게도 저는 태움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요. 동기들은 언제나 제힘이었고, 선배간호사 선생님들은 정말 똑똑하고 닮고 싶은 선배들이었어요. 그런 선배들과 관리자 선생님이 있었기에 저 또한 후배들에게 더 정확한 방법으로 알려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NCLEX RN 취득하시고 영주권을 준비하다, 중단하신 이유는?

A. 사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일하는 게 재미도 있었구요. 하지만 연차가 쌓여갈수록, 나는 없어지고 ‘간호사 임진경’만 남은 거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임진경’이 어디까지 클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어요.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 저 자신이 소진되고 있다는 걸 느꼈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고 미국 간호사를 열심히 준비했었습니다. 준비하면서 로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병행했는데 생각보다 보수도 나쁘지 않았고 오전 타임만 근무하고 오후는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취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취미생활로 마음이 채워지다 보니 어느덧 ‘간호사 임진경’이 아닌 인간 임진경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정말 재밌더라구요.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찾았고, 가족과 굳이 떨어져 살아갈 필요를 못 느낀 거죠.

또한, 여유가 생기니 현실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멀리 있을 때 가족이 아프면 어쩌지? 영어로 간호를 잘할 수 있을까? 현금은 다 들고 가야 하나? 등등이요. 누군가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자기 생각에 70% 정도만 말할 수 있고, 외국인들의 말에 70% 정도 들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덜컥했어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정확한 간호 전달을 할 수 있을까? 남의 나라에서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등등이요. 예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후천적 장애를 갖고 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현재 병원은 일과 삶의 균형을 완벽히 지킬 수 있는 곳이에요. 감사한 일이죠. 저 또한 제 후배 간호사들에게 누누이 8시간만 일하라는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강제적으로 퇴근을 시킵니다. 함께 하는 교수님들과 동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모르는 것이기에, 언제든 다시 떠나고 싶다면 떠날 수 있도록, 인터뷰 유지와 면허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Q. 간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A. 간호사는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손으로 누군가를 직접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고 되요.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일해야 하는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간호사인 그 순간만, 그 듀티에서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니폼을 벗고 퇴근했을 때는 간호사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길 꼭 부탁드립니다. 멋진 간호사이자 ‘인간 000’이 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8시간만 간호사로 살아라’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Q.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A. 먼저 간호사로 행복하게 오래 일하고 싶어요. 책을 써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싶구요.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테크나 경제 관련 책 또한 출간 해보고 싶어요. 저도 그랬었지만, 간호사들이 병원 일 말고는 모르는 게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다방면으로 사회적 인정과 존중받는 간호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마치 주식을 잘하는 의사나 사업을 잘하는 의사가 있듯이 말이죠. 저도 구상 중인 사업계획이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단계는 아니지만요. 또한, 보수적인 간호사집단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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