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에 마신 술도 임신 중 음주 폐해와 같이 임신과 태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임신 중 음주 폐해와 마찬가지로 가임기 여성의 임신 전 음주가 임신과 태아발달 능력을 감소시키고, 기형아 및 거대아 출산율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을 실험모델과 임신코호트에서 동시에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박사 연구팀이 5%의 알코올이 든 식이를 임신 전 2주 동안 쥐에 섭취시킨 후, 임신을 유도하고 태아발달-출산-성장에 이르는 단계별로 생체 내 산모와 태아 각 조직에서 대사기능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임신 전 음주는 임신율을 22% 떨어뜨렸고, 출생 후 태아의 성장도 17.2% 감소시켰다. 반면 태아발달 이상은 23%, 기형은 7%, 거대아 출산위험은 87% 증가했다.

실험동물모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연구로 한국인 임신 코호트(동일집단) 288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 번에 다섯 잔 이상 또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군에서 거대아 출산율이 7.5%로 일반 음주군(3.2%)보다 높았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비음주군’의 거대아 출산율은 2.9%였다.

연구대상이 된 2886명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구축한 한국인 임신코호트 4542명 가운데 임신부터 출산, 출산 이후 아이의 상태를 추적하는 데 실패한 경우, 당뇨 등 주요 질환을 가진 산모를 제외한 인원이다.

이 같은 임신 중 음주 폐해 연구 결과는 그간 많았지만, 임신 전 음주에 따른 산모의 대사기능 이상 유발과 태아 발달 이상, 기형아·거대아 출산위험 증가를 실험적으로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만성병관리기술개발연구’와 ‘여성건강연구’  사업지원으로 수행됐고, 실험동물모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OECD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가 잘 이뤄져 임신 중 산모가 술을 마시는 비율은 매우 낮은 1∼5% 수준이며, 산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대부분 음주를 중단하거나 음주량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최근 가임기 여성 음주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여대생 월간 음주율이 72.9%, 19∼29세 여성은 64.1%였다. 또 고위험 음주율도 여대생이 17.2%, 19∼29세 여성이 9.6%로 전체 성인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여성 평균 초혼연령 30.2세, 초산연령 31.6세, 출산연령 32.6세로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대학 및 사회진출 이후 여성의 음주 노출은 매우 오랜 시간 유지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임신 중 음주와 같이 임신 전 음주 폐해에 대한 근거마련 연구가 보건학적 예방관리 측면에서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전 음주가 불임 또는 난임의 원인이 될 수가 있고, 심지어 태아 발달 저하와 함께 기형아 또는 거대아 출산위험을 높이고, 출생 후 성장 발육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임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가임기 여성, 특히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의 경우 원활한 임신과 산모와 태아의 건강, 출생 후 아기의 정상적인 성장발육을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음주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결과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불임과 난임 문제를 줄이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 가임기 젊은 여성에서 임신 전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 및 건강관리지침마련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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